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개봉한 SF영화의 대명사 "스타워즈 에피소드2(부제:클론의 역습)"가 국내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어느 SF영화보다 특수효과 장면이 많은 것은 물론 스펙타클한 전투신으로 유명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스타워즈"시리즈의 제작팀 중에서 한국 아티스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번에 결혼휴가로 잠시 귀국하여 연세디지털헐리우드와의 협조로 디자인정글 아카데미에서 영화 CG에 관한 설명회를 갖았던 이의성 작가가 그들 중 한 사람입니다.
루카스필름의 대표작이라며 조지 루카스 감독의 평생숙원인 "스타워즈"시리즈에서 에피소드 1,2의 제작에 참여한 이의성 작가는 루카스필름(Lucasfilm)에서 Digital Effect Artist트로서 Previsualization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cgLand는 설명회 후 이의성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CG 제작환경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cgLand(주자덕) -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 한국 방문 때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준비하신 국내 CG유저들을 위해 준비하신 설명회 감사합니다. 그리고 결혼도 축하드립니다. 미국에서 멋진 신혼생활과 함께 한국인 아티스트로써 더욱 더 멋진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참, 이의성 작가님은 저희 cgLand의 회원이시기도 하시죠?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Darthy(이의성) - 감사합니다. 저는 Lucasfilm의 Art Department에서 Previsualization작업을 담당하는 이의성이라고 합니다. cgLand에서는 Darthy라는 아이디로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cgLand - 이미 설명회 때 말씀해주신 내용이긴 하지만 이의성 작가님의 간략한 교육배경과 "루카스필름"에서 일하게 되신 배경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참, 컴퓨터그래픽을 시작한 동기도 부탁드립니다.

Darthy - 어릴 적부터 영화의 시각효과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모형제작이나 미니어처 촬영술, 광학합성등 당시의 일반적인 시각효과기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마땅한 산업이나 마켓이 존재하지 않아서 어릴 적 꿈만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 분야를 파기로 결정한 두 가지 중요한 계기는 컴퓨터와 미국 이민입니다. 쥬라기공원을 보고 나서 저는 CGI가 단순히 시각효과의 특정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지배할 중심도구가 되리라는 확신이 섰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컴퓨터의 가격대 성능비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었지요. 당시 어렵게 구해 봤던 Cinefex의 기사 등에서도 그런 동향은 더욱 뚜렷해 지고 있었구요. 미국이민이 결정되면서 시각효과 산업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라면 시각효과분야에서 직업을 갖는 것이 아주 현실적이 되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지구과학교육을 전공했습니다만 졸업 전 마지막학기에는 미대에서 영상기법이나 기초소묘등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는 컴퓨터를 구입해 집에서 책과 잡지, 인터넷의 리소스를 바탕으로 3D Animation과 Compositing기법등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VHS데모테입이 Lucasfilm관계자의 눈에 들어 일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역습"

cgLand - 이의성 작가님 께서 "루카스필름"에서 정확하게 책임을 맡고 계신 부분은 무엇이며 이번 "스타워즈 에피소드 2"제작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루카스필름"과 "ILM"과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Darthy - 제가 속한 Previsualization Team이 담당하는 작업은 제작 전에 영화를 간단한 형태로 미리 만들어 보는 일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스토리보드가 담당하던 기능인데 3D Animation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이후로는 영화를 매우 디테일한 수준으로까지 디자인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감독에게는 커다란 융통성과 Creative Freedom을 제공합니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자원의 낭비도 줄이고 실수도 방지할 수 있으며 영화촬영이나 시각효과디자인시 사전에 효율적인 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크구요. 이번에 한국에서 "챔피언"이라는 작품을 잘보고 왔습니다만 그 영화에도 모션캡쳐를 이용한 부분적인 Previsualization이 이뤄졌더군요. 영화지의 기사에서는 그 작업을 통해 10억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되고 감독이 원하는 화면을 잡도록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Previsualization의 기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지요. 스타워즈의 경우에는 비용의 절감보다 우선 감독의 Vision을 최선으로 구현하는 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번 에피소드2는 사실상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총 2000여장면이 저희 손을 거쳐 디자인되었습니다.

 ILM은 영화음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Skywalker Sound와 함께 Lucasdigital 산하의 계열사로 시각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1975년에 스타워즈의 시각효과를 위해 설립된 작은 회사였지만 현재는 Lucasfilm의 작품 외에 헐리우드의 많은 메이져급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하지요. 에피소드1과 2의 새로운 스타워즈 작업시 일반적으로 ILM은 저희가 작업한 Animatics의 Maya파일을 가져다가 모든 요소를 최종장면에서 사용가능한 수준으로 완성을 시킵니다. 물론 Animatics작업보다 훨씬 복잡한 공정과 여러가지 기법 - CG아닌 미니어처 촬영등의 다른 시각효과기술-들이 총동원되어 완성이 되지요.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2000여개의 시각효과장면은 ILM의 노하우와 기술이 아니면 주어진 기간 내에 이같은 완성도로 만들어내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전투신을 위해 Previsualization 과정이 이루어 졌다.

cgLand - 현재 종사하고 계시는 분야가 VFX이신데 한국의 특수효과, 특히 CG부분과 이른바 헐리우드의 제작환경과 공정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부탁드립니다.

