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근래 들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삼지애니메이션의 『오드패밀리』, 디자인스톰의 『아이언키드』 등 완성도 높은 TV용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에네메스의 『Z스쿼드』와 같은 화제작들도 연이어 방송이 예정되어 있어 애니메이션 창작 붐을 이어갈 전망이다.
극장가에서는 『파이스토리』가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었다. 『파이스토리』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겨뤄서 2주 정도에 3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주말 극장가에서 항상 매진을 기록한 『파이스토리』. 한두 주만 더 상영했다면 충분히 4~50만의 관객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30만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지 않은 성과이다.
씨지랜드는 『파이스토리』로 국내 애니메이션 부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디지아트를 찾아가 실무 팀장들의 육성으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어떻게 작업을 진행하는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등을 알아보았다.
■ 애니메이션
기본 동작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기본 동작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뒤, 상황에 맞는 동작을 적절하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한재승 팀장| (프로 애니메이터로서의) 작업자들은 주어진 동작을 표현 못해서 고민하는 적은 별로 없습니다. 상황에 맞는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뿐입니다. 타이밍에 대한 고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손을 내리더라도 오른 손과 왼손을 내리는 속도를 미묘하게 다르게 한다든가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순호 팀장| 걷기, 뛰기, 물건 들기 등의 표현은 애니메이션을 계속하던 분들이라 별로 고민하는 부분이 아닙니다. 가끔 입사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걷기, 뛰기, 들어올리기 등을 보내는데 이것은 기본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표현하는 표현력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상당히 동작들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학교에서 국어책 읽어나가듯이 딱딱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문제가 덜 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분량을 작업해야 합니다. 애니메이터를 지망하시는 분은 이 점 유념하시면 좋겠습니다.

장순호 팀장
한재승 팀장| 실제 작업에서는 한 동작만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복합적인 동작들이 한 씬에서 표현되어야 합니다. 팔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도록 고개와 허리, 다리도 의미를 갖고 움직여야 합니다. 또한 등신 비율에 따라 각각 애니메이션을 다르게 줘야 합니다. 둘이 걷는 장면의 경우 다리의 길이에 따라 어떤 캐릭터는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다른 캐릭터는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줘야 같이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장순호 팀장| 걷기를 예로 들었을 때, 기본적으로 걷는 게 완벽하게 구현된 상황에서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표현하도록 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입사지원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신입으로 이러한 상황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1~2년 정도 작업하던 사람들부터 이런 상황 표현이 가능하더군요.

현재 작업 중인 『아웃백』의 한 장면
캐릭터스튜디오보다는 본(bone)이 좀더 풍부하게 동작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한재승 팀장| 저희는 작업에서 캐릭터스튜디오보다 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캐릭터스튜디오의 경우 한계가 있더군요. 작업자 가운데 캐릭터스튜디오로 작업한 사람을 불러서 "네가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 있습니다. 그 작업자는 "안 움직여요. 잘 안 되더라고요."라고 대답하더군요. 현재 저희 회사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경우 본으로 작업을 합니다.
본의 경우 캐릭터를 세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도 합니다.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뼈를 몇 개 어느 위치에 박아야 하는지, 과장 표현을 할 때 발은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 등등 미리 예측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동작의 한계라든가 움직임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게 되지요. 하지만 일단 잘만 세팅해 놓으면 사용과 수정이 편합니다.
현재 저희 디지아트에서는 애니메이터 20명 중 5명이 본세팅 즉 리깅(rigging)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재승 팀장
장순호 팀장| 애니메이션 작업은 함께 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조직 안에서의 친화력은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튀지 않고 부드럽게 잘 흘러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연출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은 곤란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의견 개진은 할 수 있고, 또 권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강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면접을 보면 그런 점들이 드러납니다. 다른 파트보다 애니메이션은 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작품을 총괄하는 감독의 머릿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구현해야 합니다.
디지아트의 실무 애니메이션을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