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SKG는 '슈렉'과 '쿵푸팬더'에 이어 2010년에는 더욱 ‘큰 마인드’로 무장하고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애니메이션 팬들을 찾아왔다. 바로 미워할 수 없는 슈퍼악당 '메가마인드'. 그리고 이 슈퍼악당의 탄생에는 또 한명의 한국인 아티스트 서명철 Visual Developer가 있었다. Visual Developer라는 조금 생소한 그의 일과 드림웍스에서의 생활을 들어보자.

CGLAND :　드림웍스에서 하는 일과 본인 소개
 드림웍스에서는 Visual Developer로 일하고 있는 서명철(Stan Seo)입니다.
일 한지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올해10월이면 3년째이고요. Visual Develope은 사실 Concept Art라는 말로 더 알려져 있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개념이지요. 영화의 Story를 시각화 해줄 수 있는 모든 형태의 Art가 다 해당됩니다.(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주로 Set Design, Mechanical Design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GLAND : 해외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계기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자동차 디자인을 너무 공부해 보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오자마자 그 당시 한국의 IMF(외환금융위기)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아는 지인을 통해 일본인 게임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쪽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지요. 결국은 학교를 졸업하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습니다. 드림웍스는 제가 DigitalDomain이라는 회사에서 영화 ‘트랜스포머’를 작업할 때 인연이 되었던 VFX Supervisor가 먼저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저를 Visual Develope Department에 소개시켜 준 게 계기가 되었지요. 이전에 했던 일이 이곳에서 하는 일과 너무 다른 일이어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워낙에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옮겼습니다. 그래서 2008년 9월에 처음 드림웍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CGLAND : 드림웍스에서 참여한 프로젝트 중 가장 재미있거나 보람을 느꼈던 게 있다면요
  보통 드림웍스의 Feature Animation Project은 2년 정도 개발기간이 소요됩니다. 어떤 경우는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도 하고요. 저는 이제 겨우 3년차이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메가마인드’가 가장 오랜 시간 작업했고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요. 그 외에는 Puss in Boots, Madagascar3, Megamind DVD같은 작품에 참여했습니다만 석달 미만의 단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Long Term Project 이 'The Guardians'(Project Name)이라는 작품 입니다.
 Visual Develope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오랜 시간을 거쳐서 진행됩니다. 상황에 따라 수개월 개발한 것들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따라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결국 내가 디자인한 것들이 영화상에서 살아서 움직이고 표현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이지요.

CGLAND : 포지션이 국내에서는 생소합니다. 파이프라인 상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요
 국내에서 Concept Art로 알고 있는 분야의 넓은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영화 전체의 진행과정으로 보면 Pre-Production, 즉 기획단계이지요. 영화의 스토리가 스크립트로 되어 나오면 그것을 감독이 원하는 영화 전체의 이미지와 비전에 맞게 시각화 해주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Design과 Color Script, Look이 감독으로 부터 승인 되어야 실제 Production에 들어갑니다. 저는 스스로를 Hybrid Artist라고 생각합니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전통적인 Painting 방법과 함께 3D Software를 병행해서 작업하기 때문이지요. 3D를 이용하면 특히 Set Design, Mechanical Design같은 분야는 Scale,뿐 아니라 디테일한 많은 부분을 실질적으로 Review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CGLAND : 최근 참여 작인 메가마인드에서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주로 Set Design, Mechanical Design을 맡았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배우 것이 있다면 모든 Visual Develope작업은 결국 Story를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 사물을 잘 Design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시각적으로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스토리와 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초기의 Megamind Art에서는 Megamind의 환경과 무기들이 훨씬 High-Tec하고 아름다웠지만 감독이 Metroman과의 완전한 대비를 요구했습니다. 이미지가 겹치면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EK라서 그때를 시점으로 많은 디자인이 수정되고 바뀌었습니다.
 감독이 Mechanical Design할 때 자주 말했던 Keyword가 'American Chopper'였습니다. 주로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수제 오토바이를 말하는데요. 다시 말해 스팀펑크 디자인같이 단지 복잡하기만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두드리고 만드는 Low Tec을 이용해 더 Solid한 이미지를 요구 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Megamind가 타고 다니는 Vehicle및 Robot, Machine들을 디자인 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예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진행하면 할수록 감독의 Vision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et Design도 마찬가지였습니다. Metroman Building을 디자인할 때도 건물의 그림자가 앞쪽의 시청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크고 압도적으로 디자인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Megamind의 Metroman에 대한 열등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지요.

