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전국의 게임방 PC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촉발시킨 게임이 있다. 현재 20만의 유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9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수를 자랑하고 있는 <리니지II>가 바로 그 게임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실감 넘치는 게임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은 <리니지II>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이다. cgLand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게임’을 표방하는 <리니지II>의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리니지II> 그래픽팀을 찾아가 보았다.

다음은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 황철웅 팀장으로부터 들은 <리니지II>게임그래픽 제작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내년 5월 열리는 E3 게임쇼에 선보이기 위해 동영상 작업 중

엔씨소프트에는 다양한 팀들이 존재한다. 여러 팀들 가운데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곳이 <리니지II> 그래픽팀이 아닐까한다.

“일찍 퇴근하면 저녁 8시나 9시에 퇴근하며, 바쁠 때는 새벽에 갑니다.” 근무시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황철웅 팀장은 이와 같이 말문을 열었다.

<리니지II> 그래픽팀은 게임 그래픽을 담당하는 ‘제작팀’과 게임 세계를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동영상팀’으로 나뉜다. 제작팀의 경우 인터뷰 당시, 1월초로 예정된 업데이트를 목표로 한창 작업에 피치를 가하고 있었다.

게임그래픽의 특성이 대부분 그렇듯이, 업데이트 시기는 거의 바쁘게 보내야 하는데 <리니지II> 그래픽팀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상용화 이전인 7, 8, 9월에는 휴일에도 집에 못 가고 작업을 했습니다.”

동영상팀의 경우는 좀 스케줄이 다르다고 한다. 동영상팀은 1년에 대략 한 편 꼴로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이게 그리 만만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마감 네 달 전부터는 거의 24시간 체제로 운영이 됩니다.”

왜 막판에 그렇게 일이 몰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팀장은 “게임 동영상은 애니메이션, 광고 등과 달라 게임과 스케줄이 같이 가는 특성이 있어서” 라며 막판에 일이 몰리는 사정을 설명했다.

즉 기획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느라 정작 실제 제작에는 촉박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게 황 팀장의 설명이었다. 1년의 3분의 2는 기획 등에 소비되는 셈이다.

이번에 제작중인 동영상은 오는 5월로 예정된 E3 게임쇼를 겨냥해 제작되고 있었다. “게임 동영상은 업데이트 될 게임내용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임 안의 이야기, 백그라운드 등은 화려한 동영상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하며 이를 통해 게임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황 팀장은 설명했다.

동영상팀과 제작팀 기본 데이터 공유

<리니지II> 동영상팀은 제작팀으로부터 기본이 되는 디자인과 모델링 데이터, 애니메이션 데이터 등을 받아서 이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게임에 쓰이는 로우 폴리곤 데이터와 맵핑소스 등을 기본으로 하이 폴리곤을 구성함으로써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본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과 다른 동영상만의 독특한 특징은 넣을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게임과는 다른, 동영상만의 독자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개개인의 근무 형태는 대체적으로 시간적인 제약이 덜한 편이었다. “개개인마다 스케줄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만 임무를 완수하면 되는 형태의 근무방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작업 분량은 그리 만만치는 않은 편이라고 한다. “대부분 빡빡하게 주어지는 편이지요.” 황 팀장은 웃으면서 덧붙였다.

철저한 연봉제, 각자의 연봉은 비밀사항

엔씨소프트는 철저한 연봉제를 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철저하냐 하면 팀장이 팀원보다 연봉이 적을 경우도 있으며, 사규 가운데 다른 사원의 월급을 알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고 할 정도다. 연봉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며, 개인별로 협상을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부르는 대로 연봉을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인사평가시스템에 의해 역할 비중과 기대도, 성취도, 근태 등을 고려해 점수가 산출되고 이를 근거로 인상폭이 제시되며 그 안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다고 한다.

이밖에 엔씨소프트는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직원에게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가깝게는 지난 가을 <리니지II> 상용화 때에도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12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그래픽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을 때 같은 경우에는 해당 파트 직원들에게 좋은 인사고과가 반영된다고 한다.

자신의 일을 정확히 처리하는 사람 필요해

어떤 작업자가 필요한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 팀장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어느 정도 한 분야에 전문가적인 스킬과 어빌리티를 갖고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앞 사람이 작업한 데이터를 받아서 작업한 뒤 뒷사람에게 넘겨주는 시스템이 정확히 짜여져 있는 상황이어서 한 사람의 작업이 지연될 때는 모든 프로세스가 멈춰버린다는 게 그 설명이다. 따라서 자신의 일을 정확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팀에 필요하다고 황 팀장은 강조했다.

팀 안에 부부커플 3쌍

<리니지II> 그래픽팀은 우리나라 게임그래픽팀 가운데 가장 많은 68명의 인원수를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팀 내 커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두 달 전 세 번째 커플이 결혼을 했습니다. 이번 커플은 회사 내에서 작업하다가 시작되어 결혼으로 이어진 첫 커플이기도 합니다.”

많은 회의

엔씨소프트는 회의가 굉장히 많다. <리니지II> 그래픽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웃풋의 퀄리티를 통일시키기 위해 상당히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황 팀장에 따르면 이전에는 엔씨소프트에서도 캐릭터 제작시 혼자 알아서 만들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이 사람이 늘어나면서 하나하나씩 단계가 분화되고 하다보니 회의가 자연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업무 매니저의 역량이 특히 많이 요구됩니다.” 황 팀장에 따르면 테크닉과 관련해서 또는 작업스케줄과 관련해서 직급과 무관하게 돌아가면서 업무 관리를 맡는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한다.

게임 그래픽, 플랫폼을 초월해서 높은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노력

“비록 (네트워크 속도에 영향을 받는) 온라인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플랫폼을 초월해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그래픽팀의 목표에 대해 묻자 황 팀장은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서버 운영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주얼 쪽으로 보면 아직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온라인 게임이 콘솔 게임보다 완성도나 퀄리티 면에서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의 기존 강점을 더 키워나가서 좋은 기술력을 갖춘 수준 높은 제작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두는 고독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2위의 추격을 경계하는 한편, 남들이 가보지 못한 새 길을 개척하느라 고독하고 괴로운 길을 간다. 황 팀장은 이와 관련한 심정도 토로했다.

“어떠한 일을 하든 선례가 없어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이 결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행착오들이 존재합니다. 2위만 하더라도 선두업체를 벤치마킹해서 관련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정말 선두는 고독하다.

이번 <리니지II> 그래픽팀에 대한 취재는 그리 수월한 편은 아니었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한창 바쁜 일정 속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라 조금은 급박하게 진행된 점 또한 없지 않아 있다. 인터뷰 도중 다음 스케줄을 재촉하는 급박한 황철웅 팀장의 휴대폰 소리에서 어느 정도 바쁜가가 짐작이 되었다.

이번 취재에서 아쉬운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쁜 스케줄과 엔씨소프트의 사내 규정 때문에 실제 작업을 하는 사무실을 촬영해서 선보이지 못했다 것이다. 이 점은 나중에 추가로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서 cgLand 회원들에게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엔씨소프트 <리니지II> 그래픽팀에 대한 탐방기를 마치기로 한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리니지II> 아무쪼록 더 훌륭한 구성과 그래픽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한 단계 진일보시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