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시스템의 보안 전략 세이프(Safe). 이 전략은 자사의 보안 아키텍처와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을 콘솔 하나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 하지만 시스코는 서비스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면서도 수익성이 적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스코 시스템의 보안 전략을 아우르는 새로운 청사진인 '세이프(Safe)'는 머리 글자를 따온 것이 아니다. 하지만 머리글자를 붙여본다면 '서비스는 없으니 다른 데서 찾아보세요(Services Are Found Elsewhere)'라는 의미의 약자가 아닐까.
최근 열린 넷월드+인터롭에서 첫선을 보인 세이프 전략은 시스코가 자사의 보안 아키텍처와 네트워크 보안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좀더 단순화하고자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런 이용자 중 다수는 이미 인터넷 시큐리티 시스템사와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 등의 기업 제품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 전략에 몸 사리는 시스코
시스코의 보안 서비스 담당 부사장인 리차드 팔머는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는 대신에,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에코시스템(Ecosystem)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스코는 세이프 솔루션을 토대로 한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인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과 제휴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만간 IBM 글로벌 서비스도 서비스 파트너 업체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세이프 시리즈에는 시스코가 개발한 VPN(Virtual Private Network), 침입 탐지(intrusion detection), 정책·파이어월 제품들도 포함돼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콘솔 하나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이런 총체적인 보안 전략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아쉽게도 세이프에는 빠진 게 있다. 이용자들을 보안 시장으로 몰고 가고 보안 업계에서 이미 하나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바로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스코의 열렬한 팬들 가운데 일부는 세이프 전략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세기 폭스사의 보안 관리자로 있는 제프 어슬랜은 "서비스가 빠진 채로 보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을 꺼낸다.
제프는 "이런 상태에서 시스코의 네트워킹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작업장들이 세이프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판매한 다음에 '필요하면 채널 파트너와 얘기하든가, 아니면 전략상의 파트너와 얘기해 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엑소더스의 보안 서비스 제품 라인 수석 매니저인 맥스 쇼카는 "소비자들은 시스코로부터 하드웨어만 구입하는 것이라 전체적인 아웃소싱 솔루션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바로 그 부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폭스사의 어슬랜 등의 일부 관리자들은 그런 계획에 반감을 표한다. "만약 통합 파트너 업체와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면 왜 굳이 시스코와 거래하겠는가?"라고 진지하게 묻는다. 차라리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회사를 택하겠다는 말이다.
세이프의 아키텍처를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 시스코는 세이프 전략 출범에 따라 VPN과 기타 보안 제품을 구축하는 일 이외에도, 시스코 인증 네트워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새로운 보안 인증 코스를 추가했다.
시스코는 또한 시스코 보안 온라인 백과사전도 추가했는데, 이것이 널리 사용되는 표준적인 저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보안이 서비스 기반의 시장으로 변화함에 따라 이번 세이프 제품군은 시스코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갈등을 드러냈다. 시스코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내부 정책, 사업상의 결정, 실행력 부족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회사의 소식통들은 전한다.
시스코는 정책상, 시스코 브랜드로 운영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킹 인프라스트럭처에 초점을 두고 서비스는 파트너사에 의존하는 방법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양분돼 있다.
시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한 전략 수립가는 자신이 속해있는 팀이 지난 여러 달 동안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추진해왔는데, 반대가 심했다고 전한다.
그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은 시스코의 사업 실적이 현재로서도 아주 양호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시스코가 서비스에 대해서 몸을 사리고 있는 이유는 제대로 틀을 갖추기까지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면서도 수익성이 적은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이 회사가 현재 하드웨어를 통해 향유하고 있는 높은 마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내년 자체 서비스 조직 운영 예정
시스코는 자사의 서비스 틀에 약간이나마 살을 붙여보려 노력했지만 실행력 부족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돼왔다. 그래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해 결국 서비스 담당 그룹은 파워게임에서 밀리게 됐고,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했다.
문제점은 판매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판매과정은 초기부터 서비스를 제품 판매 과정에서 함께 묶어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주요 구입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스트럭처의 판매가 이뤄진 후에 부수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스코는 시스코의 서비스를 지금처럼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 IBM 글로벌 서비스와 비슷한 무언가로 변신시키기 위해 다시금 노력을 기울이고 싶어한다.
따라서 시스코는 내년 초에 시스코 어드밴티지(Cisco Advantage)라고 하는 서비스 사업부를 출범할 계획이다. 시스코는 파트너와 고객사들에게 이런 전략을 알리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시스코 어드밴티지는 시스코 AVVID(Architecture for Voice, Video and Integrated Data) 전략과 시스코의 3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IP 텔리포니, 컨텐츠 네트워킹, 세이프를 관장하는 주요 서비스 조직이 될 것이다.
시스코 어드밴티지는 세이프를 비롯해서 AVVID에 속해 있는 모든 플랫폼을 기업 대상으로 판매할 때 파트너의 제품이나 혹은 경쟁사의 제품까지도 채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고서 상당히 독립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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