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의 헐리우드판이 오리지널 일본 영화 <링>의 공포에 도전한다. 바로 리메이크판 <링>이 도쿄 국제영화제에 맞추어 다가오는 11월 2일 일본 개봉 한다.
스즈키 코지의 소설이 원작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1998년 공포영화 ‘링’은 일본에서 1백5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됐다. 고어 버빈스키(멕시칸) 감독이 처음으로 공포영화에 도전한 ‘링’(The Ring) .
버빈스키는 원작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신문기자 레이철(내오미 와츠)은 친했던 조카가 갑작스레 죽은 뒤 아들이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고 조사에 나선다. 조카는 친구 3명과 산장에 묵었고 이곳에서 비디오를 봤으며 모두 1주일 뒤 같은 시간에 죽었다. 의문의 비디오를 본 레이철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1주일 남았다는 음산한 목소리를 듣는다.
원작이 괴담과 여자의 한을 바탕에 깔고 있다면 버빈스키 판본에는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소품과 장치들이 충실하게 등장한다. 리메이크작의 재미를 비교한다면 원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에 나온 다른 할리우드 공포영화보다는 훨씬 오싹하다.
‘링’은 리메이크작이면서 어색하지 않다. ‘육감’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특히 에이든(데이빗 도프먼)의 캐릭터와 연기에는 헤일리 조얼 오스먼트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아동학대, 즉 가족의 문제를 전면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죽음의 비디오에 담긴 내용을 추적하는 레이철은 한 가족의 비극과 마주치고 비극의 뿌리에는 아동학대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상투적 소재의 하나인 아동학대는 ‘링’에 미국적 정서를 불어넣어 자연스러움을 더하지만 동시에 원작의 오싹한 공포를 그대로 살리거나 능가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동학대 컨셉은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마굿간의 다락방에서, 우물에서 학대받은 소녀의 고통을 확인하는 것은 완전한 가족을 이루지 못한 레이철이다. 소녀의 고통은 레이철에게 전이되고 우물 속에서 레이철은 엄마가 된 듯 소녀의 시체를 끌어안는다.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와츠의 연기는 긍정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다. ‘머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던 와츠는 그때와 비교되며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