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텔은 하이퍼쓰레딩(HT) 기술을 적용한 인텔 펜티엄 4 3.06GHz를 새롭게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HT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CPU로 3GHz대의 클럭 속도 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인텔은 소개했다.

인텔은 기자 간담회에서 시연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PC에서 HT 기술을 이용해 PC 성능이 높아지는 것을 증명했다.

인텔이 선보인 HT 기술은 기존 두 개 이상의 CPU를 장착한 서버 등 대형 컴퓨터에서 사용된 기술을 CPU가 하나인 PC에 적용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다중 작업을 진행할 때 하나의 CPU가 논리적으로 두 개의 CPU처럼 작업을 분담하게 돼 각 CPU 처리에서 낭비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텔 측은 설명했다. 인텔은 HT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펜티엄 4 프로세서 3.06GHz에 비해 21% 빠르다고 주장했다.

HT 기술을 적용한 CPU가 탑재된 PC의 출시 시기는 PC 제조사의 사정에 따라 내년 중으로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구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CPU 가격이 너무 높아 이 제품을 탑재한 PC는 300만원을 육박하는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HT 기술 자체가 다중 작업 환경을 감안한 기술이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과 동시에 워드프로세서를 실행하는 등의 단순한 작업에서는 성능 향상을 체감하기 힘들다.

인텔측이 주장하는 대로 게임과 동시에 아웃룩을 띄우고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식이라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인코딩 작업을 하는 사용자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HT를 100% 활용하려면 전용 메인보드와 윈도우 XP 이상의 운영체제, 그리고 HT 기술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HT CPU의 보급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결국 PC 업그레이드를 감안하는 사용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CPU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인텔이 다른 CPU의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 지배를 넓히기 위한 마케팅 목적의 기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인텔은 HT 펜티엄 4 3.06GHz를 선보이면서 이어서 종류별로 15～20% 정도 인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 11일에 있었던 AMD 애슬론 XP 가격 인하와 더불어 가격 인하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AMD는 지난 11일 애슬론 XP 1200～2000 가격을 15.6～27% 인하한 바 있다.

한편 인텔과의 클록 속도 경쟁에서 밀린 AMD는 PC 매니아용 CPU인 애슬론 XP 2800+를 지난 2일 출시했다. 이 제품은 FSB333을 지원하며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가 최고 25% 향상됐다고 AMD 측은 설명했다.

인텔과 AMD가 이달 들어 새로 출시한 CPU는 가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인텔 펜티엄 4 프로세서 3.06GHz는 1000개 구입시 개당 미화 637달러이며 AMD 애슬론 XP 프로세서 2800+와 2700+는 1000개 단위 구입시 개당 각각 397달러와 349달러이다.

반면 인텔과 AMD가 고속 고성능 CPU를 선보였다고 해서 침체된 PC 시장이 단번에 회복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하드웨어랩 운영자인 정호성 씨는 “신기술이 나왔다고 당장 시장 수요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PC는 단지 속도가 높다거나 신기술이 채택된 제품이라기 보다 가격이 싼 제품이다. 오히려 내년 인텔의 코드명 배니아스나 AMD의 해머 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