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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스케이프를 실무에 응용하기 전에, 특유의 렌더링 질감을 나타내게 하는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알고리즘의 핵심 가정은, 실제 세계에서 모든 표면은 다른 표면에게로 빛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마치 한 부분만 가열하고 나서 오랜 시간 내버려두면, 결국 서로서로를 복사열로 데워 실내 전체의 온도가 똑같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먼저, 라이트스케이프를 라이트스케이프 답게 만드는 래디오시티 렌더링이 무엇인가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필자는 이리저리 래디오시티의 말뜻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나, 뚜렷하게 무엇이다라고 잘 정의해 놓은 문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상심하고 있던 차에, 아예 라이트스케이프 헬프를 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은, 라이트스케이프 헬프 내용 중, 관계되는 부분을 의역하였다. 혹시 번역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미심쩍은 부분은 원문과 대조해 보시라.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광원에 의한 효과만을 계산해서는 안되고, 전체 환경 속에서 표면들과 물체들이 서로 주고 받는 빛을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빛을 차단하여 다른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표면도 있지만, 어떤 표면은 반들거려서 다른 표면을 반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표면은 투명하여 다른 표면이 투과되어 보이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표면은 다른 표면으로 빛을 반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알고리즘은 모델의 표면들 사이로 빛이 이동하는 방식을 계산해주는 렌더링 알고리즘이다.

라이트스케이프는 ray tracing 과 radiosity 두가지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 두가지 테크닉을 설명하기 전에, 실제 세계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방식에 대하여 대강 이해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라.(그리고 스텐드, 책상, 거울이 있는 허접한 실내공간의 그림이 나온다)

이 방에는 광원이 하나 있다. 빛을 포톤(광자)라는 이산 입자로서 설명하는 이론에 따르면, 빛은 광원으로부터 뻗어나와서 이 방의 어느 표면에 부딛힐 때까지 떠돌아다니게 된다. 고유한 파장을 가지고 떠다니는 그 포톤들은, 일부는 부딛히게 되는 표면의 재질에 따라서 흡수되기도 하고, 일부는 공간 속으로 튕겨져 나오게 된다. 어떤 표면의 색깔(과 스펙트럼 반사율)에 의하여 흡수되거나 튕겨지는 포톤의 고유 파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표면이 포톤을 반사해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그 표면의 매끄러움에 달려있다. 거친 표면은 포톤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은 디퓨즈 서피스(난반사면쯤으로 번역될까요?)이고, 이런 형식의 반사를 디퓨즈 리플렉션(난반사 또는 확산 반사)이라 한다. 이런 디퓨즈 서피스의 좋은 예는 무광택 칠을 한 벽면이 되겠다. 반면에 매우 매끈한 표면은 포톤들을 입사각과 같은 각도로 한 방향으로 반사한다. 이런 표면은 스펙큘러 서피스(거울면? 하하하)이고, 이 형식의 반사를 스펙큘러 리플렉션이라 한다. 완벽한 스펙큘러 서피스의 예는 바로 거울이 되겠다. 물론 많은 재질들은 어느 정도 디퓨즈와 스펙큘러가 혼합되어 있다.

이 방의 최종적 조명 상태는 표면들과, 광원으로부터 방출된 수십억개의 포톤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결정된다. 어느 표면의 어느 한 점으로 광원으로부터 날아온 포톤들이 직접 도달(다이렉트 일루미네이션)할 수도 있고, 다른 표면들에 한번 이상 부딛힌 다음 도달(인다이렉트 일루미네이션)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이 방안에 서 있다면, 방 전체에 퍼져있는 포톤들 중에 매우 소량만이 눈에 입력되어 당신 망막의 간상체와 원추체를 자극할 것이다. 이 자극은 뇌에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지각되게 된다.

컴퓨터는 컴퓨터 스크린의 픽셀로 망막의 간상체와 원추체를 대치한다.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알고리즘의 목표 중 첫번째는, 최대한 정확하게 실제 환경에서 보는 것들을 재 창조하는데 있다. 두번째 목표는 이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해 치우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리얼타임(매초 30개의 이미지)으로...... 그러나 현재로서는 위의 두가지 목표를 전부 충족시키는 단일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알고리즘이란 없다.

