
Q. 헐리우드 ‘맨즈 차이니즈 핸드 프린팅’ 이라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병헌씨는 이 소식을 언제 아시게 되었고, 그 소식을 알게 된 순간 어떤 기분이셨는지?
[이병헌] : 저는 좀 더 오래 전에 뉴올리언즈에서 <지.아이.조2> 촬영 중 들었어요. 처음엔 당연히 믿기지 않는 일이어서 거짓말하는 줄 알았죠. 솔직하게 지금도 반신반의해요. 정말 핸드 프린팅을 해야 ‘진짜 하는 거 맞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사람들은 목표와 꿈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목표는 현실적이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거라면, 꿈은 비현실적인 것을 바라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핸드 프린팅을 하는 것은 꿈 조차도 꾸지 못한 일이라 더욱 믿기지 않는 사실이였구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고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아이.조 1>에서 ‘스톰 쉐도우’는 죽었는데 <지.아이.조 2>에서 다시 부활한 것인가?
[이병헌] : 관객들이 부활하는 장면을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영화에서는 부활하는 장면은 설명이 되진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 부활을 했는지 영화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Q. ‘스톰 쉐도우’는 하얀 옷만 입고 나오던데…
[이병헌] : <지.아이.조>는 1950년대부터 국민적으로 유명한 만화입니다. 그 중에서 ‘스톰 쉐도우’는 흰색, ’스네이크 아이즈’는 검은색이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또 이들은 쓰고 있는 마스크를 몇 십년 동안 만화든 어디서든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어요. <지.아이.조>영화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스톰 쉐도우’만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했어요. 그래서 기존의 미국 코어팬들은 반발이 심했어요. <지.아이.조 1>때 ‘스톰 쉐도우 얼굴 공개하면 안 된다!’, ‘룰을 어기는 거다.’ 등 성명발표도 하고 유투브 올리는 등 압박을 주었지만 지금은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Q. 포스터를 보시면 브루스 윌리스보다 이병헌씨가 앞에 있습니다. 새로운 배우와 감독을 함께 작업했는데 현장에서의 호흡 어땠는지?
[이병헌] : 포스터가 앞에 있는 것은 한국관객을 위해서 이렇게 만드신 것 같구요.(웃음)
Q. 미국 홈페이지에도 크레딧 첫번째로 올라가셨는데?
[이병헌] : 그것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에요. 역할에 비해 많이 포장이 되는 것 같아 제가 너무부담되구요. 같은 영화의 속편이고, 같은 캐릭터를 연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경험을 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감독이나 스탭, 배우들이 많은 바뀐 상태에서 작업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의 낯설음, 어색함은 여전히 있었죠. 그래도 1편 때 보다 훨씬 편하고 유연한 촬영이었던 것 같아요.
Q. <지.아이.조 1> 내한 행사로 감독,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이 왔을 때 함께 있는걸 봤는데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사이가 좋아 보였다. 이병헌씨는 현지 적응 능력이 뛰어나신 편인가?
[이병헌] : 아뇨. 불행하게도 친화력이 부족해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는 영화 3분의 2지점 찍는 동안까지 어색하고 말도 없었어요. 그런데 후반부 가서 프라하 촬영 때 많이 친해지게 되었고. 이번에는 그분들의 습성을 아니까 처음 봤을 때도 반겨주고 친화력 있게 대해 주셔서 저도 거기에 많이 익숙해져서 금방 친해 질 수 있었습니다.
Q.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 비해 <지.아이.조 2>때 촬영이 스스로도 편해졌다고 하셨는데, 주변의 상황이나 대우가 달라졌다는 걸로 아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변 부탁 드리고, 역할이 쉽지 않기 때문에 촬영 중간에 느꼈을 자신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이병헌씨만의 방법 무엇인지?
[이병헌] : 여전히 할리우드 시스템에 약간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배우의 컨디션과 몸상태에 따라서 촬영이 몇 시간 지연되거나 심각하게 아프면 촬영날짜가 변경이 됩니다. 할리우드에서는 하루 제작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누군가 어디 아파도, 몸이 부러져도 현장에 나와야 해요. 그러한 상황들을 회의를 통해 결정을 해구요. 대신 몇 시에 시작에서 끝나는지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배우나 스텝에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좀 무서운 느낌이 드는 건 여전해서 적응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우가 달라지는 건 몇 번 인터뷰 통해 말했지만 대우가 왜 달라진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지.아이.조 1>때 감독, 프로듀서와 프로모션을 하러 내한 했을 때 공항에 나와준 팬들, 프리미어 때 마중 나와준 팬들의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란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그들은 ‘아시아에서 마케팅으로 좋은 활용도가 있는 배우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걸 보면 무서워요. 대우가 좋아진 부분에 대해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한다면 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나에게 다른 태도를 보여줄 것 같아 오히려 참 무서운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번 영화에 대해 자신의 연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 할리우드에서 두 번째 영화를 촬영을 하셨는데 한국의 촬영현장과 할리우드 촬영현장에서의 비교해 볼 때, 할리우드에 비해 한국 촬영현장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이병헌] : 1편에서는 그저 칼 싸움과 발차기만 하는 액션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2편에서는 칼 싸움이나 발차기만큼 대사나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줄 것입니다. 이번 <지.아이.조 2>는 1편에 비해 각 캐릭터마다의 히스토리, 갈등 등의 드라마가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에 <지.아이.조 2>에서 연기하는 부분이 많아졌어도 ‘이게 한국영화였으면 더 잘 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분명히 두 나라의 영화 시스템은 다릅니다. 그 중에서도 할리우드에서 가져오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굉장히 오래 잡는 부분입니다. 대신 프로덕션이 기간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프로덕션기간에 비해 짧아요. 그래서 첫 촬영이 시작되면 어느새 크랭크업 날입니다. 프리프로덕션 기간 때 완벽을 기해 모든 것을 준비하기 때문에 촬영 중에는 별 지장 없이 현장이 돌아가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을 받아드린다면 한국 영화현장이 좀 더 나은 현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이병헌씨가 이번 역할에 얼마큼 만족하셨는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어쩌면 서양사람이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적인 동양 캐릭터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스스로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에 임하셨는지?
