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9시 40분 지하철 5호선 발산 역에 가면 스타렉스 승용차가 한 대 서 있다. 이것이 영구아트무비로
가는 통근차량이다. 사람들이 다 타고난 뒤 차량은 출발을 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길 양 옆에 펼쳐지는 풍경은 시골길 그 자체였다. 논과 밭을 20여
분 지나가다 보니 웬 학교 건물이 논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영구아트무비였다.

꿈의 새 사옥
"폐교였던 곳을 매입했습니다.” 프로덕션팀 양보석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12월 영구아트무비가 이사 온 이 부지는 지난 99년
폐교되었던 서울 오곡초등학교. 영화 ‘선생 김봉두’의 장면 일부도 이곳에서 찍었단다.

이 곳은 인근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때문에 개발이 제한된 곳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는 온통 논과 밭만 보일 뿐. 영구아트무비
심형래 대표는 이 부지를 매입한 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평선 보이는 곳 봤어?” 기자는 정말 이곳에서 지평선을
확인했다. 탁 트인 하늘이 보인다는 메리트 때문에 이곳은 영구아트무비 부지로 선택되었다. 거칠 것 없는 들판 위에 펼쳐져 있는 하늘은 웬만한
블루스크린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게 작업자들의 평가다.
새 사옥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었다. 우선 2층짜리 학교 건물은 CG실, 디자인실 등 사무실로 개조되었고 현재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상태이다. 운동장에는 천막이 쳐져있는데 미니어쳐 제작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미니어쳐 팀의 보금자리는 올
여름쯤 완공될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담장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새 사옥으로 이전한 영구아트무비(이하 영구아트)는 단지 SFX영화 제작사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운동장에 스튜디오를 지을 예정인데,
완성되면 CF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한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영구아트에서 생각하는 규모는 남양주의
종합촬영소나 파주의 아트서비스 정도 수준. 특수촬영 전문회사 인데다가 최종 결과물까지 낼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며, 또 교통이 편하다는 장점까지
갖춰 경쟁력이 있다는 게 영구아트 측의 계산이다.

300여 종의 캐릭터 상품
영구아트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캐릭터 상품을 진열해 놓은 장식장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디오라마와 각종 액션피겨,
생활 용품 등 모두 ‘D-WAR'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상품들이었다.


지금까지 개발한 캐릭터 상품은 모두 300여 종이라는 게 홍보담당인 전세영 씨의 설명이다. “캐릭터 라이센스와 관련한 수익이 영화 수익의
5~6배가 넘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D-WAR'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릭터 상품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상품이 탄생하는 곳은 영구아트 디자인실이다. 보통 디자인실이 컨셉디자인 등을 주로 담당한다면 영구아트의 디자인실은 캐릭터 상품
디자인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컨셉디자인과 상품 디자인을 반반씩 작업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실 남동원 실장의 말에서 캐릭터 상품
개발을 강조한 영구아트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 상품의 디자인은 미니어처 제작팀에 전달되어 실체가 만들어진다. 정말 원스탑으로 많은
것들이 이뤄지는 편리한 구조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300여 종의 캐릭터 상품은 현재 미국 등지에서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용가리’ 작업 때에도 이러한 캐릭터 상품은 기획되었지만 지금과 그때의 규모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첫
경험과 두 번째 시도의 차이는 이처럼 하늘과 땅만큼 큰 걸까.
‘D-WAR' 캐릭터 개발은 애니메이션 제작으로도 이어진다. 셀 애니메이션으로 작업될 이 프로젝트의 캐릭터는 미국만화 스타일로 제작된다.
과연 어떻게 작품이 나오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뜨거운 해외의 반응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된 ‘D-WAR'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현재 MGM과 Artisan 등 메이저 회사에서 공동제작이나 배급 의향을 밝히고 있습니다.” 양보석 팀장에 따르면 MGM에서는 공동제작
의향을 밝히고, Artisan에서는 배급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워너브라더스와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는 캐릭터 사용권에 대한 계약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영구아트는
이들 가운데 가장 좋은 조건을 내 건 스튜디오를 파트너로 삼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같이 적극적인 외국 회사들의 러브콜은 기본적으로 'D-WAR'의 참신성과 치밀한 준비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전작 ‘용가리’가 뿌린 씨앗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혹평을 받은 영화이긴 하지만, ‘용가리’는 외국에서는 영구아트라는 이름을 알리는 주춧돌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넷의 수많은 DVD 판매 사이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우리 영화가 있다면 ‘용가리’일 것입니다.” 양 팀장은 자랑했다. 양 팀장은 이어
‘용가리’가 미국 전역의 비디오 대여점 집계에서 3주간 미개봉작 대여순위 1위를 고수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음을 강조했다.
뜨거운 관심 속에 영구아트는 드디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구아트는 지난 해 미국의 락우드(Larkwood)라는 투자회사와
1500만 달러의 해외투자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500만 달러라면 180억 원이 넘는 액수이다. 한국 영화가 미국으로부터 백억 원이
넘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받는 것은 ‘D-WAR'가 처음이다. 영구아트는 영화 자체에 대한 투자 외에도 콘텐츠 파생 상품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투자를 이끌어 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1인 다역 심형래 감독

