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결산] 문화콘텐츠산업 분야별 정리<3>-애니메이션

창작 애니메이션의 잇단 개봉과 방송사의 애니메이션 편성축소, 애니메이션 총량제의 도입추진 등 애니메이션업계가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본다.

▶ 창작 장편 애니메이션 개봉

`오세암`(사진왼쪽), `원더풀데이즈`

'오세암', '원더풀데이즈', '엘리시움' 등 순수 창작 장편애니메이션 3편이 올해 개봉됐다. 이는 지난해 '마리이야기'가 유일하게 극장에 내걸렸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많아진 것으로, 애니메이션 중흥기를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흥행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업계 전체에 안타까움을 남겼다.

5월 개봉된 오세암의 경우 잔잔한 감동이 주는 작품으로 작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일주일만에 간판이 내려졌다. 이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네티즌들과 젊은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오세암 살리기운동' 등이 펼쳐 재개봉이 성사되기도 했다.

제작기간 5년, 120억원 이상의 유례없는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원더풀데이즈' 역시 흥행실적은 저조했다. CF로 이름을 날린 김문생감독이 만들어낸 화려하고 정교한 영상에 대해서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했던 것이다. 국내개봉에 앞서 개봉된 러시아에서만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던 '엘리시움' 또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엘리시움`

창작 애니메이션의 저조한 흥행실적은 업계의 갈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전히 낮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과 시나리오의 문제, 마케팅 부족 등은 업계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됐다.

▶ 4차 일본문화전면개방

지난 9월 정부가 내년 1월 1일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방침을 발표하면서 애니메이션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까지 완전 개방될 경우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딘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창작의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조만간 추가방침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월 개방안에는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일부 방송프로그램 개방이 보류된 상태다.

정부의 전면개방 발표 이후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등 애니메이션 관련단체에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전면개방에 앞서 전용관 설립과 스크린쿼터내에서의 우대 등 대안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을 발표한 데에는 우리 대중문화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경쟁력을 갖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올해 창작 애니메이션 3편이 극장에 내걸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방송사의 애니메이션 편성 축소 움직임

온라인게임과 인터넷 등 놀이문화가 다양해지면서 TV 애니메이션 평균 시청률이수년째 하락하고 있다. MBC, KBS 등은 시청률 하락을 이유로 들어 애니메이션 편성시간대를 옮기거나 편성시간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1월 28일 애니메이션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사의 국산 창작애니메이션의 편성 증대 △안정적인 방영시간 확보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 △어린이들의 문화 향유권리 보장 등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MBC의 경우 지난해 신규애니메이션을 단 1편만 방영했을 정도였고, KBS또한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을 오후 6시대에서 오후 4시대로 옮기려고 시도했다. 이에 애니메이션 업계가 강력 반발해, 지난 11월에는 업계 관계자들이 KBS 앞에 모여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KBS의 경우 공영방송인만큼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총량제 입법에 대한 열망

총량제는 방송사의 전체 방송시간 중 일정 비율을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에 할당하도록 하는 제도.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총량제의 입법을 위해 노력중이다. 올해 특히 일부 방송사가 애니메이션 편성축소 및 방영시간대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총량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총량제는 현재 국회 계류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총량제 자체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별 다른 이론이 없어 국회통과가 기대되고 있다.

▶ 한중일 합작 등 해외교류 늘어

`포트리스`

'포트리스', '라그나로크', '신암행어사', '탑블레이드', '스페이스힙합덕' 등은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이 공동제작했거나 제작중인 작품들. 올해에는 특히 한국, 중국, 일본과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신암행어사`

'포트리스'는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TV시리즈. 한국과 일본이 기획단계에서부터 공동으로 제작위원회를 결성해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캐릭터상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만화 '신암행어사'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라그나로크'의 TV애니메이션의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스페이스힙합덕`

'스페이스 힙합덕'은 중국에서 메인제작을 담당한 경우. 한국에 방영된데 이어 중국에서도 조만간 전파를 탈 예정이다.

선우엔터테인먼트는 이 작품외에도 중국과의 공동제작을 늘려갈 계획이고, 서울무비의 '요랑아요랑아'는 중국에 1부가 수출된데 이어 2부는 중국과 공동제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호 등 일부기업의 경우 중국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구체적인 합작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제주에서 '한중일 포럼'이 열려 3국간 정부의 협력기반이 강화되는 등 국가간 공동제작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 OSMU접목 늘어

OSMU는 최근 문화콘텐츠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으로 캐릭터상품 등 부가사업이 활발한 분야기도 하지만 최근 상품군이 다양해졌고 타 분야와의 연계도 활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캐릭터상품 등의 출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일부 작품의 경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캐릭터상품을 공개하고 라이선시를 모집했다. 또 '올림포스가디언'은 출판만화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DVD시장의 확대와 시장질서 혼탁

지난해부터 DVD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애니메이션 DVD가 대거 출시됐다. 특히 DVDani, 매니아엔터테인먼트 등 몇몇 제작사에서는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에서부터 TV시리즈,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잇달아 선보여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환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 역시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영상과 OST, 제작과정 등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업체난립과 많은 타이틀 발매, 덤핑판매 등으로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우려도 크다. 출시된 작품은 많고 시장은 한계가 있어 전체적으로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작품이 출시됐지만 1만장 넘게 판매된 작품이 손가락에 꼽을 만큼 판매량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업체가 덤핑판매를 하면서 시장질서를 흐려놓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 해외진출 활발

올해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해외수출 및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세계적인 방송영상 전시회인 밉콤(MIPCOM), 밉티비(MIPTV),냇피(NATPE) 등을 통해 3년전부터 해외진출을 추진해 해외수출과 공동제작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밉콤(MIPCOM)과 3월 열린 밉티비(MIPTV)에서 국내 기업들은 약 1600만달러 상당, 900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이밖에도 해외기업과의 공동제작 등도 늘어나고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밉콤 행사장에 마련한 한국관을 통해 전시회에 참가한 삼지애니메이션은 'ODD Family'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뽀롱뽀롱 뽀로로'도 프랑스와 판권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동우애니메이션의 '유니미니펫'은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일본 공중파에서 방영됐고, '강이지똥'은 도쿄애니메이션페어(TAF)에서 수상해 창작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윤현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