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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이스 에이지 2의 애니메이션 과제들

첫 번째 아이스 에이지를 작업했던 애니메이터는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았고,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은 4족 동물의 보행 및 움직임들을 습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참고 자료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많은 “동물의 왕국”성 다큐멘터리 자료들을 모으고, 프로덕션 준비 기간 중 애니메이션 팀 전체가 브롱스 동물원으로 견학을 가서 여러 동물들의 동작이나 특징적인 행위들을 스케치하고 촬영했다. 물론 빙하시대 전후에 살았던 동물들이 지금 동물원에 남아있을 리 없지만, 같은 종이나 과에 속하는 현재의 동물들의 움직임에서 기본적인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관객 역시 빙하시대의 동물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존하는 동물들의 움직임에 기반한 동작들은 관객들이 영화 속 동물들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이동하면서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을 때, 애니메이터들은 우선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드는 데에 <로봇>때보다 두 배의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캐릭터의 무게감과 자연스러운 발동작(고양이나 코끼리 등의 동물들이 걸을 때는 각 발의 타이밍이 참으로 까다롭게 진행된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무너지고, 캐릭터들의 존재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감정 전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사랑받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다.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이 캐릭터들을 처음 만지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프로덕션 초기에는 전작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들이 팀 내 세미나를 개최해 각 캐릭터들의 동작 특성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해빙기로 접어드는 영화의 배경에서 캐릭터들이 물과 상호 작용하는 장면들은 불가피했다. ‘디에고’가 살얼음판을 뛰어 탈출하는 장면이나, 클라이맥스에서 맘모스 ‘매니’의 수중 액션 장면, 또 ‘디에고’의 수영 장면 등은 참고자료조차 쉽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믿을 법한 장면 연출을 위해서는 애니메이터의 순수한 동작 재현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6. 애니메이션 부서의 인하우스 툴

복잡하고 비중 있는 애니메이션 지원 툴은 R&D 부서에서 제작이 되고, 그 외 자잘하지만 업무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스크립트와 플러그인들은 애니메이션 부서 내의 전담 테크니컬 애니메이터에 의해 제공된다. 보안상 자세한 내용이나 스크린 샷을 첨부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예를 들자면,

- 이차적 액션(secondary action)을 자동화 해 주는 플러그인
- 선택한 오브젝트의 애니메이션 커브를 임포트/익스포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 캐릭터의 포즈를 간단한 썸네일 이미지가 포함된 버튼으로 저장해서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 간단한 편집 기능이 포함된 자체 이미지 시퀀스 플레이어. 이것을 이용하면 각 애니메이터가 데스크탑에서 간단하게 여러 샷을 붙여서 플레이해 볼 수 있다.
- Maya의 작업화면 상에서 캐릭터 위에서 오른쪽 클릭을 하면 기존의 핫박스 대신 해당 캐릭터의 세부 메뉴(주요 컨트롤 선택, 지오메트리 해상도 변경 등 자주 쓰는 명령들)를 팝업 식으로 보여주는 스크립트

7. 스미어 프레임(Smear Frame)

카툰 식으로 과장된 동작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테크닉 중 하나가 스미어 프레임의 이용이다. 스미어란 물감 등을 문질러서 번지게 하는 효과를 뜻하는데, 스미어 프레임은 재빨리 이동하는 두 프레임 사이의 동화를(일반적으로 1～2장) 잡아 늘려서 빠른 동작을 관객에게 보다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테크닉이다. 이는 과거 척 존스와 같은 루니 튠스 애니메이터들이 개발하여 모션 블러가 없어 동작을 부드럽게 하기 힘든 2D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아이스 에이지 2에 새로 등장하는 주머니쥐 캐릭터 ‘크래쉬’와 ‘에디’, 그리고 조연으로 출연하는 ‘패스트 토니(왕뻥 토니)’와 같은 캐릭터들은 대단히 카툰적인 과장되고 빠른 움직임들이 특징적이기 때문에, 모션 블러를 이용하더라도 급격한 포즈의 변화를 관객이 부드럽게, 그리고 동작의 궤적을 선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미어 프레임의 테크닉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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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2, 3, 4번째 프레임에서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전체를 완전히 잡아 늘린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 관객은 이렇게 왜곡된 형태를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3프레임 만에 S자 커브를 그리는 재빠른 동작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법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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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토니’가 프레임 안으로 재빠른 속도로 들어올 때, 위의 그림처럼 동화 부분에서 팔과 코를 잡아 늘리면서 그 동선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단순화된 호(arc)를 그리도록 함으로써 동작의 방향성과 연속성을 관객에게 혼동 없이 선명하게 보여 질 수 있게 하였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유사한 테크닉들이 영화 곳곳에서 사용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효과를 무작위하게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었다. 특히 맘모스 캐릭터나 기타 무게감 있는 캐릭터의 비교적 느린 동작에 이러한 테크닉을 사용하게 되면 관객이 형태의 왜곡을 인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문성 /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애니메이터

자료 협조 / 이십세기 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