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출판, 게임, 음반, 영상 등 문화산업 수입과 수출을 비교하면? 볼 것도 없이 엄청난 적자?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산업은 수입 3968억원, 수출 3922억원으로 거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부 문화산업국 신용언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미국과 일본이 문화산업 세계시장의 대부분을 석권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만한 규모의 분투는 문화산업 수출국으로 전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화산업 수출입 내용을 살펴보면 출판에서 813억원어치 수출에 1740억원 수입, 영화에서 135억원 수출에 581억원 수입 등 큰 적자를 봤다. 그러나 게임이 1565억원 수출에 781억원 수입, 애니메이션이 960억원 수출에 72억원 수입으로 문화산업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우리 문화산업 수출의 주역은 게임. 연평균 35%씩 수출이 증가해온 게임은 2003년에는 295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존의 아케이드게임과 PC방의 지속적 성장세에 온라인, 비디오, 모바일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임 다음으로는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 차세대 문화산업을 선도할 가장 유력한 분야로 꼽힌다. 지난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18회 프로그램 견본시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1430만달러(약 171억원)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마리이야기’가 대상을 차지함으로써 높아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위상으로 인해 수출 전망도 점차 밝아지고 있는 추세다. 2003년 개봉예정인 SF대작 ‘원더풀 데이즈’는 12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제작진은 “해외 판매실적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으로 분투하는 장르는 TV드라마. 특히 TV드라마는 스타군단을 내세워 동남아지역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초기에 비해 국내언론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동남아지역에서 ‘한류(韓流)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중국에서 ‘네자매 이야기’가 방송된 것을 비롯해 대만에서는 ‘지금은 연애중’ ‘순풍산부인과’ 등이 전파를 타고 있다.

드라마 수출가격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 SBS의 ‘피아노’가 국내 드라마 사상 최고액인 29만달러에 홍콩의 배급사 미디어뱅크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배급을 조건으로 팔렸으며, MBC의 ‘이브의 모든 것’은 일본 아사히TV에 18만달러에 판매됐다. 대만에서 우리나라의 대하사극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지난 여름 ‘여인천하’ ‘명성황후’ ‘상도’ 등이 대만 지상파와 케이블TV에 판매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함께 영화는 가장 괄목할 만한 수출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7년 4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실적이 지난해 무려 1125만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수출규모만 커진게 아니라 할리우드에 리메이크판권 수출, 다국적 공동제작, 미국시장 직배,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의 투자유치 등 방법도 다양해졌다.

공연의 경우 아직 수출을 말할 입장은 못되지만 우리 공연계의 ‘빅3’인 에이콤이 뮤지컬 ‘명성황후’의 후속작 ‘몽유도원도’를, 공연기획사 PMC가 ‘난타’에 이어 새로운 논버벌 퍼포먼스‘UFO’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또 극단 학전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이어 아시아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작품을 곧 무대에 올릴 예정이어서, 공연예술 수출의 새로운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가수들에 의한 한류는 기획사들의 주먹구구식 현지 진출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 현저히 줄어든 실정이다. 현재 중국 등에서 공연할 경우 강타, 문희준, 안재욱, NRG 등을 제외하면 성공을 거둘 가수가 거의 없을 정도다.

신용언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문화산업은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차세대 첨단산업”이라며 “우리문화가 국제적으로 성가가 높아지고 국내적으로도 저변이 두꺼워진 만큼 영화· 가요 등의 부분적 실패를 교훈삼아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세계의 문화산업 강국이 되는 것이 결코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