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홍대입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심승현작가의 목소리는 소박해 보였다.




파페포포의 주인공인 심승현작가는 씨지랜드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플라워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이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사랑과 추억, 상처, 가족의 소중함,
우정의 의미 등을 아름다운 그림과 철학적인 해석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파페포포는 현재 2권의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청년 파페와 아름다운 포포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벌써 책으로 출판된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파페포포의 대부분은 제가 삶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 이에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20%정도를 차지하구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에게만 있을 줄 알았던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다른 사람에게도 한가지씩은 있었어요.”

그림 못지않은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모든 이의 추억과 아픔을 자극하고 감성을 뒤흔들었다.
우리나이 서른하고도 네 살, 순수하고 내성적인 그의 모습에서 파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일본의 하청작업이 국내 애니메이션의 근간을 이루던 지난 90년대 초부터 동화가를 거쳐 원화가로 활동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도 그의 펜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 당시 남 부러울 게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창작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하청작업을 하면서 밤마다 파페포포를 그렸습니다.”

생계 수단이었던 애니메이션 하청작업을 당장 놓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표현하고픈 열정이 파페포포를 탄생시켰다.

그럼 과연 파페포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린파파야 향기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상에 뭍어있는 그린파파야 향기가 느껴졌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파파야의 어감과 비슷한 ‘ㅍ’ 자가 들어간 단어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파페포포라는 이름이 만들어 졌죠.“

그렇게 탄생한 파페포포는 심승현작가에겐 분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많은 행운을 안겨 주었다.



“컴맹이던 제가 컴퓨터그래픽을 처음으로 접한건 하청애니메이션 작업을 그만두고 DDS(디지털드림스튜디오)에 근무할 때였어요. 컨셉디자이너와 콘티작가로 근무하면서 CG의 매력을 알게되었죠.”

DDS 근무 시절 동아LG 국제 만화페스티벌에 파페포포가 입선했고, 당선후 문화콘텐츠 진흥원으로부터 우수문화콘텐츠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1년간 작품제작 지원비와 책(포트폴리오)을 만들 수 있는 혜택을 주었어요. 그래서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파페포포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생계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자신의 꿈을, 작가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처럼 침체된 시장에서 문화콘텐츠 강국이 되는 길은 관련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통한 창작물의 육성 발굴이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생계 때문에 작품을 포기하고 꿈과 희망을 잃어간다면 문화후진국의 딱지를 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익숙해 지면서 CG로 작품을 만들고 2002년도에 DAUM에 카페를 만들어 작품을 올렸습니다. 카페에 올린 작품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봐주셨어요. 나중에 책이 나오고 많은 분들이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자기 얘기 같아서 좋았다는 격려의 내용이 많았고, 여자인줄 알았는데 책 뒤의 사진을 보니 남자더라는 내용도 있었어요. ^^”



이후 씨지랜드에 작품을 올리게 되었는데 당시 회원들의 반응에 다소 놀랐다고 한다.

“씨지랜드에 정말 훌륭한 작가분들과 작품들이 많은데 제 그림을 보고 좋은 평을 많이 해 주셨어요. 고맙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파페포포는 일반적으로 볼 때 감성만화다.
수필처럼 잔잔한 스토리를 그림과 함께 표현해 나가야 한다.
이런 파페포포의 제작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단어를 떠올리구요. 단어에서 스토리를 파생시키고 콘티작업을 합니다. 콘티작업이 완료되면 A4용지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나가죠.”



A4용지에 그려진 그림은 일반적인 작업과정처럼 펜으로 정리하고 스캐닝한 후에 컴퓨터에서 마지막 작업을 통해 완성되어 진다.

“솔직히 늘 사용하는 툴만 써서 프로그램은 잘 몰라요. 주로 포토샵을 이용하여 정리와 채색 타이포 작업을 하고 배경작업에는 페인터를 사용합니다.”

그의 작업실은 방문 전에 상상했던 복잡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성격만큼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출판의 계기가 인터넷에 올린 파페포포를 보고 출판사가 접촉을 시도한 걸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완성된 포트폴리오와 인터넷카페주소를 담아 10여 군데의 출판사로 직접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 결과, 6군데의 출판사가 관심을 가졌고, 결국 그는 그 중 가장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었던 홍익출판사를 선택하였다.

“이번 4월경에는 자연, 환경에 관한 주제로 새로운 파페포포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차기작으로 선보일 파페포포의 소개와 더불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도 들려주었다.
기존 파페포포가 만화라면 새로운 프로젝트는 잊혀진 마음 동화라고 한다.
예전의 작업과 달리 문화적인 코드와 작품성에 집중하였으며, 이루마씨의 피아노앨범이 동화OST로 삽입된다고 한다. (물론 이루마씨가 사전에 동화내용을 읽고 직접 작곡, 연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시도는 연극무대에 동화를 올리는 것이다. 이미 이런 일련의 문화적인 시도가 기획을 마치고 진행 중에 있었다.

현재 작업중인 동화의 제목은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이다.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에는 나비가 주인공입니다.
나비가 꽃과 해바라기, 해, 바람을 만나 전개되는 이야기구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상처에 대한 것들이 은유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화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한편의 나비이야기 - 11월 즈음에 마무리가 된다고 하니 사뭇 기대가 된다.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에 등장하는 해바라기 보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여건이 된다면 파페포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준비한 시나리오도 있거든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가 아니었다면 파페포포의 존재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신의 상처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치유해 낸 그의 소박한 삶에서 외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장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사전예고 없이 찾아간 자리였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준비된 인터뷰는 대부분 식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번개 인터뷰의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씨지랜드 회원들을 위해 자신이 살아온 얘기와 작품세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 심승현 작가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