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지랜드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산업팀 이상길 팀장을 만나 국내외 애니메이션 전망과 앞으로의 극복과제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팀장은 올해는 한국 애니메이션 재도약의 해가 될 것이며,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는 한층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니메이션 방영에 소극적인 우리 방송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짚어 보았다.
올해 애니메이션 업계 활성화 예상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난해 바닥을 쳤다고 봅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산업팀 이상길 팀장은 올해부터 애니메이션 업계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유로는 우리 창작 애니메이션의 약진과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 2003년 MIPCOM(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TV영상콘텐츠 국제 견본시장) 상담금액이 전년도 대비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보통
상담금액은 그 다음 해 계약실적으로 대부분 연결되는 걸 봤을 때, 올해 우리 애니메이션의 대폭적인 수출 증가가 예상됩니다.” 우리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로는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지역과 미국 등이다. 높은 퀄리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만들 수 있으며,
잘만 하면 정부 측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업계의 활성화도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이 팀장은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제작물량
증가가 예측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는 변화하는 중
“솔직히 지난 2년간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습니다.” OEM 물량의 축소와 더불어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연이은
안 좋은 소식 등으로 지난 2002년과 2003년 애니메이션 업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이상길 팀장은 회고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는 변화하는 와중에 있다. OEM 시장의 축소로 창작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기존 우리
애니메이션을 주도했던 회사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마인드가 조금 부족하다고 이 팀장은 지적했다. “하청 위주의 작업에
익숙한 일부 애니메이션 회사 경영자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은 이제 하청도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단가 경쟁을 벌일 시기는 지났습니다.” 기존의 우리가 맡았던
애니메이션 하청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빼앗긴지 오래된 지금, 이 팀장은 수준급 감독과 고급 애니메이터로 퀄리티 높은 작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의견을 펼쳤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청도 고급 감독과 애니메이터를 간판으로 세워서 고도화 되어야 합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선우애니메이션에서는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과 함께 ‘여우비’를 만들면서, 이 감독의 인지도와 실력을 하청 작업에도 연결하고 있다. ‘이온플럭스’로 유명한 피터 정 감독 역시
(주)디엔에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애니메이션 일보 전진을 위한 산고 중
현재 외국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프로젝트들에 대해 이상길 팀장은 “나쁘게 얘기하자면
신종 OEM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좋은 쪽으로 보면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 단계 발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이어 이러한 발전이 다음 단계, 즉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더 발전하느냐 아니냐는 우리가 그 ‘부가가치’를 갖고 오느냐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이 팀장은 이 단계부터가 비즈니스 단계이며,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비즈니스는 글로벌한 빅 비즈니스입니다. 아직도 ‘잘 만들기만 하면 떼돈 벌 것’이라고 착각하는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 유통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지적이다. “이제는 민간에서 배급 쪽을 전담하는 그런 회사가 전면에
나타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회사로는 대원과 아이코닉스 등이 꼽힐 수 있으며, 앞으로 이들 회사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MIPCOM이나 MIPTV 등 해외 견본시에도 이제는 배급을 전담하는 회사가 가는 게 옳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견본시들은 제작사
판이 아니라 배급사들의 각축장입니다.” 이 팀장은 일반 제작사들은 한두 차례 글로벌한 스탠다드를 경험해 보는 차원에서 외국 견본시를 가볼
것을 추천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도 단순하게 제작비를 지원해 주는 것보다는 해외 마케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 단계 진보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극적인 애니메이션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경쟁국
간단하게 해외 애니메이션 업계의 동향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해외 애니메이션 강국들이 좀 가만히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는군요..” 이 팀장은 씨익 웃으면서 그동안 파악된 해외동향에 대해
정리해 주었다.
“미국 쪽은 3D로 가고 있습니다.” 최근 셀 애니메이션 부분을 대폭 축소한 디즈니사의 경우처럼 미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3D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3D를 집중 지원할 예정입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도 포함시켰더군요.” 영국과 일본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영국은 ‘크리에이티브 인터스트리’를 CGI 베이스로 중점 추진한다고 한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관련 대미 수출액이 철강 수출액의 3배가
넘어, 이를 국가적 수출 품목으로 선정, 적극 추진 중입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이다. 이와 같이 각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잠재력과 수익성에 관심을 갖고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의 책임
우리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하나 걸고 넘어가야 할 것이 우리 방송의 책임 문제이다. 이에 대한 이 팀장의 의견을 물어 보았다.
이 팀장은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이나 애니메이션 업계의 발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나 협회, 학회 등에서 정책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팀장은 특히 현재 있는 애니메이션 방송 관련 룰만 제대로 지켜져도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방송 애니메이션의 40%를 자국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해야 한다는 룰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팀장은 우선 볼만한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당 제작비가 1억5천만 원인 TV용
애니메이션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송료로 지급되는 2~3천만 원의 돈으로는 턱없습니다. 이를 관련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머천다이징
라이센싱으로 매꾸어야 하는데 적절한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지 않으니까 이를 기대할 수 없는 거죠.” 이와 함께 편성 룰을 어겼을 때
이를 제재하는 방송위원회 경고가 솜방망이 징계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 주도로 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팀장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협회, 학회
등에서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상길 팀장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한층 성숙해진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단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마케팅 부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들이 생겨야한다는 부분에서 동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참으로 쓰디쓴 경험을 겪어 보았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기대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침몰을 안타까이 지켜보았었다. 모두 하나같이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좌절을 했다. 그 원인으로는 해외 마케팅의 부재와
기획력의 부족이 항상 지적되곤 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해외 애니메이션 경기도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꾸준히 우리 작품을 소개해 온 몇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이상길 팀장의 말마따나 지난 2년간의 암흑기를 거쳐 이제는 재도약의
시기가 도래했다. 이 기회를 슬기롭게 이용해서 세계적인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