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1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규모의 방송영상마켓 MIPTV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MIPTV는 각종 방송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뉴미디어 콘텐츠가 거래되는 프로그램 마켓으로 매년 세계 각국의 방송사, 배급사, 바이어가 대거 참가한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컨텐츠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MIPTV, NATPE 등 해외 영상마켓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004 MIPTV에는 한국공동관을 중심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30여 개 기업이 참가하였다. 국내 투자환경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해외 마켓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에서 반드시 작품을 인정받고 사업화를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와 자신감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올해 MIPTV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작년보다 양적, 질적으로 높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디자인스톰은 3D TV시리즈인 '아이언키드'의 상영행사를 갖고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을 가졌는데, 스페인의 유력배급사인 비알비 인터네셔널로부터 160만 달러의 제작비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즈엔터테인먼트는 '뿌까' 캐릭터를 폭스키즈유럽과 총 78편의 애니메이션(제목: 'Pucca Funny Love')으로 제작하기 위한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캐릭터플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해머보이 망치', 그라비티의 TV용 애니메이션 '라그나로크' 등이 해외수출을 위한 미팅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MIPTV 행사에 한국기업들은 계약 1,251만 달러, 상담 1,968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계약실적만 보면 작년보다 42%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이상으로 우리에게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이언키드'나 '뿌까'처럼 한국이 선기획한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들이 해외의 메이저 회사들에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네픽스의 미국 방영 TV시리즈 '큐빅스'나 삼지애니메이션이 TF1, Lagardere의 참여로 합작중인 'ODD Family'에서 이미 그 첫 발을 내딛은 바 있으며, 앞으로도 주류시장에 한국 컨텐츠가 진입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메이저 회사들의 눈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검증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그들을 초기 단계부터 파트너로 가져간다는 것은 아직 대외적인 위상과 네트웍이 약한 한국 컨텐츠업계에 단비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부상 또한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마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엄청난 인해전술처럼 중국이 이번 MIPTV에 쏟아 부은 인원과 행사물량, 행사규모 등을 보면 조만간 컨텐츠 시장에서도 값싸고 그럭저럭 봐줄만한 중국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와의 합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볼 때 2D는 물론 3D 쪽의 제작능력도 점차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기법 면에서 보자면 아직 2D 작품이 주류이지만3D 작품 또한 예년에 비해 많이 증가하였다. 이는 3D 애니메이션이 캐릭터의 실물감이나 역동성, 비주얼 이펙트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DVD, 게임 등의 부가사업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품 타겟 선정에 있어서는 유아 등의 대상에 대한 공급 과잉여부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국의 민관이 해외 영상마켓에 본격적으로 참여한지도 3년이 넘어섰다. 하청의 오랜 구조 속에서 해외 주류시장에 창작의 깃발을 올린지도 불과 몇 년 전이다. 섣부른 기대를 하기엔 주류시장의 진입장벽과 끼리끼리 의식 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경험적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를 공동제작이나 자체 창작의 노력, 정부의 지원 등으로 극복해내려는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아직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많은 해외 관계자들에게 내년 프랑스 칸의 MIPTV 행사에는 올해와는 한 차원 더 높아진 한국 문화컨텐츠의 위상을 세울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필자: 삼지애니메이션 김정화 마케팅팀장
삼지애니메이션은 현재 프랑스의 Lagardere그룹 자회사인 Timoon Animation, 미디어그룹TF1과 3D TV 시트콤 를 공동제작 중이며, 한국 및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초로 공동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2004년 사전 캐릭터 프로모션을 시작으로 2005년에 본격적인 글로벌 방영 및 캐릭터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