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판타지 게임인 ‘리니지’와 ‘파이널판타지’가 이번에는 세계 3차원 캐릭터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3차원 캐릭터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는 최근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원 저작자인 만화가 신일숙씨로부터 캐릭터 사용권을 구입, 내년 초 영화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게임업체인 스퀘어사는 일본의 소니 엔터테인먼트와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비로는 역대 최고인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파이널 판타지’를 영화화하고 있다. 현재 ‘버전 9’까지 등장한 파이널판타지는 일본 내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압도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극장에서 먼저 공개되는 것은 파이널판타지. 2001년 여름 전세계 시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니지는 2002년 5월을 D데이로 잡고 있다.

파이널판타지는 제작 기간 5년에 제작 인력 200명이 투입되는 대작. 소니사는 150만 달러짜리 슈퍼 컴퓨터를 4대나 동원하는 등 제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어권 시장 진출을 위해 알렉 볼드윈, 밍나(뮬란의 목소리) 등 할리웃 스타들을 성우로 기용할 예정이다. 반면 리니지의 제작비는 이보다 훨씬 적지만,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인 100억원 규모. DDS 역시 최근 5억원짜리 모션 캡쳐(사람에게 센서를 부착시킨 뒤 그 동작을 PC에서 재현주는 기술) 장비를 구입했고 미국의 인기가수 MC해머를 음악에 참여시키는 등 제작 단계부터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접속’의 장윤현씨 등이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화 성공의 관건인 3D그래픽 수준에서는 파어널 판타지가 다소 앞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파이널판타지의 3D 그래픽은 고도의 맵핑(Mapping·실제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형태의 표면처리를 하는 기술) 작업을 거치면서 실제에 거의 가까운 캐릭터를 연출했다는 평이다. 눈가와 얼굴 근육, 그리고 총을 들고 뛰는 모습과 몸을 트는 움직임도 실제 동작처럼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DDS의 정광철 이사는 “그 동안 할리웃에서 ‘개미’ ‘벅스라이프’ ‘다이노서’ 등의 영화에서 주로 동물이나 곤충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는데, 이는 인간의 미세한 얼굴표정을 3차원으로 연출해 내기가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DDS가 보유한 3D기술은 이보다는 다소 처진다는 평이다. 눈이 실제 인간보다 크고 피부와 근육보다는 눈의 깜빡임이나 입 모양으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게 ‘데모 버전’을 본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관중 동원은 3D 기술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DDS의 정광철 이사는 “두 작품의 성공은 원작 게임과 얼마나 다른 영화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