일반인들에게 심형래 감독은 유명한 개그맨이다. 하지만 영구아트 직원들에게는 감독님이자, 사장님, 그리고 친근한 형님이다.
“60여 명 정도 되는 정 직원 개개인의 이름과 성향, 사정 등을 챙기고 있습니다.” 전세영씨는 심 감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심 감독의 인터뷰는 'D-WAR' 일로 미국에 가 있었기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영구아트에서 심 감독이 담당하는 일은 1인 4역. 경영, 제작, 마케팅, 그리고 감독이다. 1인 다역을 소화하다보니 보통 12시나 1시가
심 감독의 퇴근시간이라고 한다.
기자가 보고 놀랐던 것은 심 감독이 그렸다는 초기 콘티이다. 결코 널널하지 않은 일정 속에서 주요한 장면은 손수 콘티를 챙기는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개그맨의 이미지는 점점 바래져 가고 있었다. 심 감독의 그림 솜씨는 꽤 수준급이었다.
촬영장에서는 어떤지 궁금했다. “촬영장에 들어가면 모든 스텝과 배우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속전속결로 촬영일정을 진행하는 이면에는
10년 이상 6편의 영화를 제작, 감독한 심 감독의 경험이 숨어 있다는 게 전세영 씨의 설명이다. “감독님 머리 속에는 영화 촬영에 대한
와꾸(기본틀)가 그려져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TV에서 보는 것과 똑같아요. 직원들을 웃겨 주시죠.”
D-WAR

'D-WAR'는 동양적인 용, 이무기와 서양적인 정서가 만나는 환타지 영화로 데모에서 그 규모가 보통이 아님을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대포를 장착한 이무기들과 이에 대적하는 포졸들이 나오는 ‘D-WAR'의 데모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깨는 발상에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500년 전 조선시대 때 벌어진 이무기들의 전쟁이 현대의 미국 LA로 이어진다는 시공을 초월한 내용의 ‘D-WAR'는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으로 인해 많은 외국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윗 그림을 클릭하면 'D-WAR' 데모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3월이면 ‘D-WAR'가 본격적인 촬영을 개시한다. 3월 미국에서의 크랭크인을 필두로 ’D-WAR'의 본 작업이 시작된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앞둔 영구아트의 작업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는 한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모두들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상황이거든요.” 시각효과실 윤충렬 팀장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기대감을 이와 같이 표현했다.

본격적인 작업을 앞두고 영구아트는 식구를 더욱 늘일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다. “영화스텝 빼고 현재보다 1.5배 증원할 예정입니다.”
인원확충에 관해 양보석 팀장은 30여 명의 인원을 조만간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사람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CG실 남상우 실장은 기존 팀과 잘 융합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밝혔다. “촬영기법이나 군중씬, LA 도심
폭파 씬 등 난이도 높은 특수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는 각자 위치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영구아트 CG실에서 고민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다음 세 가지라고 한다. CG로 실사같은 느낌을 만들 수 있는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가, 실사와 티 안나게 깔끔하게 융화될 수 있는가. 영구아트 CG실에 지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기작
다음 작품은 두 가지 정도가 기획 중에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극장용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황금섬’이라는 작품이다. 영구아트의 장점인 미니어쳐로 배경을 꾸미고 그 위에 3D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오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기획은 ‘D-WAR'의 프로덕션 작업이 끝난 뒤 바로 들어갈 예정이다. 또 한 가지는
’Fish War‘라는 작품으로 돌연변이 물고기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내용의 SFX 영화이다.


영구아트무비를 처음 찾은 기자는 이곳이 바로 꿈의 공장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다른 시설이 어느 정도 완공된 다음에는 취재를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마무리 취재를 할 계획이다.
영구아트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창작 공간이었다.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있는 서울 시내 빌딩 숲
속이 아닌, 탁 트인 넓은 대지 위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펼치는 그들이 부러웠다.
영구아트는 선구적인 곳이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의 개발로 영화라는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시도를 했으며,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그들의 취향에 맞춰 전략을 짰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둘 그 결실을 수확해 가고
있다.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 하는 겁니다.” 몇 년 전 심형래 감독이 했던 유명한
말이다. 인터뷰 중 만났던 한 사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심 감독님의 말을 거의 입증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두고 보세요.
결과물로 증명해 줄 것입니다.”
올 겨울 어떤 영화가 영구아트에서 나와 세계인들을 즐겁게 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