[이병헌] :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미 ‘지.아이.조’는 몇 십 년 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스톰 쉐도우’라는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인물이라서 그 캐릭터 안에서 충실하게 연기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지.아이.조 1>때도 말씀 드렸지만 이 영화가 100% 제 취향이고 캐릭터라 꼭 하고 싶은 것보다 할리우드에서 선택 받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의 배우가 되려면 한번쯤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캐릭터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비록 전형적으로 스테레오 타입의 역할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동양인이 보여줬던 전형적인 캐릭터를 제가 더 풍요롭고 멋들어지게 해낸다면 결국 언젠가 제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Q. 이번 영화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작업을 하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 브루스 윌리스가 미국 언론에서 이병헌씨에 대해 극찬을 했고, 촬영 중 선배로서 배웠던 부분이나 이병헌씨한테 해주었던 각별한 조언이 있는지? 이병헌씨가 할리우드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점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어연기에 대해에서도 능숙하게 하고 있다는 점인데, 연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으로 힘들었던 점도 있을 텐데 연기를 할 때 감정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영어연기를 잘 할 수 있었던 이병헌씨만의 노력이나 비결은?
[이병헌] 영어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나라 언어를 이용해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다가 누가 툭 쳐도 그 대사가 술술 나올 수 있도록 그 대사만큼은 완벽히 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촬영현장에서 대사를 했는데 옆에 있던 한 스텝이 제 대사 발음이 잘못됐다며 충고를 해주었는데 그 순간 내가 외웠던 대사들이 하얗게 지워지고 그 발음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머리 속이 내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어떤 대사를 하는지 기억이 안나요. 꼭 신인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지.아이.조 1>는 수많은 캐릭터와 엄청난 CG들로 많은 것들은 설명해야 하는 영화였지만 존추 감독의 <지.아이.조 2>는 그런 부담은 덜고 인물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춰 인물들의 히스토리를 보여주고 드라마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액션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드라마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추 감독 스타일 때문에 촬영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촬영이 끝나도 카메라를 끄지 않고 여러 가지 버전으로 촬영을 했는데 저는 5,6가지 버전도 요구받은 적 있어요. 저는 감독님 같은 스타일이라 저랑 잘 맞았죠. 그래서 1편에 비해 좀 더 연기적으로 감독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Q. 고난도 액션 씬이 많고, 상의 탈의도 많다. 몸매 관리도 관리하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했는가?
[이병헌] ‘스톰 쉐도우’가 만화 속에서 킬러이기 때문에 기존 지.아이.조 팬들의 상상 속에는 굉장히 완벽한 몸매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했고 1편과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몸집을 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편에서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의 몸을 보여줬는데 2편에서는 벌크가 있는 몸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생각처럼 잘 보여줬는지 모르겠지만 더 락(드웨인 존슨)을 의식하고 낸 아이디어는 아니었습니다.(웃음).
Q. 패티김 선생님의 이상형이 이병헌씨라고 한다. 만나면 꼭 식스팩을 보여 달라 하겠다고 했는데 이 영화를 꼭 추천하겠다.
[이병헌] 그럼 영화만 봐야 한다. 식스팩은 한국 오자마자 원팩으로 유나이티드 시켰습니다. 그걸 유지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리고 다음 차기 작에서는 왕으로 나오는데 감독님이 평범한 몸을 요구하셔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웃음)

Q. 브루스 윌리스가 이병헌씨께 칭찬했는데 이에 대한 응답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와 드웨인 존슨 역을 한국배우가 한다면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가 칭찬한 것은 약간 영화의 홍보성 같습니다. 물론 미국배우들이 칭찬 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후한 면도 있지만요. 어쨌든 훌륭한 배우가 제 이름을 거론하여 말씀하셨는데 너무 감사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를 감히 제가 어떻게 능가하겠습니까? 좋은 후배로 생각해주셔서 영광이고 행복하고 개인적으로도 그 분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두 캐릭터를 우리나라 배우 중에 한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굉장히 존재감 분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루스 윌리스 역으로는 현역에서 퇴직했지만 지금까지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선배님이 맡으시면 좋겠구요. 드웨인 존슨은 스타성, 볼거리, 몸매, 근육 등을 염두하여 캐스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걸맞는 한국배우가 하면 어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한국에서 제작된다면 ‘스톰 쉐도우’ 말고 하고 싶은 역할은?
[이병헌] ‘스톰 쉐도우’가 좋아요. 처음 ‘스톰 쉐도우’ 역할을 맡았을 때 저 혼자만 만화 같은 캐릭터여서 자칫하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캐릭터를 왜 나에게 시켰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역할의 히스토리를 공부하다보니까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더라구요. 이 영화에서는 코브라 군단과 지아이조 군단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친구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 잘못하면 회색군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좋은 의미로 따지면 고독하고 쓸쓸한 파이터 느낌?! 저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Q. <지.아이.조 2>를 기다리는 관객분들을 위해 마지막 한 말씀?
제 영화 홍보할 때 재미있다고 홍보를 못 하겠더라구요. 영화홍보가 많이 됐으면 좋겠지만 제 입으로 말하기 낯간지럽구요. 대신 몇 개월 동안 찍은 느낌은 확실히 1편보다 재미있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이 정도 까지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