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지상파 방송의 HDTV 의무방영시간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HDTV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아시안게임 중계방송, 드라마 등을 HDTV에 맞게 제작하고 있는 등 HDTV 용 프로그램 제작은 점점 많아질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도 HDTV 시대를 앞두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컴애니메이션 조찬세 대표를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HDTV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어떻게 제작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통컴애니메이션은 국내 첫 HDTV용 애니메이션인 ‘애플캔디걸’을 내년 5월경 선보일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의무방영비율을 정해 HDTV 방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의무방영비율은 어느 정도이며, 언제부터 확대 적용되는가.
-HDTV용 프로그램의 의무방영비율은 현행 주당 10시간으로 최근 움직임을 보면 내년부터는 50%이상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체방송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각 분야별로 별도의 의무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HDTV용 작품은 기존 작품과 어떻게 다른가.
-제작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HDTV용 프로그램은 기존의 4:3 비율에서 각각 15%가 늘어난 16:9 비율, 즉 극장 스크린과 같은 비율로 제작한다. 또 고해상도의 HDTV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상도를 구현해내야 한다. 기존 4:3 비율에서는 가슴까지 나오는 바스트샷 구도가 적합했지만 화면사이즈가 커지면 좌우배경과 캐릭터 그만큼 배경과 캐릭터의 배열이 중요해진다. 또 이전엔 문제되지 않았던 라인의 강약, 컬러, 소프트웨어 특성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 등도 보다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림선의 강약조절, 컬러톤을 나노기술을 이용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조찬세 대표와 ‘애플캔디걸’ 캐릭터

▲스포츠, 드라마 등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HDTV용으로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왜 제작이 더딘지.
-애니메이션은 다른 방송프로그램에 비해 제작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필요하다. 더구나 HDTV에 맞게 제작하려면 20~30%정도의 제작기간과 제작비용이 더 필요하다. 특히 편집 등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이전에 비해 더 정교한 작업을 요한다. 따라서 이미 제작중인 작품일지라도 완성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HDTV용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작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더딜 뿐, 많은 업체들이 HDTV용 포맷까지 감안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적어도 2~3년 정도면 HDTV용 애니메이션이 줄이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HDTV시대를 대비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황은 어떤가.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위주로 2D, 3D 방식의 몇몇 업체들이 HDTV 제작에 적극적이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2년전부터 HDTV 시대에 대비해 세미나가 열렸고, 특히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HDTV용 애니메이션을 선정해 지원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하지만 제작경험이 없고, 선례가 될 수 있는 작품도 없어서 실제 제작측면에서는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또 일부 업체의 경우 진흥원 지원작으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작품이나 제작되고 있고, 언제쯤 본격 HDTV용 작품을 볼 수 있나.
-기획단계에 있는 작품은 꽤 있겠지만 완성작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 제작중인 HDTV용 작품들은 기술력 확보를 위한 테스트용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시리즈 중 1편만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펜던스, 씨네픽스, 서울무비 등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HDTV용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완성작은 몇 년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HDTV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조만간 콘텐츠 확보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 HDTV용 콘텐츠를 선점해 앞서나가야 한다.

▲해외 HDTV용 작품은 어떤 것이 있고, 해외 업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미국은 98년부터 디지털방송에 대비해왔다. 현재 국내에서 OEM으로 제작되고 있는 작품을 보면 기존과 같은 4:3 비율로 제작하되 퀄리티를 높이는 등의 절충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다르게 아예 HD로 제작하고 있는 작품도 있는데, 이 경우 예전과 달리 편집은 직접 미국제작업체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시작단계로 보여진다. 유럽은 아직 디지털방송 포맷이 확정되지 않아 붐업되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고 유럽공동체로 묶여 있어서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반이 탄탄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사고팔 수 있는 HDTV용 작품들은 3년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HDTV용 작품제작이 좀더 활발해지기 위해 조성되어야 할 요건을 제시한다면.
-진흥원 지원사업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단계별로 지원해 우수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HD는 결국 좋은 영상을 보겠다는 취지이므로 연간 1~20개 정도만 제작된다면 HDTV용 프로그램 제작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쌍방향 데이터방송을 염두에 두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방송을 하게 되면 캐릭터 라이선싱, 전자상거래 측면에서 유리하고, 적정수량의 상품을 제작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

국내 최초 HDTV용 애니메이션 ‘애플캔디걸’ 제작

‘애플캔디걸’은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소재로 한 ‘재미있고 맛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몇몇 작품이 HDTV용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제작추이를 보면 애플캔디걸이 가장 먼저 완성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애플캔디걸’은 올해초 kBS의 애니메이션 공모전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HDTV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에 선정된 작품. 내년 5월 방영을 목표로 현재 90분 특집물을 제작하고 있으며, 특집물 제작경험을 바탕으로 26편 시리즈도 제작할 방침이다. 애플캔디걸은 지난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애니메이션판매시장인 ‘MIPCOM’에서 해외기업들의 투자제의를 받는 등 상당히 좋은 호응을 얻었다.

‘애플캔디걸’은 통컴애니메이션이 기획과 마케팅을 맡고, 메인프로덕션은 골든벨애니메이션에서 진행하고 있다. 조찬세 통컴애니메이션 대표는 “HD에 맞는 동화작업, 편집, 작업일정 등 기획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 메인프러덕션에 맡길 생각이다. 기획시스템만 제대로 구축된다면 HD라고 해서 메인프러덕션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