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지랜드에서 그동안 수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하고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후기를 작성하게 됨은 이 시점에서 반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성이라 함은 지난 세미나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진일보하기 위함이다.
지난 다수의 세미나도 그랬지만 이번 디바세미나 역시 준비의 미흡함은 여전했다. 물론 세미나를 준비하면 할수록 경험이 쌓이고 실수도 줄여나갈 수 있겠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언제든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물론 이런 것들이 시행착오의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약이 될 수 있다.

디바세미나가 열리는 9월27일은 상당히 맑고 화창했다. 지리적으로 상당히 꼬인(?)이대 삼성 언어교육관은 시설면에서 어느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었으나 주차문제등 제반시설은 낙제점수를 줘야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2명의 디바작가 김웅진, 이슬기씨와 사회자인 석정현씨는 사전에 주제를 잡고 서로 미팅을 하며 세미나를 준비해 왔다.
물론 이 날 이들의 역량이 90%이상 발휘된 건 아니지만 너무 완벽한 입맞춤은 오히려 애드립이 주는 신선함을 상쇄시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준비는 철저히 하되, 자연스러운 진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디바작가들 중 이 세사람은 2D 회화쪽 분야의 작가들이다. 이미 페인터발표회와 세미나를 통해 발표자로 이름을 날렸던 석정현씨는 이날 특유의 입담을 인정 받아 사회자로 초대되었고, 관중과 발표자 사회자가 하나가 되는 세미나 역사상 첫 시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씨지랜드의 사전준비는 안일한 면이 있었는데(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가 '누워서 침뱉기'가 되겠지만 잘못은 잘못이니 만큼 짚고 넘어가겠다.) 우선 알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관계자를 상당히 당황시킨 치명적인 문제)로 시작시간을 40여분 이상 지연시킨 점이 이날 '옥의 티' 였다. 하지만 석정현씨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기다림의 시간을 무마하고 김웅진씨를 시작으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페인터에서 포토샵 느낌내기 또 이를 뒤집어서 보기 등의 내용과 머리카락 표현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꺼리낌 없이 공개했는데, 나름대로 알찬 내용이었지만 조금은 세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려는 시도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다소 사회자의 애드립이 진행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지만, 때로는 감칠맛을 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세미나느낌이 지루함 이었다면 이번 세미나는 재미와 지식공유, 사회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도였고,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세미나였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홍보의 미흡함과 다른 기관의 행사와 중복되는 요인으로 적은 수의 회원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김웅진씨의 뒤를 이어서 이슬기씨가 등장했다.
게임사인 N사의 컨셉아티스트로서 빠르고 간결한 펜마우스의 테크닉을 통해 사전에 준비해 온 밑그림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인 작업과정을 시연위주로 보여주며, 청중에게 무언가를 찾으라는 진행방식은 다소 건방져 보일지 모르나,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 사회자의 끊임없는 부연설명과 질문공세에 어느새 청중들은 세미나를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위기에 익숙해 진 회원들은 슬금슬금 질문도 하고 휴식시간에 이슬기씨를 괴롭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 잠깐 씨지랜드가 하고자 하는 세미나의 방향을 언급해 보기로 하자.
세미나는 교육의 성격이 짙으면서도 짧은 시간에 유익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조금은 힘든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워크샵처럼 몇 주간에 걸쳐 학술적으로 강의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수박 겉핥기로 주제를 잡을수 도 없다. 이런 딜레마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명확한 컨셉과 사전기획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세미나를 하려면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하고, 평소 책이나 교육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노하우를 공개하여 간접경험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아무리 좋은 세미나를 기획하고 진행해도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세상에 100%의 완전무결이 없는 것 처럼 이런 부족함도 세미나의 묘미로 승화시켜야 그 세미나를 기억에 남길 수 있다.

다시 디바세미나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보자.
이번 디바 세미나에는 사회자를 포함한 3명의 작가들이 미발표작을 준비하고 그 발표작을 액자로 제작하여 추첨을 통해 선물하기로 했다.
3인의 미발표작 다운받기
기존 세미나들이 협찬사를 잔뜩 끌어들이고 대신 그들을 홍보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반면 이런 시도는 깨끗하고 기분좋게 끝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미나의 설문결과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 보통 이상의 만족수준을 보여주었고 시작시간을 지키지 못한 사항을 꼬집은 내용과 팁과 시연내용이 좋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간혹 더욱 색깔있는 세미나를 요구한 회원도 있었다.
씨지랜드는 앞서 얘기한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좀 더 유연하고 알찬 세미나를 진행해야 한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상 회원과의 입체적인 만남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런 세미나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씨지랜드는 이 후의 세미나도 준비중이다. 항상 새롭고 다양한 내용을 준비한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지만 회원들이 가꾸는 꽃밭 - 씨지랜드가 무럭무럭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운영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