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국을 휘몰아친 것은 컴퓨터 3D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의 냉풍(冷風)이었다. 개봉 첫 주 '슈렉'의 기록을 깨뜨리는 위세를 보여준 이 작품의 성공으로 20세기 폭스는 기존의 자사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와 '타이탄 A.E'의 부진을 단숨에 씻어버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버니'로 1998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크리스 웨지 감독과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만천하에 공인됐다. 또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와 PDI에 이어 세번째로 거대 제작사와 중견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커플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영화는 얼음 속에 도토리를 묻으려는 다람쥐의 모험으로 시작된다. 무너지는 빙하 사이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롤러 코스터를 탄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첫 장면의 액션 강도가 너무 강해서일까. 그 뒤부터 이어지는, 고집쟁이 매머드, 말썽꾸러기 나무늘보, 음흉한 송곳니 호랑이가 인간의 아기를 인간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벌이는 여정은 별다른 굴곡 없이 평범하게 흘러간다.

미식축구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빙하기 동물들의 대결과 혼자 분투하는 나무늘보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미국식 웃음 코드가 우리의 그것과는 좀 다름을 느끼게 해준다.

동물의 털, 강물 등의 묘사는 대단히 사실적이다.'버니'에서 보여주었던 따뜻한 털의 질감과 부드러운 빛의 느낌에 눈과 얼음의 차가운 느낌까지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기 로산의 표정은 마치 손으로 만든 닥종이 인형을 연상시켜 정겹다.

단조롭고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줄거리는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캐릭터들의 인상적인 성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