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의 주도세력이 남성, 특히 액션영화를 선호하는 이들인 것은 초기부터 분명했다. 2000년 DVD 판매 5위 안에 들어간 영화들은 ‘글래디에이터(Gladiator)’와 ‘X-Men(X-멘)’, ‘메이트릭스(The Matrix)’, ‘페이트리엇(The Patriot)’, ‘미션 임파서블 2(Mission:Impossible 2)’로 하나같이 액션영화였다.

최근엔 여기에 어린이가 가세했다.

2000년에 출시된 디즈니 영화를 보면 ‘타잔(Tarzan)’의 DVD대 비디오테입 판매비율은 7%대 93%였다. ‘토이 스토리 2(Toy Story 2)’의 경우는 12%대 88%였다. 최근들어 어린이 영화에서 DVD가 차지하는 비율은 몇 배로 상승했다. 올해 출시된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 Inc.)’에서 DVD가 차지한 비율은 약 50%. 12월에 출시될 ‘릴로 & 스티치(Lilo & Stitch)’도 이와 비슷한 비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의 경우도 50%대에 이른다.

성인남자와 어린이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영화의 DVD 판매는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DVD가 38%를 차지한 ‘슈렉(Shrek)’이나 DVD 판매가 무려 70%에 이른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The Fellowship of the Ring)’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가족영화 선택권이 서서히 여성에서 남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80~90년대 안방극장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던 비디오 테입의 결정권은 여성들에게 있었다. 비디오 테입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한 이면에는 베이비 시터 대용으로 아이들에게 비디오를 틀어준 ‘엄마’와 제인 폰다가 주도한 몸매 가꾸기 에어로빅 비디오을 보려는 ‘중년여자’가 숨어있었다. 에어로빅과 교육용 비디오 판매에서 아직도 테입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여성은 비디오 테입, 남성은 DVD라는 취향 차이를 극적으로 반영한다.

갑작스런 가족영화 DVD붐은 DVD시장 전체의 성장과 함께 영화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DVD는 비디오 테입보다 제작 단가가 싸면서도 수익률이 높아 영화사의 새로운 황금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