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빙하시대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아이스에이지’사단이 이번에는 사랑과 정열의 도시 ‘리오’로 우리를 안내한다. ‘리오’는 희귀종 앵무새가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짝을 찾아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 도착하며 시작되는 사랑과 우정, 용기를 그린 새로운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리오’와 함께 울고 웃으며 긴 여정을 함께한 한국인 여성 아티스트 강진아 라이팅 테크니컬 디렉터. 그를 만나 ‘리오’에 참여한 보람과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들어보았다.

CGLAND_ 블루스카이에서 하는 일과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미국 Connecticut, Greenwich에 위치한 3D 애니메이션 회사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라이팅 테크니컬 디렉터로 일하는 강진아입니다. 지금까지 ‘호튼’, ‘아이스 에이지3’ 그리고 최근 작품인 ‘리오’를 끝냈으며 현재는 ‘아이스 에이지4’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CGLAND_ 그간의 커리어 동선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3년간 일했었습니다. 그러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흥미가 생겨 2001년도 뉴욕에 있는 SCHOOL OF VISUAL ART, COMPUTER ART과에 입학하여 3년간의 석사 과정을 마치고 Georgia주 ATLANTA에 있는 FATHOM STUDIOS에서 3년간 라이팅 테크니컬 디렉터로 일하며 3D 장편 애니메이션인 ‘DELGO(2009년 개봉)’에 참여했습니다.
CGLAND_ 애니메이션 공부를 위해 해외로 진출하시게 된 건가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실제 환경적인 제약 때문에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가상현실이면서 실용 학문인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게 되었지요. 블루스카이에는 2006년부터 합류하게 되었네요.
CGLAND_ 블루스카이에서 참여한 프로젝트 중 가장 재미있거나 보람을 느꼈던 게 있다면요
각 프로젝트마다 저한테 의미가 있어서 특별히 재미있고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 제가 만든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는 것이지요. 가슴이 뭉클하면서 벅차기도 하고 그 느낌은 예전에 제 작품을 전시관에 전시하는 것, 또는 인테리어 공사를 완공해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마스터(master) shot들은 대부분 아트 팀에서 Rough Sketch라고 불리는 참고 이미지(reference image)를 제공하는데 간혹 가다 서브 마스터(sub_master) shot은 시간상 누락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재량껏 라이팅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그 디자인이 승인 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또 참고 이미지(reference image)를 제공한다 해도 일하면서 더 잘 나올 때가 있어요 이때는 행운과 보람을 같이 느낍니다.


CGLAND_ 블루스카이 파이프라인 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파이프라인을 소개하자면 스토리-아트-모델링-레이아웃-리깅-애니메이션-Material- FX - 라이팅/compositing- 페인트 -3D Stereo -Color correction입니다. 파이프라인상에서 라이팅은 후반 작업 쪽에 속합니다. 영화 개봉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부서보다 시간 관리가 중요하지요. 라이팅 부서는 대략 영화개봉 전 6개월 전부터 바빠지기 시작해서 개봉 한달 반 정도에는 무조건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페인트와3D Stereo로 넘어가서 색 보정을 통해 최종작품이 나옵니다. 라이팅은 조명으로 영화스토리를 뒷받침 해줄 수 있도록 무드나 감정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시겠네요. 라이브 필름의 조명감독과 비슷하지만 저희 쪽이 실제 환경에 대한 제약에서 보다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CGLAND_ 그렇다면 블루스카이만이 보유하고 있는 라이팅 노하우가 있을까요?
블루스카이의 트레이드마크인 CGI Studio(3D rendering software)라는 렌더러가 있습니다. 물리학자인 Eugene Troubetzkoy와 전 나사 엔지니어인 Carl Ludwig가 개발한 CGI Studio는 ray_tracing을 근본으로 해 이미지를 렌더링합니다. CGI Studio 는 global illumination을 지원하며 가장 큰 장점으로 메모리 절감에 따른 빠른 렌더 속도와 실제와 같이 빛이 물체와 상호 반응을 정확하게 표현해준다는 점이지요. 마야에서 작업한 것을 그라인드 과정을 통해 CGI Studio에서 불러옵니다. 모든 인터페이스가 script를 기본으로 해 다소 숙련 기간이 필요하지만 어느 프로그램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업데이트 시 script만 저장하면 되기 에 파일 관리가 용이합니다.
CGLAND_ 최근 참여작인 ‘리오’를 작업하며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항상 매 작품마다 작업 막바지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보다도 더 없다고 느꼈던 이유는 워낙 다양한 셋과 캐릭터가 등장하고 렌더 시간도 다른 프로젝트보다 더 많이 걸려서 나중에는 렌더 시간을 줄 일 수 있는 것까지 감안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반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시의 낡고 우울한 근교 셋이 나오는 배경이어서 시작 전부터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했고요.


