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 시스템 사양 예상보다 높아" 비판의 목소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27일(한국시간) 공개한 개인 및 업무용 차세대 윈도(Windows) 운영체제인 '윈도 XP 베타(Windows XP beta)2 버전'이 예상보다 구동에 필요한 시스템 사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S는 이날 기존 윈도 2000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윈도 XP 베타2 시험 버전을 공개하는 한편 이에 대한 프리뷰 버전을 19.95달러의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윈도 XP 베타2 프리뷰 버전을 구매한 고객들은 이를 제대로 구동하려면 컴퓨터 메모리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보다 빠른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MS측이 윈도 XP 베타2를 사용하려면 기존 윈도2000에서 요구했던 133MHz 프로세서 및 64MB 메모리의 시스템 사양보다 훨씬 높은 300MHz 이상의 펜티엄II 프로세서와 128MB 램을 최소 사양으로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해 부터 판매된 상당수 PC들이 128MB 메모리를 장착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무용 혹은 보급형 PC의 경우 대개 이보다 메모리 용량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사양 조건때문에 윈도 XP 베타 2버전을 이용하려는 상당수 유저들이 새 PC를 구매하거나 적어도 자신들의 PC 메모리 용량을 늘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분석가들은 이러한 시스템 사양이 올 하반기 윈도 XP가 출시되기 이전에 변경될 수 있지만 완화보다는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메타팩츠(Metafacts)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사용중인 데스크탑 PC의 58%, 노트북의 60%정도가 64MB 메모리 용량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128MB 이상의 컴퓨터는 데스크탑의 경우 21%, 노트북은 19%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문제가 새 운영체계에 대한 기기들의 실제 요구사양을 줄여서 밝혀온 MS의 이력을 감안하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 예로 지난해 출시된 윈도 2000의 경우 엄청난 용량의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불가피하게 만들었으며 상당수 업체들이 윈도2000을 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PC를 재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MS가 추천하는 내용을 토대로 보면 매우 적은 숫자의 PC만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ARS의 분석가 매트 사젠트(Matt Sargent)는 "MS는 시스템 요구사양을 고의로 낮추어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에 있다"고 지적하며 "운영체제의 요구 사양을 낮추게 되면 윈도 XP 베타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검토하는 기존 윈도 이용자들이 늘어나게 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MS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 분석했다.

가트너(Gartner)의 분석가 데이비스 스미스(David Smith)도 MS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향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이같은 하드웨어 추천에는 다른 이유들이 깔려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하드웨어 사양이 그토록 올라간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며 "내가 보기엔 시장 조사 차원이며 원하는 사양기종이 무엇인가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S의 윈도제품담당 이사인 아트 페티그루(Art Pettigrue)는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이번에 발표된 요구 사양은 최종 출시 전에 변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낮은 사양은 기존의 사용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윈도 XP베타를 사용중인 IDC의 분석가 로저 케이(Roger Kay)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 그는 "최소한의 사양은 사용자의 하드웨어에 오로지 윈도XP베타만 인스톨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며 "만약 사용자가 윈도XP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이러한 사양보다는 훨씬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젠트도 "MS가 제시하는 사양 내역은 컴퓨터의 정상적인 작동에 필요한 것보다 매우 낮다"며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MS가 일부 테스터들에게 보낸 테스트 버전에 잘 나타난다. 윈도 XP 베타2 테스트 버전이 깔린 PC들은 대체적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와 320MB급의 램을 장착하고 있다.


향상된 성능의 OS로서는 필연적인 것, 반론도
윈도 XP는 크게 일반 개인용 운영체제인 홈 에디션(Home Edition)과 기업용인 프로페셔널 에디션(Professional Edition)으로 나뉘어 두 가지 시장을 겨냥할 예정이다. 윈도 XP가 기존 MS의 운영체제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개인 및 기업용 기능을 통합시킨 운영체제라는 점.
데이비드 스미스는 "MS가 윈도 XP의 최종 가격을 공표하지 않았으나 이는 MS가 가입자용 서비스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히고 "MS는 이에 대해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MS는 이번 윈도 XP 베타 2 버전에 MSN 익스플로러(Explorer)와 매우 흡사한 루나(Luna) 인터페이스를 포함해 다양한 새 기능을 첨가시켰다. 무엇보다 윈도 XP 베타에는 고도의 영상 편집 및 작성 툴, CD재생 드라이브와 DVD 재생 장치 지원 기능이 내장된 웹 퍼블리셔(Web publisher)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들이 담겨 있다.
MS는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향상된 기능에다가 자사의 가장 안정된 운용체계인 윈도XP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환불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스미스는 "윈도 2000과 윈도 XP의 차이점은 대체로 표면적인 것"이라며 "운영체제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커넬(kernel)도 새로운 게 없고 새로운 메모리관리 시스템도 없다. 그리고 내용물도 똑같다"며 혹평했다.

한편, 마이크로디자인 리소시스(MicroDesign Resources)의 분석가 피터 글라스코브스키(Peter Glaskowsky)는 "윈도 XP의 추가된 새로운 기능들과 루나 인터페이스가 사양 조건을 높이게한 주된 원인"으로 보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훨씬 정교하며 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훨씬 많은 기능들이 딸려 있게 된다"며 "사용자가 처리해야 할 그래픽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그에 따른 백그라운드 업무의 양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자연스레 더 빠른 CPU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러한 빠른 CPU에는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거의 필연"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라스코브스키는 233MHz 또는 300MHz급 프로세서를 실제로 판매하는 업체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들어 윈도 XP의 사양 조건이 그리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MS는 윈도XP가 98년 이후의 하드웨어용으로 고안될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이는 사실이며 당시엔 300MHz급 세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일반인들이 기존의 하드웨어 용량을 유지하면서 윈도 XP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될 것이다. 페티그루 이사는 "집에 있는 컴퓨터에 깔린 윈도 미를 윈도 XP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내 컴퓨터는 233MHz 펜티엄 II와 64MB 램을 장착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용량을 높이기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며 기존 하드웨어에서도 나름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IDC의 분석가 케이 는 "적어도 500MHz급 정도는 돼야 윈도 XP용에 적합한 최소 사양이라고 본다"고 밝히고 "실제로 사용자들이 쾌적하게 이 운영체제를 사용하려면 훨씬 용량이 크고 빠른 최신 하드웨어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NET News.com , Joe Wilcox, Staff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