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결산] 문화콘텐츠산업 분야별 정리 <1>-만화
인터넷을 통해 큰 인기를 모은 카툰에세이 형태의 만화, 고전명작만화의 복간 및 학습만화의 인기, 한국만화의 해외수출 등 올해 만화계는 많은 이슈를 배출 해냈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바로 인터넷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카툰과 복간만화 및 학습만화 등의 인기. 이는 국내 만화시장이 대여시장에서 판매시장으로 돌아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됐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상품이 다양하게 개발돼 만화의 연관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만화 관련 단체들의 정책제안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CT뉴스에서는 올해 만화계의 주요 쟁점들을 정리한다.

▲ 국내 만화 판매시장의 활성화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포엠툰 등 인터넷 카툰의 인기는 올해 만화계를 이끈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얻었던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마린 블루스’, ‘포엠툰’ 등은 만화형식을 지닌 에세이 책으로 출간돼 오프라인 서점가에서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들 작품의 인기는 이후 다양한 카툰에세이 형식의 만화 출간에 크게 기여했다.

심승현 작가의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파페포포 투게더’ 시리즈는 100만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만화를 포함한 전체 도서를 통틀어 올해 서점가에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올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대상수상작인 정철연 작가의 ‘마린블루스’는 수많은 팬들을 양산해내며 캐릭터 상품으로도 출시돼 인기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에는 또 여느해보다 절판된 만화의 복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우영의 ‘초한지’, ‘삼국지’를 비롯해 김산호의 ‘라이파이’, 고병규의 ‘출동! 먹통X’, 김수정의 ‘일곱개의 숟가락’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 복간만화가 줄이어 출간된 것은 명성에 걸맞는 작품성 및 상업성, 최소한의 독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높이 산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동참했기 때문. 침체된 만화시장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 차원으로도 풀이되지만, 일부에서는 출판사들이 창작만화 발굴에 투자를 소홀히 하고 안정적인 수익확보에 주력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학습만화의 인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국내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교육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학습만화 신드롬의 신호탄이 된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해 '먼나라 이웃나라',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시리즈, ‘만화삼국지’ 등이 올해 학습만화의 인기를 주도했다.

카툰에세이 형식의 만화, 묻혀있던 명작만화의 복간,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 등은 만화 판매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간 국내 만화시장은 대여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지만, 우리만화가 서서히 구입 및 판매 위주의 시장으로의 체질개선 가능성을 보여줘 향후 시장전개가 기대된다.

▲ 만화의 원작산업 가능성 확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많은 작품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거나 만화를 멀티유즈의 한 분야로 끌어들여 주목 받았다.

올 여름 신드롬을 불러왔던 드라마 '다모'가 대표적인 사례. ‘다모폐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이 드라마는 바로 방학기의 만화 ‘조선여형사 다모’가 원작이다.
올해 문화콘텐츠로는 수출성과가 가장 돋보이는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또한 이명진 원작의 만화 '라그나로크'가 바탕으로,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되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신암행어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고, 현재 SBS에서 방영중인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은 만화가 원천소스가 되어 출판물과 캐릭터상품, 게임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캐릭터 등이 만화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단편 소설이 만화로 출간됐고, 올해 TV에서 방영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TV 애니메이션 ‘포트리스’, ‘스피어즈’, ‘요랑아요랑아’, ‘수호요정 미셸’ 등도 모두 만화책으로 출시됐다.

이외에 올 봄 개봉했던 영화 ‘청풍명월’과 캐릭터 ‘마스크맨’,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만화로 재탄생했고, 프로젝트 앨범 ‘redrum327’은 만화를 기본 스토리로 채용해 앨범과 만화를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선을 보였다.

▲ 만화잡지의 폐간과 창간 이어져

몇년째 계속되는 불황속에서 올해 역시 만화잡지의 창간과 폐간이 줄을 이었다. 그 동안 소년만화의 명맥을 이어오던 ‘영점프’가 폐간돼 안타까움을 안겨준 반면 여성 순정지를 표방하면서 5월 창간된 격월간잡지 ‘오후’는 기대이상 선전했다는 평가.

특히 ‘오후’ 창간호는 5쇄까지 재판을 찍는 등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반면 소년만화와 실험적인 인디만화를 연재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점프’는 지난 7월 15일 14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젊은 만화가 5인이 의욕을 불태웠던 만화웹진 'WE6'와 일일만화를 연재하던 작가들이 중심이 됐던 '대한민국만화중심' 등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가지 시도가 돋보였다.

▲ 국산만화 해외시장서 선전

일본 '망가'가 아닌 한국의 '만화'로. 2003년은 한국의 만화를 세계속에 단단히 각인시킨 한 해였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이래, 프랑크푸르트북페어, 샌디에고 코믹콘 등 국제적인 도서 및 만화관련 전시회에 참가해 300만 달러에 달하는 기대이상의 수출계약 성과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7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만화수출액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그리고 이현세의 대표작 4개와 형민우의 프리스트, 박성우의 나우 등 많은 작품들이 일본 및 미국, 유럽과 판권계약을 맺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만화만을 연재하는 잡지 '도깨비'가 창간되기도.


▲ 만화관련단체들의 입장 표명 활발

올해초 만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쟁점은 ‘대여권' 이었다. 대여권을 둘러싸고 만화가, 작가단체 및 출판기관, 대여점 관계자 등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대여권 논쟁을 거치면서 만화가의 권리주장이 어느 해보다 거셌다는 것이 눈에 띈다. 만화가와 독자들은 만화가의 권리 주장 및 대여권에 대해 활발한 논쟁을 벌였다.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통해 전개된 '만화살리기운동', '한국만화진흥을 위한 입장' 등의 성명서 발표 등 관련단체와 만화가들이 만화 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만화진흥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각종 법령 개정과 언론과 업계의 인식 고취는 물론이며 작가에게는 질 높은 작품생산을 독려하는 등 다방면의 의견을 발표했다.

CT News허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