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나미구 세계 최고를 꿈꾸며" 라는 캐치 프레이를 내건 '스기나미구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4월 28, 29일 이틀 동안 동경 23구 중의 하나인 스기나미구에서 개최됐다. 이번 페스티벌의 목적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스기나미구에서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서 애니메이션을 재인식하고 중소 애니메이션 기업의 제작 환경개선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각종 지원을 통해 힘을 잃어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는 스기나미구를 일본의 할리우드로 만든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축제.

비록 구 차원에서 개최된 소규모 행사이지만, 한국의 SICAF 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다. '캐산', '독수리 오형제' 등 과거 타츠노코 프로의 히어로물부터 '청의 6호'등 최신 기술의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 상영회가 이었졌다. 아마추어들의 애니메이션 응모전,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눈길을 끌었으며 할리우드 디지털 기술과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저작권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 애니메이션 학과들의 진학 상담회,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들의 기업 부스가 자리하는 등 산업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자 협회'가 참가해 현재 제작중인 한국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했는데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관계자들과 일반인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참관 일본인들은 전시된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전부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사실과 3D 애니메이션의 높은 기술력에 놀라워했고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려드는 곳은 물론 애니메이션 상영회. 공모전 출품작들은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상영됐는데, 전체적으로 아마추어의 작품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선보여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망이 아직 밝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상영회중 가장 특이하고 주목할만한 작품은 '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가 감독, 디자인, 각본을 맡은 Full 3D 애니메이션 'GUNDAM Mission to the Rise' 였다. 이 작품은 상업적인 행사용으로 제작된 특별 영상으로 이전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조차도 생소한 수수께끼의 작품. 상영되기 전에도 작품의 내용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경고문과 함께 'TOP SECRET'이라는 자막이 올라와서 관객들을 아연하게 했다. 약 1분간의 짧은 영상이지만 고도의 정밀성과 리얼한 3D 영상이 관객을 압도시키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최근 상영된 할리우드 합작의 실사 영화 'G 세이버'가 장난감으로 보일 정도라고나 할까. 일본의 선진 3D 기술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본에서는 게임쇼 이외에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가 전무하다. 일년에 40만 이상이 참가한다는 '코미케'도 일반인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일 뿐,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산업적인 규모의 행사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기나미구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애니메이션을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 육성시키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내년 2월 동경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어 애니메이션 제일 강국으로서 일본의 입지는 당분간 흔들림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