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해너벌 렉터 시리즈는 ‘맨헌터(Manhunter)’로 시작해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을 거쳐 ‘해너벌’까지 왔다. 시리즈의 4번째 작품 ‘레드 드래건(Red Dragon)’은 ‘맨헌터’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따라서 연작의 시간 순으로 볼 때 속편이 아니라 전편에 해당한다.

렉터 시리즈 4편 가운데 정점에 있는 것은 역시 91년작 ‘양들의 침묵’이다. 8년 만에 나온 속편 ‘해너벌’은 전편의 독특한 스타일을 흉내내는데 그치는 대신 살아있는 인간의 뇌를 먹는 엽기적 장면으로 버텼다.

브렛 래트너(러시 아워) 감독의 ‘레드 드래건’을 시리즈 전체에서 보면 ‘해너벌’을 훨씬 능가하고 ‘양들의 침묵’에는 바짝 접근한다.

‘레드 드래건’은 첫 장면에서 ‘양들의 침묵’이 보여준 괴기스럽지만 장엄한 스타일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클래식 연주회장에 깔려있는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은 렉터가 배푼 인육의 만찬에서 스크린 전면으로 불거진다.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괴기스러우면서 비애에 가득찬 운명론적이고 장엄한 악마성은 프랜시스(랄프 피네스)의 고성 내부에서 절정에 이른다.

‘양들의 침묵’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렉터(앤소니 홉킨스)와 FBI 수사관 윌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턴)의 관계를 명료하게 설정한 데서도 드러난다. 둘은 영화 초반에 핏빛 대결을 통해 내면의 연결 통로가 있는 인물로 설정된다. 노턴의 여성적 이미지는 ‘양들의 침묵’에서 같은 역을 맡았던 조디 포스터의 남성적 이미지와 유사점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레드 드래건’은 ‘양들의 침묵’이 보여준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스타일과 함께 재미도 추구하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R 등급 (17세 이하 연령의 관람시에는 보호자의 동행이 있어야 됨) 이라는, 흥행에 있어서는 적지않게 치명적이라 할만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 Red Dragon > 이 개봉 첫주 화려하게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 하였다.

< Red Dragon > 의 흥행요소로는 우선 역대 최고의 연기파 출연진에 있다 하겠다. <양들의 침묵> 이후 3번째 한니발 렉터 박사역을 연기하고 있는 안소니 홉킨스는 물론이거니와 에드워드 노튼, 하비 케이틀, 랄프 파인스등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의 어울림이 역대 한니발 시리즈 중 최고라는 평가이다. 또한 전작 <한니발> 에서의 지나치게 잔혹스러웠던 살육장면 (레이 리오타의 뇌가 한니발에 의해 먹혀지는 장면) 이 많이 자제되었던 점도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아내는데 일조를 한 듯 하다.

하지만 평론가들로부터는 <한니발> 보다 다소 뒤쳐지는 평을 받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리들리 스콧과 브렛 래트너, 두 감독의 연출력에 있어서 차이가 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때문이다. 한편 배급을 맡고 있는 Universial 스튜디오 측은 < Red Dragon > 이 <한니발> 의 총 흥행수익1억6천5백만 달러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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