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대원동화에 입사, 20년 넘게 애니메이션 외길을 걸어 온 백승균 감독. 『달려라 호돌이』를 시작으로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 『레스톨 구조대』, 『탱구와 울라숑』, 『왕후 심청』 등 다양한 창작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감독으로 콘티 작가로 참가한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의 산 증인이다. 백승균 감독에게 우리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이야기와 진단을 들어보기로 한다.

CGland│애니메이션 영역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어떻습니까?
백승균│대학 졸업 작품이 별의 움직임과 생성 소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것을 제 나름대로 특수촬영을 하고 효과를 내어 만들다 보니 이것이 곧 애니메이션이였습니다. 이 작품으로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일본 도에이에 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CGland│1987년 국내 최초의 T.V 시리즈 『달려라 호돌이』의 연출과 국내
최초의 T.V 장편만화영화 『떠돌이 까치』의 공동연출을 하셨는데 그때와 지금 제작환경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백승균│그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는 OEM이 주축이 된 산업 구조에서 국내
기획물을 제작하다 보니 제작사나 스텝들이 OEM에서 경제성을 획득하면서, 다소 경제성이
떨어지는 국내 기획물에도 의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OEM 시장도
거의 사라지고 있고, 국내 자급자족 시장이 불가능한 우리 상황에서는 기획물 제작이
매우 힘겨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메이저 급으로 불리던 여러
애니메이션 프로덕션들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동안 사업을 했다기 보다는 장사를 했다고 봐야죠.

CGland│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초석을 만드신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젊은 제작자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요?
백승균│제가 초석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위축된 상황에서 장점과 단점을
말하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장사꾼 보다는 사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CGland│제작하신 작품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소나기』입니다.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 해보고자 한 작품으로
1992년쯤 기획하여 직접 시나리오와 콘티, 연출을 하였는데 당시 프로듀서와의
문제로 내 의도로 완성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CGland│작품 제작에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백승균│작품이 갖는 본질, 그 것은 기획의도일 수도 있고 작품의 주제일 수도 있겠는데 어째든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만 연출이 가능해지고
재미와 감동, 절제력, 판단력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결코 난해하거나
어려운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하나는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머지는 연출자의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CGland│2D 애니메이션과 지금의 3D 애니메이션의 장, 단점을 들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백승균│장단점의 문제라기보다는 보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동안 셀, 2D, 3D, 스톱 애니메이션을 다 작업 해 보았는데 한가지만 고집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품에 적합한 표현방식을 선택해서 극대화 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표현방식의 장점들을 어떻게 작품에 보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툴이나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애니메이션적인 감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Gland│작품 제작의 영감을 어디서 비롯되나요?
백승균│글쎄요, 하루하루 나와 연계된 일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상황이나
대상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면 그것이 어떤 아이템이 되는 것 같습니다.
CGland│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문제점과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백승균│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단순히 현장에서 일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만
얘기하자면,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본 요소는 작품이라고 볼 때 현장에서 일하는 기획자,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나 감독, 애니메이터, 스텝들이 돈 몇 푼 받고 일 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자기의 작품이다라고 생각하고 일에 전념 할수 있도록 그들에게 명예나
아니면 권리, 또는 인센티브를 주어서 의욕과 창의력을 높여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재미있는
시나리오의 부재인 만큼 이야기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는 재미있다
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존의 극영화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들의 기획력,
마케팅, 배급에 있어서의 노하우를 접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Gland│일본 도에이 영화사 근무당시 느낀점 이나 그들의 장점을 들을 수 있을까요?
백승균│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은 여러 다양한 작품이나 작가를 인정
해 주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CGland│앞으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백승균│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영상이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하겠다는 의욕적인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는 한, 모든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때도 반드시 올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산업은 말로 잘 설명 할 수 없는 그 어떤 흐름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CGland│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느끼는 점은?(백승균 감독은 현재 홍대 애니메이션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백승균│애니메이션 계통의 대학 교육은 감각교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입학 전형부터 획일화된 방법에서 탈피하여 진정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의욕적이며 창의적인 학생이 입학 할수 있는 입학 전형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졸업 전형 역시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논문이나 졸업 작품만을 고집 할것이
아니라 개인의 전공에 맞게 창의적인 방법이 도입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질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떤 학생은 캐릭터를 하나를 개발했는데 상업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나다면, 또 어떤 학생은 단 한 컷이긴 하지만 독특하고 기발한 특수
효과를 개발해 냈다면, 굳이 졸업을 위한 논문이나 졸업작품보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희 대학의 경우를 보면,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현장이나 현실적인 면에 대해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학생으로서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태도가 순수하고
의욕적이란 점에서 놀랍고 많은 기대가 됩니다.
CGland│애니메이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백승균│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을
보면 영화에 대한이해와 공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한 2D하는 사람은 2D만 3D
하는 사람은 3D만들고 고 집하고 서로 별개의 것처럼 생각하는데 좀더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