CGLAND_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과거의 프로젝트들과 최근 참여하신 ‘리오’와의 차별된 요소가 있다면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크게 두가지로 설명 드릴 수 있을 텐데요. 먼저 배경적인 측면에서 리오는 기존 블루스카이 작품과 달리 최근 산업 국가로 급성장하고 있는 브라질의 수도 리오입니다. 단 기존 대도시와 다르게 현대 문명과 원시림의 열대 낙원이 같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화려하고 열정적인 축제는 영화 디자인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스토리상으로 볼 때 동물 밀매라는 스토리가 큰 줄기라서 대도시지만 못사는 빈민가, 낡은 비행기, 서민시장, 창고 등 Rustic 배경이 대도시와 대조를 이루며 번갈아가며 나옵니다. 그래서 어느 프로젝트 보다 다양하고 화려하면서 동시에 가장 낡고 우울한 배경 때문에 이를 가장 극대화 해줄 수 있는 라이팅 리서치가 필요 했습니다. 미국에서 개봉 후 많은 찬사 중에 화려한 색감과 비주얼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째 기술적으로 많은 진보가 있었습니다. 사실적인 캐릭터 라이팅과 특히 컴파지팅 툴인 nuke에서 눈과 렌즈표현은 초현실에 가깝습니다. 메인 캐릭터들이 안경을 쓰고 있어서 최대한 reflection(반사)과 refraction(굴절)을 현실적으로 표현하지만 얼굴 애니메이션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절충이 필요했지요. 캐릭터와 셋에 대한 라이팅 테스트가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일하면서 문제해결을 해나갔는데 지금은 본격적으로 일 시작하기 전부터 다른 부서와 연계하여 문제점을 미리 찾고 해결하여 본 작업 시 시간절약과 작품의 질적인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CGLAND_ 일을 해오시면서 부딪히는 한계가 있다면요.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라이팅이 후반 작업이다 보니 시간에 쫓기면서 하게 됩니다.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렌더 타임을 줄이는 것도 가장 큰 과제입니다.
CGLAND_ 타지생활로 인한 고달픔과 한국에 대한 향수로 인해 힘들지는 않은지요. 언제 가장 고향생각이 나시나요?
한국 TV를 보면서 한국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대도시를 보면 한국이 많이 그립습니다. 특히 맛집 기행을 보면 가장 가고 싶어요(웃음). 부모님께서 한국에 계시니 서로 힘들 때나 즐거울 때 같이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따르고요. 그래서 1년에 한번정도 나가는 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CGLAND_ 블루스카이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단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좋은 인성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업 감각의 측면에서는 상위부서에서 넘어오는 레퍼런스를 3D로 재해석 할 수 있는 능력, 탁월한 색상 감각, 공간적으로 색상을 배치하는 능력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프로그래밍에 강하면 여러 가지 편리합니다. 사실 둘 다 갖추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부서 내에 프로그래밍이 강한 사람과 아트가 강한 사람 이 두가지로 인재가 나눠집니다.
CGLAND_ 마지막으로 강진아 개인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쪽에서 8년 정도 일을 하니깐 일을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당분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할 생각 입니다. 그리고 보다 넓은 시선으로 봐야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꿈이 있다면 제가 공부하고 일하는 3D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접목 시켜 대중들이 단지 영화관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실생활에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