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만화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길은 크게 두가지였다.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과 만화잡지의 신인공모전을 통해 데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좀더 빠르고 확실한 길을 알려주었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네티즌의 검증을 거친 만화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명성을 떨치는 만화가 중 두명의 작품이 모니터에서 나와 책이 되어 최근 서점에 등장했다.

'지치지 않을 물음표'(여름솔)와 '파페포포 메모리즈'(홍익출판사)가 그것이다.

'지치지 않을 물음표'는 강도영씨의 홈페이지 강풀닷컴(www.kangfull.com)에 연재된 만화 등을 모은 책이다.

그의 홈페이지는 인터넷 랭킹사이트 랭키닷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개인홈페이지 만화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강씨의 만화는 전통적인 형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칸이 없는 것이다. 대신 이곳저곳 그림을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그의 만화세계는 엽기.추억.감동.리얼리즘이라는 코드가 혼재돼 있는데, 천연덕스러운 그림과 설명이 배꼽을 잡게 한다.

예를 들어 길가에서 이상하게 생긴 똥을 발견하고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등장시켜 원인을 분석하게 한다거나, 어릴 적 보았던 '브이'나 '바야바''A특공대'같은 TV프로그램에 대한 소회도 글과 그림으로 재미나게 술회하는 식이다.

상지대 학보만화가 출신의 강씨는 "업체에서 요구하는 대로 그려주던 만화에서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며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 멋대로 만화를 그렸을 때 가장 즐거웠고 네티즌들도 그 점을 공감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훨씬 감성적이고 또 철학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창작만화카페(http://cafe.daum.net/papepopo)에서 '졸라맨'과 더불어 회원수와 네티즌 접속수에서 수위다툼을 벌이는 이 작품은 파스텔톤의 두 남녀 파페와 포포를 등장시켜 첫사랑의 설렘과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다.

"원하는 무엇을 찾지 못한다면/눈을 감고 손을 내밀어보자/…/모든 것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으니까/하지만 손을 뻗어도 찾지 못한다면/그것은/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떠나가 버린 것이다."('지우개를 잃어버리다'중에서)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은 프랑스의 젊은 만화가들부터 시작돼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경향이 되고 있다"며 "최근 만화출판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이런 인터넷 만화들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