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 제공업소에서는 성인용 게임기에 대한 불법 개ㆍ변조가 관행처럼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온라인게임은 물론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판매가 이뤄진 비디오게임에서도 등급과 무관한 광고ㆍ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게임물에 대한 불법 개ㆍ변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사후관리위원회의 활동이 유명무실하고, 문화관광부의 단속 활동도 실질적이지 못했기 때문. 정부가 등급분류 제도 시행에만 급급했지, 제도 정착을 위한 보완장치 마련에는 소홀했던 탓이다.

영등위의 등급분류 제도가 시행된 것은 지난 99년부터. 영화ㆍ공연ㆍ영상물 등에 대해 `검열' 기능을 수행해 왔던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가 사라지고, 등급분류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영등위는 출범 이후 줄곧 많은 문제를 양산해 왔다. 스스로 공윤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등급분류 서비스 기관이 아니라 `사전심의' 기관으로 성격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등급분류 제도 시행에 앞서, 등급별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성인전용관(극장)이나 등급외 상영관, 성인전용 콘텐츠 상점 등을 허가해 주는 것이 그것이다. 유통 시스템에 구축되면 정부나 등급분류 기관은 해당 콘텐츠가 등급에 맞는 판매와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감시하면 된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이 같은 유통망 구축을 진행하지 않은 채 등급분류 제도를 시행해 왔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이다.

관련법 상에서는 등급을 지키지 않았을 때 해당 업체에 영업정지나 사업자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재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 업체들의 불법 개ㆍ변조는 만연해 있다.

아케이드게임만 해도 성인용 게임기로 등급을 받은 제품이 게임제공업소에 가면 카지노류 게임으로 개ㆍ변조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엔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까지도 등급과 무관한 광고ㆍ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영등위 내에 사후관리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산하 단속기관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등급분류가 시행된 온라인게임만 해도 불법적인 개ㆍ변조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오프라인 게임이나 영화 등과 달리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온라인게임은 특히 불법 개ㆍ변조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실제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업그레이드 패치를 낼 때마다 일일이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등급분류 제도를 피하고 싶은 `규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법 개ㆍ변조 업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국내의 경우 등급분류 제도 시행에만 급급했을 뿐, 제도 정착을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에 영등위나 정부ㆍ업계 모두 비난받을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예산과 조직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콘텐츠 유통망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며 "지금으로서는 콘텐츠 공급업체들의 양심에 맡기고 있으나,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에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