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작
CGLAND : 투자 유치 과정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또한 초기 46억 원 이었던 제작비는 제작기간이 길어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는데, 이에 따른 문제는 없었는지, 또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경학 PD : 처음에 쉬리가 개봉하기 전 국내 영화 제작비는 10억 내외였습니다. 그래서 극장용으로 가면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렵겠다는 예상은 했습니다. 당연히 당시에는 그 비용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수치였습니다. 따라서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이 관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해외시장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성공 사례가 없었으므로 투자를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황경선 PD의 노력으로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고 나서 대만으로부터 사전 판매계약 대금으로 30만 달러(약 3억6천 만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CGLAND : 국내 애니메이션은 리스크가 높아 투자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더풀데이즈는
15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지원 받았습니다. 제작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요소가 투자사의 평가 기준인데, 애니메이션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환경에도 이렇게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경학 PD : 투자사의 입장에서 투자 평가 기준은 다음 세가지 입니다.
첫째는 투자 리스크 입니다. 100억원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에 내가 10억을 투자하면 과연 나머지 90억을 모을 능력이 있는가
판단합니다.
둘째는 제작 리스크 입니다. 100억원이 필요하다기에 100억원을 투자했는데, 과연 그 비용으로 제작을 끝낼 능력이 있는가
판단합니다.
마지막은 흥행 리스크 입니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흥행 할만한 프로젝트 인가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런 리스크를 판단하기 전에 신뢰가 우선 됩니다. 영화든지 애니메이션 이든지, 해당 작품의 가망성이 보이면 참여 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양철집이 삼성벤처투자에 보여준 신뢰가 투자를 결정짓는 요인 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 비용 가지고 이 정도
이루어 놨으니 앞으로도 믿을만하다는 거죠.
CF만 제작하다가 장편 애니메이션은 처음 만드는 입장이었지만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원더풀데이즈 제작이 시작되면서 틴하우스 식구들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원더풀데이즈 때문에 포기한 것들은 말로 표현 못하죠.
이런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역량을 모두 쏟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에게 보여줘야만 합니다.
CGLAND : 일각에서는 인력은 넘치지만 정작 실력을 갖춘 인력을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인력 충원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이경학 PD : 그에 대해서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작을 해봐야 실력도 검증을 받고 쌓이는 것인데,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에게 기회가 안 주어졌습니다. 이건 업계의 문제 입니다. 원더풀데이즈에도 실력면에서 훌륭한 많은 인재들이 참여했지만,
장편 제작 경험을 가진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창작을 계속 해서 좋은 인력들에게 창작 경험을 가지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인력을 데려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죠. 이런 경험을 갖은 인력을 업계에 배출하게된 것도 원더풀 데이즈의 성과가 되겠네요.
CGLAND : 멀티레이어 방식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와 해결에 관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이경학 PD : 시행착오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해봤던 일을 반복해서 되풀이 실패하면 시행착오라는 표현이
적당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안 해본 일을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라기 보다는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처음이었습니다.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노하우가 하나씩 쌓이고 결국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원더풀데이즈 기획 당시 주라기 공원의
합성 장면이 18분 정도 되는데, 원더풀데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합성 장면 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작업에 참여한 스탭 모두가 최종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작업을 해야만 하는 점 이였습니다. 씨지팀이 미니어처를
못 보고, 셀팀이 씨지를 못보고 작업을 하니 디테일한 부분에 관한 의사 소통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문생 감독님의 비전하에
연출부와 제작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했고 문제는 해결되어 갔습니다.
CGLAND : 여전히 국내 영화제작에서 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외에 비하면 상당히 낮습니다. 하지만 원더풀데이즈는
음악에도 많은 정성을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음악 제작에 있어 작품의 의도에 대한 음악감독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관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이경학 PD : 김문생 감독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음악은 애니메이션의 영혼이다.” 원일 음악 감독님하고 김문생 감목님은
3년 동안 같이 작업을 했습니다. 그 사이 수많은 샘플링 음악도 만들고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되었습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죠. 체코 필과 배경음악을 만든 것은 이미 크게 알려졌고요. 좋은 음악이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CGLAND : 삼성 벤처 투자가 다음 등과 결성한 영상 산업 투자 조합이 해체 되었는데, 원더풀데이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진 않겠습니까?
이경학 PD : 이미 삼성에서 투자한 자금은 모두 들어와있고 제작도 끝나가기에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여전히 삼성하고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으며, 비즈니스 능력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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