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만화전 개최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갤러리 제3전시실에서 '아시아 만화전'을 개최한다. 아시아국가들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90년대 아시아의 사회 및 문화를 주제로 해 한국을 포함한 일본과 중국, 미얀마 등 아시아 9개국의 유명 시사만화가들이 9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고로 이번 전시회는 7월 6일부터 12일까지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전시실에서, 8월 6일부터 17일까지는 제주도 일본영사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며, 입장은 무료다. 보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02-2122-2820)로 직접 문의한다.

작가명 : 김성환
작품명 : 거지도 자가용으로 영업(Beggar on wheels too)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만화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린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유해한 것으로 치부되어 부모님들의 눈을 피해 몰래 책장을 넘겨본 경험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화도 이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하면서 좀더 탐구하고 읽어볼 만한 문학 장르로까지 승격(?)되었으니 참으로 오래살고 볼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만화 중 신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시사만화. 하나 내지는 서너개의 컷에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해 통쾌하게 꼬집는 시사만화가 주는 짜릿함은 단순한 웃음뿐만 아니라 직접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러한 시사만화를 그것도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의 작품들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바로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세종문화회관의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전시중인 '아시아 만화전'이 그것이다.

작가명 : 모리타 겐지
작품명 : 무의 경지(Quest for Balanced Mind)
전시장에 들어서면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깔끔하게 정리된 전시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품감상은 전시장 입구의 왼편부터 코너를 돌아 따라가면서 보게 되어있는데, 아시아 9개국에서 각 10작품씩 출품해 총 90편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 중 일부를 살펴보면 중국의 경우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희귀 동물의 멸종이나 시장경제의 선호에 따른 학교사회의 붕괴,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공해 등 최근 중국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꼬집는 작품들을, 인도의 경우 허풍스런 정치가와 국내 영화의 틀에 박힌 스토리에 대한 풍자를,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내의 부패한 정치와 개혁의 바람을 상징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특히 부정부패와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약해진 자국을 종이 호랑이로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고바우 영감'으로 친숙한 김성환 씨의 작품이 선보였는데, 병역비리부터 스포츠인의 영웅화, 공공장소에서의 핸드폰 남용 등 현 국내실태를 조목조목 꼬집어 보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이 많았다.
한편 다소 독특하게 느껴졌던 작품은 일본의 모리타 겐지의 '독점'으로, 화물선에 코끼리나 기린 등의 동물들을 제치고 일산 자동차들이 줄지어 실리는 모습을 묘사해 자국의 실태를 풍자한 여타 작품들과 달리 자국의 우월함을 표현하고자 한듯 했다.
이날 전시된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또 다른 점은 작품의 표현면으로, 작품 전부가 연필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작업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정교함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같은 때에 이런 점이 오히려 신선해 보였다.그밖에 각 국가의 작품들 옆에는 해당 국가에 대한 기본 정보(나라면적, 인구수 등)를 제시해 보는 이들이 작품을 이해를 돕도록 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비록 그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시사만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과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는 각 국가들의 실태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좀더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시사만화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행사가 좀더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전시장을 나왔다.

작가명 : 오피케
작품명 : 아주 익숙해짐(Used to it)
작품설명 : 미얀마 사람들은 늘 고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어, 그들에게 아시아 경제 위기라는 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 참고로 위의 작품명과 작품설명은 행사 카탈로그를 참조한 것입니다.
ps.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아직 홈페이지가 없다고 합니다. 11월 경에 오프할 예정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