CGLAND : 메가마인드에 참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과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요
 재미있었던 점은 위에서 말씀드린 새로운 관점을 깨달아가고 배우는 점, 또 같이 일하는 훌륭한 아티스트들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울 때이고요 반대로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힘들었던 점이기도 합니다. 그 차이만큼 노력해야 하니까요. 드림웍스에서 일하기 전의 작업들은 굉장히 정확하고 실수 없이 할 것을 요구받았는데 지금 하는 작업들은 그런 면에서 많이 자유롭습니다. 저는 그 점도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Department특성상 결과물이 정말 신선하고 Cool하면 나머지 부분은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할까요?

CGLAND :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과거의 프로젝트들과 최근 참여하신 메가마인드와의 차별된 요소가 있다면요
 과거의 모든 작업들은 후반작업(Post Production)이고 지금 하는 작업은 전반작업(Pre-Production)입니다. 많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전에 했던 작업이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보이면서 영화에 잘 융합될것인가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 나와서 어떻게 하면 Cool하고 멋있게 만들면서도 영화와 이야기를 잘 도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술적인 차별화도 그런 부분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Megamind에서는 Metrocity라는 거대한 도시가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대규모의 액션 신이 펼쳐지고요. 그러다 보니 그것을 독특하면서도 너무 많은 예산과 인원이 소요되지 않는 쪽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빌딩을 하나하나 만들지 않고 Procedure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Tool들이 개발되기 시작했지요.

CGLAND : 일을 해오시면서 부딪치는 한계가 있다면요.
오히려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체력'이겠고요. 따라서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정신적인 것들로는 작업의 성격상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니 시각적으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체들을 열심히 접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꼭 영화, 책뿐만이 아닌 음악, 여행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고 다른 생활이 있으니 그런 것에 예전같이 투자하지 못해서 고갈되어가는 부분이 있지요.

CGLAND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있다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79년 작품인 'The Castle of Cagliostro'입니다. Animation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해 소신이 있다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영화 속에 너무 많은 의미와 교훈을 담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재미'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The Castle of Cagliostro'는 비록 오래되긴 했어도  모든 요소가 다 녹아있는 명작이에요.
 한국영화중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인생'을 좋아합니다.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카메라가 아주 독특하고(액션위주의) 동시녹음도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 보기 원하시는 외국 분들에게 이 영화를 많이 추천 합니다. 미국영화 중에는 'No Contry for Old Man'을 좋아하는데 99% Dark Chocolate을 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써서 죽겠는데 자꾸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어요.

CGLAND : 국내외 명실 공히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 잡은 드림웍스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드림웍스는 어떤 곳인가요.
 드림웍스 전체 규모는 2,300명이 넘는 큰 회사이지만, 그 안에 5~6개의 Production이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독특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매번 영화가 바뀔 때마다 그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 독립된 그룹들 안에서의 뛰어난 사람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이 맡은 분야에 한 가지라도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에게는 언제든지 기회가 열려있는 곳입니다.

CGLAND : 한국출신이여서 힘들다거나 반대로 한국 출신이어서 갖는 장점이 있다면요
 드림웍스에는 유럽뿐 아니라 타국에서 온 외국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결국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또 개인의 마음이 얼마나 열려있고 같이 일하기에 즐거운 사람인가에 달려있다고 봐야지요. 이곳에 한국인이면서 Supervisor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특별한 장점도 단점도 아니라고 봐야지요.

CGLAND : 서명철 개인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인 신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일도 그 일부분이고요. 기회가 된다면 아까 말씀드린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