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본격 인터뷰: 이근우, 한아름

CGLand(문): 그럼 간단히 식상한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다들 그림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력들을 가지고 계시는데 특별히 게임 원화 쪽으로 발을 들이신 이유가 있나요?

이근우: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도트로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게임 산업 초기 때 그림 동호회가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레이션과 컨셉 아트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CGLand(문): 아까 일러스트레이션과 컨셉 아트(원화)를 넘나든다고 하셨죠. 그러면 유치한 질문하나 가겠습니다. 어떤 게 더 좋으세요?

이근우: 그 때 그 때 느낌이 달라요. 그 두 분야가 분명 다른 것이 맞지만 국내에서는 보통 원화가가 일러스트레이션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컨셉 아트도 하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요.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션은 작업에 공을 더 많이 들이고 표현 방식에 대해 더 많이 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만 보면 일러스트레이션이 더 재미있고요.(전 PD의 손짓으로 마이크 잡는 위치를 조절한다. 옆에서 한아름 씨가 거든다) 그에 반면 컨셉 아트 같은 경우는 한 프로젝트에 어떤 것을 넣을지 발상하는 재미라고 할까요, 그런 점이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CGLand(문): 같은 질문을 한아름 씨께 여쭤 볼께요. 어떻게 게임계로 들어오시게 되었나요?

한아름: 대학교 때 그림으로 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처음 찾게 된 것이 게임 회사였어요. 맨 처음엔 도트로 일하다가 여기에 되게 많은 분야가 있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화가라는 것이 있구나, 알게 되었죠. 그전 까지는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게임 업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CGLand(문): 그래서 지금 원하는 만큼 그림을 다 그리고 계신가요?

한아름: 네, 저는 제 적성에 딱 맞아서 너무 좋아요.

CGLand(박): 중간에 죄송한데요, 지금 들고 계신 그림을 카메라에 좀 보여주시면서 설명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근우: 네. 저 같은 경우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재작년에 마비노기 팀에 잠시 있으면서 작업했던 것들입니다. 전부 프로모션 이미지고요. (첫 번째 그림을 보이며)

이거 같은 경우, 컨셉 아트라기보단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즉, 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캐릭터 설정 같은 것들이 다 끝난 상태였죠. (그림들을 차례로 넘긴다. 한아름 씨도 같이 구경한다.) 이 그림들이 다 마비노기에 들어간 이미지들입니다.

 

한아름: 전 공개된 것이 딱 이 두 작품밖에 없어요. (한 장을 들춰 보이며)

이게 원래 마비노기 1에 나왔던 신이에요. 거기서 연계된 마비노기2를 지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렇게까지는 공개가 되는데 다른 일러스트레이션은 세계관이 포함이 되어서 공개하기가 힘들고요. 그래서 전 이 두 작품밖에 없어요.

 

CGLand(문): (식상한 질문만 하게 되어 초조하다가 영감을 얻어 눈이 급히 빛난다.) 마침, 또 제가 그럴 줄 알고 준비해온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두 분 다 그리시던 분들이고, 창작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세상에 보이고픈 욕구가 있는데, 그런 게 욕구불만처럼 쌓이지는 않나요? 작업의 특성상 공개 안 되는 것이 많잖아요.

한아름: 저는 쌓였었어요.(너털웃음) 예전에는 회사 시스템을 잘 모르고, 어렸을 때라 주어진 일만 하다 보니까 제 생각만 하면서, 왜 이런 걸 공개 안 해줄까, 섭섭했는데 조금 경력 쌓이고 저에게 지시사항을 주시는 분들의 마음도 조금 알게 되니까 너무 속 좁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또 언젠가는 공개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급하거나 불만처럼 쌓이는 건 없더라고요.

CGLand(문): 이근우 씨는 그런 경험이 없었나요?

이근우: ...(짧은 침묵, 그러나 답을 고르는 과정에서 온갖 번뇌가 스치는 듯하다.) 사실... 없다고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거든요.

 

CGLand(전); (컷을 하며)잠시만요. 지금 한 분 한 분 말씀하시니까 한 분 얼굴만 계속 촬영이 들어가게 되요. 중간에 끼어들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끼셔도 되니까요, 자유롭게 하세요.

이근우: 아, 네. 어쨌든, 그런 마음이 없다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고, 어차피 프로젝트가 나중에 성공적으로 런칭이 돼서 공개되면 전체적인 컨셉이 게임을 통해 알려지잖아요. 그걸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되었죠. 회사에서 작업하는 것이고 저희는 회사에서 고용한 고용자 입장에서 그런 걸(보안) 지켜주어야죠.

CGLand(문): 큰 시스템에 맞춰 가시는 모습이군요.

이근우: 네. 또 그런 반면에 회사 업무 시간 외에 개인 작업을 부지런히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블로그 활동도 하시고요.

CGLand(문): 그럼 두 분도 블로그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한아름: (이근우 씨를 보며) 했었는데, 그죠? (둘 다 웃는다.) 지금 또 신년이기도 해서 새롭게 마음을 다 잡고 개인 작업을 시작하고는 있어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 프로젝트가 너무 좋은 거예요. 변명일수도 있는데, 그래서 모든 시간을 다 회사에 쏟아 부으니까 에너지가 남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부턴 다시 시작하자, 계획을 세웠죠. (갑자기 이근우 씨를 쳐다보며) 해주세요, 업데이트 좀.(이근우 씨 당황)

CGLand(문):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한 게 언젠데요?

이근우: 작년 5월인가...

한아름: 저도요. 저도요.

 

CGLand(박): 잠시만요. 일단 뒤에 두 분이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것 같아요. 한 번 교대하도록 하죠. 지금 너무 긴장하셨는데 두 번째 하시면 더 자연스럽게도 될 거 같고요. 여기서 커트할께요.

이, 한: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근우, 한아름 자리에서 일어나고 김진희, 김범 씨가 와서 자리를 채운다. 그 중에 전PD 주의를 준다.)

CGLand(전): 근데, 인터뷰 중에 뒤에서 떠드는 소리가 너무 크거든요. 주의 좀 해주세요. 그리고 저기 유리에 두 분 계신게 다 보여서 곤란하거든요. 죄송한데 이쪽에 앉아서 계시면 안 될까요? (이, 한 지정된 소파에 앉는다. 전PD, 김진희, 김범 씨를 돌아본다.) 방금 하신 거 보셨죠? 딱딱한 거 보셨죠? 서로 좀 말도 나눠가면서 자연스럽게 해 주세요.

(다시 세팅하고 인터뷰 준비가 끝난다. 김진희, 김범 그림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