래디오시티 프로세스는 먼저 모든 표면들을 격자형으로 분할한다. 그림과 같은 경우에, 빛을 내는 발광체는 오직 하나뿐이다. 이 발광체에서 어떤 표면까지 직접 빛이 닿는 것(다이렉트 일루미네이션)을 먼저 계산하고 나면, 빛 에너지를 반사해내는 각 표면을 국부적인 조명으로 간주하고 그것에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에너지를 계산한다.

번역하다보니 그만 쓸데없는 부분까지 한 느낌이 들지만, 지금까지는 서론에 불과하고 래디오시티에 대한 설명은 이제부터이다. 레이 트레이스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을터이므로, 그 부분은 건너뛰기로 한다.

Radiosity

레이 트레이싱 알고리즘의 단점들 때문에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을 계산해내는 대안적 테크닉이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초, 열공학자들은 표면들 사이의 복사열 교환을 시뮬레이트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들의 목표는 그들의 안을 용광로와 엔진 같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 중순에는 빛의 전파를 시뮬레이트하는데 써먹을 수 있는 이러한 테크닉들의 적용 방안을 컴퓨터 그래픽 연구자들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 테크닉은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는 래디오시티라고 불리워지게 되는데, 레이 트레이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스크린의 각 픽셀의 색을 결정하는 대신, 래디오시티는 환경 속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점들의 강도를 계산한다.
제일 먼저, 래디오시티는 원래의 표면들을 엘리먼트라고 불리우는 더 작은 메쉬들로 분할한다. 래디오시티 프로세스는 각각의 메쉬 엘리먼트로부터 다른 모든 메쉬 엘리먼트에 퍼뜨리는 빛의 양을 계산한다. 그리고 각 메쉬 엘리먼트의 래디오시티 값을 저장한다.

이 빛 분배가 계산되면서, 공간의 시점은 하드웨어에 의해 보조되는 간단한 스캔라인 테크닉들을 이용하여 스크린에 빠르게(거의 리얼타임으로) 표시될 수 있다. 흔히 이런 특성은 시점 독립성이라고 불리는데, 빛의 분배는 전체 공간에 걸쳐서 미리 계산되어지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시점을 잡았을 때 다시 계산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레이 트레이싱의 경우는 시점에 따라 빛이 다시 계산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시점-의존성 알고리즘이라 불린다.

초기의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은 모든 메쉬 엘리먼트 사이의 빛의 분배를 완전히 계산하여 끝내고서야 스크린에 결과를 표시하였다. 이렇게 하면 그 최종 결과는 역시 시점 독립적이지만, 사전 처리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버린다.1988년,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의 이런 사전 처리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소요를 혁신시키게 되었다. 점진형 래디오시티(progressive refinement radiosity)라 일컬어지는 이 새로운 테크닉은 계산중에 사용자에게 정확성과 시각적 질이 계속 점진적으로 향상되어지는 순간순간의 시각적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점진형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라이트스케이프 작업에 이용된다.

1. 표면들은 비교적 큰 엘리먼트들로 구성되는 매쉬가 된다. 이런 최초의 엘리먼트들은 근처의 메쉬 엘리먼트들과 비교했을 때 분배된 빛의 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에서 더 작은 엘리먼트들로 자동적으로 세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림자 경계선이 지나가는 부분)

2. 빛은 각각의 발광체(luminaire)로부터 공간의 모든 표면들로 분배된다. (하나의 발광체는 하나 이상의 램프와 갓을 가진 하나의 조명설비이다.) 이 계산 과정에서 다른 표면을 가리는 표면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3. 각 표면 재질의 특징에 따라, 특정한 메쉬 엘리먼트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일부는 흡수되고, 나머지는 공간속으로 반사된다. 래디오시티의 핵심 가정은 모든 표면을 "이상적 디퓨즈"(Lambertian)로 간주한다는 점이다-즉, 모든 표면들은 빛을 모든 방향으로 균등하게 반사한다.

