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결산] 문화콘텐츠산업 분야별 정리<5>-음악

2000년 이후 계속 축소되어온 음반시장은 올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오프라인 시장은 대폭 축소됐고, 온라인 저작권 등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게임, 모바일, 온라인 등 여러 장르와 접목되면서 수익창출 창구가 늘었고,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시장재편이 기대되고 있다.

유례없이 힘겨운 한해를 보내면서 대두된 쟁점을 중심으로 올해 음악산업을 되돌아본다.

▶최악의 불황 실감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올해 음반시장은 유례없는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고, 디지털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면서 험난한 한해를 보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약 2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0년 4100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 한때 전국적으로 1만2,000여개에 이르렀던 음반 소매점은 현재 약 600개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음반시장은 유례없는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고, 디지털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면서 험난한 한해를 보냈다.

음반 판매량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올 한해 5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11월 현재까지 김건모 8집이 유일하다. 연말까지 10만장 이상 판매가 예상되는 음반 또한 20여장에 머물 것으로 보여,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빠졌고, 온라인 서비스를 둘러싼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디지털 음원 둘러싼 분쟁 가열

소리바다는 여전히 음반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음반산업협회가 복제권. 전송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지난 2월 소리바다 서버운영금지 신청을 했고, 이후 소리바다 운영자에 대해 공소기각판결이 내려졌다.

최근에는 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받아들여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법적 분쟁은 최근 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고소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사업자에 대한 고소도 잇따라 벅스뮤직 등에서는 일부 곡들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디지털 음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업계 내부의 갈등도 불거졌다. (사)음원제작자협회를 신탁관리단체로 지정되자 일부 음반사와 저작권자들의 반발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현재 신탁관리단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확대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와는 반대로 온라인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 모바일을 통한 다운로드 시장이 급성장해 올해 약 4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mp3플레이어 등의 디지털기기 시장도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실제 업계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질서 바로 세우기가 시급하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와 음원의 권리자간 갈등은 올해 특히 정점에 달했다. 음반업계에서는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음원이 궁극적으로 음악시장확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 유통시스템의 변화

세이클럽 음악서비스 - `주크온`

과거 100여년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음반유통시스템이 최근 몇년새 크게 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음반구매가 보편화됐고, 인터넷다운로드, 모바일 등을 통한 디지털 음원 확보도 가능해졌다.

휴대폰을 통한 벨소리다운로드, 통화대기음, VOD서비스, 멀티미디어 메일 등 모바일 음원시장은 올 한해 급신장했다. 또 합법적으로 음원을 확보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시작됐다.

온라인 음악서비스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maxmp3, 렛츠뮤직, 세이클럽, 네오위즈 등이 유료서비스를 시작했고,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탈사이트도 유료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음반제작사 등 음반관련 업체 또한 유료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 직접 온라인서비스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타 장르진출 통한 수익창구 확대

올해 특히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가수들이 드라마, 뮤지컬, MC로 영역을 넓혀 활동했다는 점. MC로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이효리를 비롯해 비, 김동완, 에릭, 장나라, 박정아, 성유리, 성시경, 이지훈, 이현우 등 인기가수들이 드라마와 영화, MC로 활약했다.

음반판매로 거둘 수 있는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가수들의 외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수와 배우를 겸하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대거 활약하고 있어 가수들의 타 장르 진출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타 분야로의 진출은 가수들에 국한되지 않고, 음반사들도 방송과 출판, 게임사업 등에 뛰어들었다. 예당엔터테인먼트는 게임업체 트라이글로우를 인수해 온라인게임사업을 시작했고, 도레미는 케이블채널인 '채널V코리아' 운영과 출판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 해외진출 활발

세계 무대를 향한 국내 음반업계 발걸음은 힘찼다. 해외진출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보아는 올 한해 음반판매와 공연, CF 등으로 해외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한류바람을 타고 국내 가수들의 중국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중국 등 해외 공연이 줄을 이었고, 국내가요가 번안돼 불리는 등 인기가 높다.

팝콤(POPKOMM) 2003 행사장 모습.

국내 음반업계는 또 해외유명음악전시회 미뎀(MIDEM), 팝콤(POPKOMM) 등을 통해 세계시장 홍보와 음반수출을 진행해왔다.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음반의 수출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례로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의 OST음반을 비롯해 올해 230만달러의 수출성과를 이뤄냈다.

최근에는 해외기업과의 공동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일본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이수영은 일본 소니뮤직과 함께 음반프로젝트를 준비중이고, 주얼리, 자우림 등도 현지 일본 기획사와 함께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박정현도 중국 진출을 앞두고 중국기업과 공동프로젝트를 준비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원소스멀티유즈

플라이투더스카이, 윤도현밴드, 주얼리 (사진왼쪽부터)

드라마 OST, 광고, 모바일과 온라인서비스, 만화책과 병행한 프로젝트 앨범 등 음반업계에서는 올 한해 원소스멀티유즈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단순 배경음악이 아니라 OST가 하나의 완성작으로 출시돼 인기를 모았다. 모바일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모바일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도 대폭 확대됐다.

만화책을 함께 묶은 패키지 음반 발매도 이어졌다. 이효리, 주얼리 등 게임 광고모델로 활약한 가수들도 크게 늘었고, 일부 게임 OST에도 직접 참여했다.

윤현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