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콘 텐츠진흥원이 수행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 분야 지원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중복지원에 따른 예산낭비는 물론이고 부처간 영역다툼이나 이기주의로 변질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산업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통부의 디지털콘텐츠산업 지원 타당한가〓정통부가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디콘법)을 도입한 것은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수행하기 어려운 새로운 콘텐츠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통부와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지원분야를 보면 콘텐츠 해외수출 지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우수작품 공모전 등이 문화관광부의 지원방식과 똑같고 기술분야의 지원에 집중한다는 디콘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정통부는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부처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는 의심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원정책의 효율성〓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추진하는 해외 에이전트와의 상담회 개최는 개별업체의 수출전략과 다를 게 없다. 콘텐츠진흥원도 초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유치해 MIPCOMㆍMIP-TV 등 해외전시회에서 이들을 국내 업체와 연결해왔다.

그러나 일회성 상담회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에 따라 `BCWW & DICON 2002' `대한민국 캐릭터 페어' 등 국제적인 콘텐츠 B2B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해외 콘텐츠 에이전트와의 개별 상담회 개최는 가장 초보적인 수출지원책으로 이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정이 난 상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별도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콘텐츠 관련 DB를 구축한다는 것도 이미 문화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장기 프로젝트로 시행하고 있는 것.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다시 이 사업에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은 중복투자의 전형으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IT와 달리 문화콘텐츠는 기술과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통신부가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반응 및 해결방안〓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 업체가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돈'과 다름없는 정부지원금이 많아지는 것을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제작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업체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은 오히려 국내 콘텐츠 업체의 해외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콘텐츠 관련 전문가들은 각 부처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수요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줄 것을 바라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더라도 당장 상영할 극장을 잡기 어렵고 지상파를 통해 국산 TV용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가령 애니메이션 업계가 2년 이상 요구해온 `지상파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는 정기국회가 끝난 지금에서야 문광위에 상정됨에 따라 내년에나 입법이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