4. 각 방향 광원으로부터의 에너지를 분배(다이렉트 일루미네이션)한 다음, 점진형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은 모든 표면을 검토하여 반사할 에너지를 가장 많이 가진 표면을 정한다. 여기서 정해진 표면은 공간속의 다른 모든 표면들을 향해 반사 에너지를 방출할 국부적 광원으로 취급된다.

5. 공간의 대부분 에너지가 흡수될 때(에너지 평형상태)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여 이 시뮬레이션은 수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발광체나 표면에서 각각의 빛의 분배는 반복된다.
공간의 복잡성에 따라서 수렴상태에 이르기까지의 반복 회수는 천차만별이다.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표면을 가장 먼저 계산하므로 계산을 시작할 때 래디오시티 솔루션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계산 완료에 접근할수록 분배되기 위하여 남아있는 에너지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반복을 거듭할수록 점차 차이가 줄어든다. 많은 반복은 솔루션을 완전한 수렴상태로 가져가게 되므로, 보통은 충분한 솔루션을 얻었다고 생각할 때 프로세스를 중단하게 된다.

라이트스케이프의 또다른 장점-일단 한번 계산된 래디오시티 솔루션은 표면에 저장되므로 시점을 변경시켜도 리얼타임으로 스크린에 디스플레이된다. 이정도 까지의 솔루션을 내는 계산 시간이 길긴 하지만......

마치 요즘 유행하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와 비슷한 감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요약

그렇다. 라이트스케이프가 채용한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의 방법인 래디오시티는 사실 광선에 관계된 것이 아니라 열역학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물체의 표면들이 서로의 열을 주고 받으면서 결국 완전한 평형상태에 이르게 되는 시뮬레이션을 빛으로 대치한 것이다.

그리고, 라이트스케이프는 점진형 래디오시티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공간의 래디오시티 계산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그때그때 화면상으로 보여주고 있으므로,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생각이 되었을 때 계산을 중지시켜버리면 된다. 물론 오랫동안 래디오시티 계산을 하면 결과물은 더 좋지만, 계산 작업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더 걸리고, 화면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또 한가지. 라이트스케이프는 공간 속의 물체를 서피스(surface,표면)로 간주한다. 그러니까, 맥스에서 아무리 공들여서 솔리드 모델링을 하더라도, 라이트스케이프는 물체의 겉면만을 볼 뿐이다. 따라서, 모델링의 편의를 위하여 솔리드 방식으로 모델링 했다 하더라도, 라이트스케이프의 래디오시티 솔루션을 진행하기 전에 필요없는 서피스들은 모두 지워버리는 편이 좋다.

매끄러워서 반사가 일어나는 표면을 나타내기 위해서, 라이트스케이프는 최종 렌더링 단계에서 레이 트레이싱 알고리즘을 첨가할 수도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단, 이 경우는 장면의 래디오시티 솔루션에다 레이 트레이싱을 더하는 것이므로, 시점에 종속적인 작업 과정이 되겠다.

이 그림의 탁자 표면은 벽체를 반사하고 있다. 얼마만큼 반사시킬지, 얼마만큼 투명하게 만들지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라이트스케이프는 래디오시티 솔루션을 낸 다음, 그 장면을 이미지로서 그대로 저장하거나, 다시 레이 트레이싱을 첨가하여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래디오시티는 부드러운 확산광을 멋드러지게 표현해 주지만, 금속이나 유리 재질의 반짝이고 샤프한 느낌을 줄 수 없다. 그리고,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태양광이 바닥에 드리우는 빛의 윤곽을 뚜렷하게 나타낼 수도 없다. 그래서 레이 트레이싱 알고리즘이 첨가된 것이다.

따라서, 래디오시티를 계산하고, 시점을 잡고, 레이 트레이싱 렌더링을 수행하는 것으로 라이트스케이프의 작업 순서를 이해하면 정확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아주아주 간단한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실제 래디오시티를 경험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