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나 로보트 같은데 표정이 사뭇 비장하고 심각하다. 자세히 보면 의상과 소품도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뛰고 구르고 총 쏘고 벽에 매달리는 등 포즈도 다양하다.

이른바 어른들의 장난감이라고 불리는 ‘액션 피겨(action figure)’가 지루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다. 이름에 액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관절이 치밀하게 짜여 있어 사람이 취하는 거의 모든 동작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로 독창적인 자세를 찍은 뒤 스토리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재미가 쏠솔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액션피겨에 가장 열광하는 세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 어린 시절 일본 산인지도 모르고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999’ ‘철완 아톰’과 같은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세대다. 이들은 이런 캐릭터의 작은 모형에 슬슬 재미를 붙이기 시작, 조금씩 영역을 확대해가는 것이 보통이다.

‘애니보이(www.aniboy.co.kr)’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33세의 이성민씨는 대표적인 액션피겨 마니아.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스틱파스(Stikfas)’부터 50㎝에 이르는 ‘브루스리’ 까지, 이씨의 방을 채우고 있는 액션피겨는 70개가 넘는다. 약 2년 전 애니메이션 작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구입하기 시작한 후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에 매료돼 빠져 들었다. 물론 자신의 홈페이지와 각종 동호회에 ‘사진발 잘 받는’ 액션피겨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올린다.

이씨는 “집안에 좋은 것을 두면 여기저기 뻐기고 싶어 못 견디는 것이 사람 심리 아니냐”며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불특정 다수에게 자랑하는 재미에 빠져 본격적으로 사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절이 있어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인간이나 동물 형상의 모형’을 통틀어 액션피겨라고 일컫지만 그 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약 30㎝ 크기의 ‘12인치’ 피겨다. 종류도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정교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제품이 많아 모으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개당 5만~7만원 정도면 12인치 액션피겨 중에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홍콩의 쌤리(Sam Lee)나 ‘철인형제’ 같은 유명 액션피겨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12인치 피겨는 15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이보다 작은 ‘6인치’ 피겨 중에서는 미국 ‘맥팔레인’사에서 만든 유명 캐릭터 ‘스폰’, 로봇이나 괴물 형태가 많은 일본 S.I.C. 피겨도 유명하다. 20~30대들은 피겨를 구입한 후 석고 종류 소재인 ‘에폭시’를 이용해 얼굴이나 몸매를 변형시키거나 사람 옷값과 맞먹는 의상을 구입해 입히는 것처럼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피겨샵 ‘마이크로 마니아(www.micromania.co.kr)’ 운영자 김대환씨는 “액션피겨는 개성이 강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에게 딱 맞는 놀이감”이라며 “디지털의 힘을 업었지만 성격상 아날로그적인 액션피겨는 현실을 떠나 잠시라도 동심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마니아’ 외에 ‘피겨코리아(www.ggo.co.kr)’, ‘월드토이즈(www.worldtoys.co.kr)’ 등이 유명 온라인 피겨 쇼핑몰. 구입하기 전에 정보를 얻고 싶으면 국내 최대의 액션피겨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피겨(www.ifigure.co.kr)’에 들러 구경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는 회원들의 액션피겨 갤러리를 둘러 보는 것도 좋다.

한국일보 김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