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MS 빌 게이츠 회장은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 공개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정식버전도 아닌 것을 수천 명 앞에서 자랑한 셈인데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감의 배경에는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정보통신 기업을 뛰어 넘어 전세계 컨텐츠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는 MS가 닷넷의 완성으로 부르는 닷넷 서버의 기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위한 '종합선물세트'이다. 먼저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인 코덱을 포함해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윈도우 미디어 서버,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솔루션, 디지털 미디어 생성을 위한 윈도우 미디어 인코더, 개발자를 위한 SDK, 최종 사용자를 위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까지 포함하는 제품군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윈도우 미디어가 '대세'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 발표 이전 있었던 한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 필자들을 모아 놓고 MS는 "앞으로 끊김없는 고화질의 컨텐츠를 쉽고 최적의 환경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과연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는 전세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는 닷넷 서버가 정식으로 발표돼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시장은 MS에게 있어서 낙관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의 보급은 시간문제이며 당장은 비용 때문에 주춤하겠지만 당분간 윈도우 미디어의 독주 체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예측의 배경에는 현재 상태가 윈도우 미디어의 독점 상태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이나 음악 서비스를 하는 업체의 경우 이미 95%를 넘는 업체가 윈도우 미디어 형식으로 전송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윈도우 미디어와 다른 파일 형식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버전에서 다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인 것.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코리아닷컴 관계자는 "아직 윈도우 미디어 9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CP(컨텐츠 생산자)들이 윈도우 미디어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리얼원이나 MPEG-4 등의 새로운 컨텐츠 형식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영화 컨텐츠 사이트인 온키노는 "WMT 9을 테스트해보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베타 수준이기 때문에 적극 도입한다 안한다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온키노와 제휴한 20개사가 동일한 파일 형식을 추구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현재 잘 하고 있는 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정식버전이 나오면 그동안 검토해온 사항들을 바탕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해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 정식이 나오면 적극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현재 국내 인터넷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대부분이 윈도우 미디어 형식으로 돼 있는 근본 이유를 전문가들은 저작권료 때문으로 풀이한다. 온키노의 관계자도 "2, 3년 전만해도 국내 인터넷 영화 서비스의 대부분이 공짜 서비스였다. 그런데 당시 유명했던 리얼 미디어를 쓰려면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인터넷 컨텐츠 서비스 업체들이 MS의 윈도우 미디어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닷넷 서버에 윈도우 미디어 끼워팔기

하나로포스의 한 관계자는 "실체도 없는데다 저작권료까지 내야하는 MPEG-4나 국내 사용자 기반을 점점 잃고 있는 리얼 미디어는 고려 대상에서 이미 멀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가 국내에 보급되는 과정은 마치 윈도우 95를 쓰던 사람이 윈도우 98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닷넷 서버 비용이 문제"라고 밝혔다.

윈도우 미디어 9 서버는 이전 버전에서는 동작하지 않으며 윈도우 닷넷 서버 2003에만 포함될 예정이다. MS는 그 이유를 "윈도우 닷넷 서버는 이전 버전에서 제공할 수 없는 안정성과 뛰어난 보안성 등 기능이 강화돼 있다. 윈도우 미디어 9 서버는 이러한 향상된 기능에 의존하므로 다른 버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MS 특유의 '끼워팔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MS 관계자도 윈도우 미디어 9 서버라는 걸출한 프로그램을 끼워 팔면 닷넷 서버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포스 관계자는 "CP 입장에서 닷넷 서버를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인터넷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윈도우 미디어 서버를 쓰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닷넷 서버 구매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