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5시 대학로, 평휴일 구분 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그 장소에 인파에 아랑곳 없이 하나, 둘 모이는 무리가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페인터 클럽 회원들 이었다. 왕성한 활동으로 우수 캠프 인정을 받은 페인터 클럽은 4월 정기 모임을 대학로에서 가졌다. 이날 정기 모임에 참가 회원수는 약 50여명으로 모두들 나이, 직업, 관심분야가 달랐지만, 이들 모두 페인터라는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느낌을 이날 공유했다.

공식적으로 약속된 시간은 5시 였지만, 약속장소에서 주무대로의 이동은 6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하지만, 페인터 클럽만의 문화 때문이었을까? 취재차 참가한 기자의 눈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서는 물론 합류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시간에 관한 관념은 느낄 수 업었다. 마치 시간이라는 건 구겨서 근처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듯 말이다. 모두들 그저 한자리에 모여 자리를 같이 한다는 그 사실만 중요시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역시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캠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캠프지기였다. 장네모 캠프지기는 회원들 챙기는 일로 모임 내내 가장 바쁜 사람중 한명이었다. 처음 모임에 참가한 서먹함을 어쩔쭐 모르는 회원을 챙기는 일부터 주제를 정해 회원 전체의 방향을 이끌어 나아가는 역할 모두 캠프지기의 역할이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캠프지기의 역할은 변함이 없었다.

앞에서 페인터 클럽 회원들의 다양성에 관해 언급 했지만, 솔직히 이렇듯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가진 모임은 드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 막 예술에 대한 고뇌를 시작하려는 듯한 얼굴부터 산전수전 모두 겪고 진정한 예술인으로서 거듭나려는 듯한 얼굴까지. 그 두 얼굴 사이에 펼쳐진 스펙트럼에 페인터 클럽 회원들이 모두 속해 있었다.

꼭 페인터를 사용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건너 건너 알게되어 정기 모임에 참가한 회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웹플레너도 있었고, 페인터와 전혀 상관없는 듯한 동영상 편집을 주 업무로 하는 회원도 있었다. 이렇듯 페인터 클럽 모임은 "다 받아주어라~!"라는 어느 광고 문구가 생각나게 하는 모임이었다.

6시부터 시작된 모임은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계속 되었다. 한때 50여명에 이르던 회원들은 밤이 깊어가자 한분 두분 자리를 떠났고, 결국 최종적으로 남은 20여명의 소수(?)정예 회원들은 해가 뜰 때까지 그날의 분위기를 즐겼다. 취재기자도 모임 끝까지 남아 최후의 생존자와 시간을 같이 보내려했으나, 쏟아지는 알콜기운과 졸음에 결국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자~! 여러분 어디로 갈까요?

아! 정녕 우릴 받아줄 곳은 없단 말인가?!

이게 사진이야?! 수묵화야?

역시 술과 예술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였던가? 셔터가 내려진 지하도에서 "취화선" 포스터를 보며 그림이다 수묵이다 가벼운 논쟁을 벌이던 그들. 다음 정기 모임에서는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