Darthy - 한국의 3D 기술을 충분히 잘 보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는게 옳겠습니다만 몇몇 영화에 사용되는 CG등을 보고 CG하시는 분들의 인터뷰기사를 보면 비교적 열악한 상황에서도 퀄리티가 아주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근본적인 차이는 기술개발부분일 겁니다. 미국의 경우 시그래프 등에서도 보듯 CG의 신 기술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현장에서 응용되거나 혹은 반대로 특정 영화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후에 논문으로 발표되고 일반 상용 소프트웨어에 추가되는 등의 순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일정이상의 규모로 산업이 커지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이라고는 생각됩니다.


cgLand - 설명회 때 말씀해주신 "Computer Graphics for Visual Effects"의 내용에서 언급해주신 Artist Vision(미학적 표현), Big Forest(전체를 보는 능력), Attention to Detail(세부를 보는 능력), Problem Solving Skill(문제해결 능력) Think of Box(창의적 사고), Team Play(팀의 조화와 협력), Communication Skill(조직원화의 의사소통능력) 등에 대해서 cgLand회원을 위해 다시한번 말씀 부탁드립니다.

Darthy - 시각효과의 종류를 크게 사실적표현과 미학적표현으로 제 나름대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영화의 일부가 되는 사실적인 표현과 시각효과만으로 만 가능할 특수하고 비현실적인 효과로 말이죠. 물론 이것도 칼로 긋듯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 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CG를 시각효과를 위해 응용할 때는 (그래야 하는 경우를 빼고는) CG처럼 보이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시각효과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소양 중 제가 들은 것들과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는데, 전체를 보며 동시에 부분을 보는 능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시각효과로 만들어진 장면은 인공적으로 조합되기 때문에 어색해 보이기 쉬운데 무엇이 어색함을 만들어내는가를 집어낼 수 있다면 좀더 나은 장면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대부분의 경우 그런 요소는 아주 작은 디테일의 오류에서 오기도 하므로 디테일을 보는 능력도 역시 중요해지는 것이구요. 주변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다음은, 시각효과가 항상 도전의 연속이라 할 수 있으므로 왠만하게 어려운 과제가 오더라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겠다고 하겠습니다. 많은 경우 보유한 기술보다 어려운 난제에 부딛히게 마련이고 이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응용해서 자신의 벽을 넘는가는 시각효과 아티스트가 항상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이 중요하지요. (Think out of the box라는 영어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영화의 한두 장면을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 대규모의 시각효과산업이 아닌 더 많은 제한 속에서 일하게 되는 소규모업체들이나 우리나라의 시각효과업계에 더더욱 요구되는 자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신기술의 개발 역시 그같은 자질없이 애초에 힘든 것이기도 하지요.

또 많은 경우 팀으로서 일을 하게 되므로 팀전체에 어우러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팀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사소통능력이 아주 중요하구요. ILM의 취업가이드에 보면 여러가지 자질 중에 Excellent Communication Ability가 항상 들어가 있는걸 봤습니다.


cgLand -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제작하신 Animatics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nimatics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발표 때 보여주신 동영상이나 스틸을 보여주 실 수 있습니까?

Darthy - 에피소드2작업이나 animatics에 관한 이야기는 위에서 어느 정도 대답이 된 듯합니다. 자료스틸이나 동영상은 죄송하지만 회사방침상 드리는게 불가능합니다. 확실한것은, 영화를 보시면 저희가 디자인한 2000여개의 장면을 바로 보실 수 있다는 겁니다. ^^  저는 보통 대량폭파나 파괴같은 특수효과장면이나 공중전같은 액션장면을 많이 작업했습니다.


cgLand - "스타워즈 에피소드 2"이외에 참여하셨거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부탁드립니다.

Darthy - 에피소드1작업 후 에피소드2 전까지 Titan AE라는 폭스사의 만화영화와 Moulin Rouge, Behind the Enemy Lines작업을 했습니다.


cgLand - 끝으로 VFX업계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국내 CG인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cgland회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Darthy - "VFX는 CG의 응용분야중 하나이고 CG는 VFX의 도구 중의 하나이다" - 둘 다 맞는 얘기이지만 어느 입장에 서느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VFX에 대한 관심 때문에 CG를 시작하게 경우이고 그런 방향설정으로 인해 CG에 대한 인식이 집중되거나 혹은 좁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시각효과를 위한 툴로서의 CG에 대해서만 생각해왔기 때문에 저는 현재 다른 분야, 게임이나 출판, 인터넷을 위한 CG의 이용에는 무관심하고 무지한 편입니다만 적어도 영화제작을 위한 붓으로써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었고 이제 다른 분야도 폭 넓은 안목을 위해 공부해야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반대로 CG의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VFX분야로 관심을 돌리실 땐 CG가 아닌 VFX 전문가의 입장에서 CG를 바라보는 눈도 갖추는게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컴퓨터만큼,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이 영화와 시각효과에 대한 공부를 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해외에 취업을 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또한 CG에 관한 영어로 된 정보를 많이 접하시고 영어회화에도 많이 투자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gLand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컴퓨터그래픽관련 사이트를 알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최근에 자주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입초기에 봤던 작품들 중 아주 훌륭한 작품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보도록 하고 회원님들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등이 있으시면 highend3d@mac.com으로 언제든 이 메일을 주셔도 되겠습니다. 참고로 cgLand 사이트에 올라간 제 몇 가지 작품들은 99년 취업당시 제출했던 데모릴에 있던 내용들입니다.  


cgLand - 바쁘신와중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의성 작가의 작품은 이의성 작가의 스튜디오 (http://studio.cgland.com/darthy)에 담겨 있습니다. 담겨있는 작품들은 당시 취업을 위해 준비한 포트폴리오 이므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