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시장이 확대되고 일반 수요자들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국내에 일본 내수용 제품들이 유입돼 유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같은 국내업체를 제외하고는 올림푸스, 소니, 코닥 등 수입업체가 대부분인 디지털카메라 업계에서 이런 현상은 한
두해 지적된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물량도 늘고 유입방법도 다양해지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부터
'그레이마켓'이라 하여 내수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남대문시장 일대에서 이런 거래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 디지털카메라의 과반수
이상이 유통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의 경우에도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거래되는 물량 가운데 많은 비중을 이런 내수용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니콘, 캐논과 같은 브랜드의 그레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니콘 제품의 경우 50% 이상이 일본
내수용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격체계나 정식 절차를 거쳐 제품을 유통하려는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판매법인인
아남니콘의 경우에도 별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아남니콘의 경우 히트상품인 쿨픽스 2500
제품군과 4500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수제품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정확한 시장규모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캐논 제품의 경우에도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의 30`40% 정도가 내수용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미 이들 일본
내수용 제품은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업체들이 내수 물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남니콘이나 LG상사 모두 지사 형태의 판매법인이 아닌 국내에서 수입을 통해 유통을 담당하는 에이전시라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올림푸스한국이나 한국코닥과 같은 경우, 저마진 정책으로 현지와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이런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니콘,
캐논 등의 경우 공식수입원으로 EMI 인증이나 세관절차를 거쳐 국내에 물량을 유통하다보니 자연히 내수제품으로 '무임승차'하는 제품들에 비해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쇼핑몰에서 거래되는 그레이 제품의 경우 별다른 표기가 없어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제품을 사게 된다. 또한 AS가 유한적이거나 보증기간 이후에는 보호기준이 모호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가게
된다. 또한 아남니콘이나 LG상사 등 정식수입원에서도 이런 제품들에 대해 AS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정책을 펴고 있어 제품 유통 이후 사후서비스에
대한 논쟁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니콘과 캐논 모두 판매량에 있어 국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그레이 제품들의 기여도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시리얼 코드와 EMI인증 여부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레이 제품의 유통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 진출한 디지털카메라 브랜드 중 니콘과 캐논 등 일부 브랜드의 그레이 제품유입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런 제품들 덕분에 이들 브랜드의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면에서 수혜를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광학기기 파트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하고
수입품이 일색인 상황에서 이런 그레이 제품들의 유입은 시장 초기에는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 45만대, 내년에는 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이런 그레이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해 간다는 것은 외형상 그리고 국내 디지털카메라 업계에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시장이 커질수록 단속과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국내 수입원이 이런 상황을 남의 일 보듯하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수입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 상승과 시장점유율 확대가 중요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이런 그레이
제품의 유통이 결과적으로는 사후서비스나 고객불만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단순히 에이전시라는 개념으로 유통을
진행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라든지 장기적인 사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 디지털카메라의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자체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소 저렴하다는 점 하나만을 생각하고 그레이 제품을 사기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와 남대문시장을
기웃거리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