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i의 레디온 이후 파헬리아처럼 PC 매니아들의 시선을 끌며 등장한 그래픽카드도 없을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G800이라는 명칭으로부터 기대를 모은 이 특별한 그래픽카드는 미래지향적 신기술과 전통적인 뛰어난 색감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3D 분야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놀라운 색상 표현력
우리가 흔히 트루컬러라고 말하는 색상은 무엇일까? 이 트루컬러의 기준은 외부로 표현할 수 있는 색상 구분의 한계를 의미한다. 1670만 컬러의 기준은 2의 8제곱에 해당하는 8배트의 3원색 즉 24비트 색상을 가리킨다. 8비트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단계는 0부터 255까지의 총 256단계이며 이 단계가 세분화되면 그만큼 색상 표현력이 높아진다.

파헬리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 색상 표현력에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색상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램덱은 8비트 즉 1670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파헬리아는 각 색상별 단계가 1024단계에 이르는 10비트에 달한다. 이 램덱이 표현할 수 있는 색상 수는 무려 10억 개에 이를 만큼 색상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높은 색상 표현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은 보다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한다. 각 색상별 명암 단계가 세분화될수록 아주 미세한 색상의 차이까지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디지털의 한계로 표현하지 못하는 색상으로 인한 오차를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듀얼해드의 업그레이드, 트리플해드
파헬리아의 또 다른 특징은 세 개의 화면을 통한 좀더 현실적인 게임 환경 연출이다. 밀레니엄에서 듀얼 디스플레이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매트록스는 G400에서 최초로 듀얼해드 기능을 선보임으로써 멀티 디스플레이 분야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미 다른 그래픽 가속칩 제조사에서도 듀얼 디스플레이 기능을 담은 지금 파헬리아는 세 개의 화면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또 한번 멀티 디스플레이 분야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트리플헤드는 시뮬레이션 혹은 1인칭 액션 게임에서 정면 뿐 아니라 양 측면까지도 시야에 담을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실감나는 게임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능의 추가가 좋은 그래픽카드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우선 3D 성능이 중시되는 지금의 그래픽카드에서 충분히 빠른 3D 처리 성능이 없다면 좋은 그래픽카드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부가적인 기능 역시 빛을 못 보기 마련이다. 이 말은 매트록스의 그래픽카드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파헬리아 역시 처음 등장할 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졌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도 이와 같이 예전의 매트록스 그래픽카드로는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뛰어난 3D 처리 성능일지도 모른다.

우선 파헬리아의 그래픽 가속칩은 Geforce 시리즈나 레디언 시리즈가 256비트인 것에 비해 512비트로 보다 높은 처리능력을 자랑한다. 이에 걸맛게 메모리 역시 대역폭이 무려 20GB/s에 이르는 256비트 DDR 메모리를 사용한다. 코어에 집적된 트랜지스터 수만 해도 무려 8천만 개에 이르며 Geforce4 Ti의 그것이 6천만 개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들이 놀란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냥 놀라는 정도로 끝날 크기가 아니다. 또한 네 개의 파이프라인은 각각 네 개씩의 텍스처를 처리할 능력을 지녀 경쟁 그래픽 가속칩에 비해 멀티 텍스처 처리 능력이 높아졌다. 앞으로 선보일 DirectX 9에 기반을 둔 설계를 통해 신기술을 이용한 보다 높은 성능을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이것은 이전의 G400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발휘했던 것과 비슷하다.

	제품사양
	칩셋	Matrox Parhelia
	메모리	256bit 3.3ns DDR SGRAM 128MB
	코어/메모리 클럭	220/275MHz
	출력	D-Sub(젠더 사용), TV-Out(젠더 사용), DVI-I

실망스러운 3D 성능
이처럼 높은 사양 뒤에는 너무 실망스러운 실제 성능이 도사리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파헬리아의 3D 가속 성능은 현재의 게임에서는 이미 사양길에 선 레디언8500보다도 못하다. 이것은 현행 벤치마크와 게임이 파헬리아의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실상 현재의 게임은 단지 데이터 처리 능력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Geforce3의 성능조차 100%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게임 앞에서 한 번에 네 개씩 총 16개의 텍스처를 처리하는 쿼드 텍스처링이나 DirectX 9에 기반을 둔 각종 신기술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무려 36단계에 달하는 쉐이더 어레이 역시 이와 같은 3D 성능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현재 파헬리아는 Geforce4 Ti4600을 넘어서는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연 이와 같은 높은 가격에 보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에 불과한 성능에서 만족할만한 사용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 그래픽카드가 게임용이 아니라는 말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3D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파헬리아의 출시와 함께 매트록스가 내세웠던 부분이 3D 가속 성능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

그렇다면 매트록스의 입장은 어떨까? 파헬리아의 3D 데이터 처리 능력은 현행 게임과 벤치마크를 통해서라면 그 성능의 극히 일부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게 그들의 입장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올 DirectX 9와 멀티 텍스처가 기본이 되는 3D 게임에서라면 파헬리아의 성능 향상을 기대하고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앞으로의 불투명한 성능 향상에 대한 기대일 뿐이다.

파헬리아의 등장은 그동안 많았던 기대만큼 많은 실망을 낳았다.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바라는 매트록스 매니아들에게 요란한 선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성능은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도 남을 것이다. 또 납득이 어려울 만큼 높은 가격도 G400 이후 여전하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이 제품을 3D 게임을 위해 구입할 사용자는 없으리라 본다. 그다지 빠르지도 않은 그래픽카드 하나를 보급형 PC 한 대를 구입할 비용을 들여 구입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단지 트리플헤드를 통한 실감나는 게임 환경과 기가비트 컬러 기술을 통한 뛰어난 색상 표현력, 불확실한 미래의 성능향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3D 가속 능력을 감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

장점 : 편안한 색감과 뛰어난 화질    단점 : 가격과 사양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3D 가속 성능    가격 : 60만원대 초(VAT 포함)    판매원 : 디지털퍼스트(02-716-6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