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스톰(대표: 손정숙)의 신작 애니메이션 ‘아이언키드’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MIPTV를 기해 프랑스 칸느에서 개최한 아이언키드 제작발표회에는 60여 개 관련 업체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스페인의 BRB인터내셔널과 160만 달러의 합작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cgLand는 로봇무협액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참신한 장르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노크하는 디자인스톰 제작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아이언키드의 데모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언키드’는 로봇무협물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우연히 전설의 ‘철권(Iron Fist)'을 손에 넣은 ‘마티’와 신비의 소녀 ‘앨리’, 강아지 로봇 ‘버튼스’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세계 정복을 노리는 절대강자 대장군 카이저의 부활을 꾀하는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세계 최초로 기획되는 풀3D 무협액션 로봇물

25분짜리 26편으로 구성될 예정이라는 이 작품은 그러나 26부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일단은 26부작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봐서 시즌 1, 2를 52부작으로 확장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을 지휘하고 있는 강대일 감독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아이언키드의 장점은 무협지 스타일의 서사구조라고 강 감독은 강조한다. “오랫동안 한국 문화산업계에서 흥행성이 증명된 것은 무협지 서사구조입니다. 요즘 히트하고 있는 ‘반지의 제왕’ 같은 서양 판타지와도 공통분모가 많다고도 할 수 있죠.”

로봇의 무협액션이라는 소재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로봇 액션물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거의 시도된 적이 없다고 강대일 감독은 주장한다. “로봇 액션물이 많은 일본에서도 로봇무협액션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굳이 든다면 만화 ‘수호지’의 캐릭터를 거대로봇과 함께 등장시킨 일본의 ‘자이언트 로보’ 정도가 될까요...”

일단 소재가 극히 신선하다. 게다가 그것을 풀3D로 표현한다는 시도 역시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3D 제작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매우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 감독은 진단한다.

“일본 3D 인력은 소수의 실력자가 게임동영상 쪽에 포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인프라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고품질의 TV 시리즈용 3D 애니메이션은 나올 일이 없습니다.” 3D와 관련해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나라를 들자면 미국과 캐나다가 손꼽히는데,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제작비는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게 강대일 감독의 분석이다.

장점은 액션 연출

강대일 감독은 무엇보다도 액션연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아이언키드의 액션 연출은 로봇액션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이언키드는 2001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원래 기획된 작품은 ‘로봇스쿨’이라는 로봇액션코믹물이었다. "세계적으로 우리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코미디나 드라마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결론을 짓고 ‘액션’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아이언키드다.

액션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있을 만큼 감각이 발달되어있다는 게 강 감독의 결론이다. 타이밍 또한 절묘하게 맞았다고 평가한다. 매트릭스와 와호장룡 등 영화의 성공으로 홍콩 액션이 헐리웃 주류에 편입이 됨으로써 서양 관객에게도 동양식 액션이 많이 익숙해 졌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 같은 로봇 팔을 가진 소년이 ‘매트릭스’ 같은 액션을 보이는 작품.” 디자인스톰이 아이언키드를 해외에 소개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조정해야 할 사항

강대일 감독은 차차 제작을 진행해 나가면서 취사선택해야하는 문제점이 몇 개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액션 수위를 맞추는 작업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이 액션에 대한 선호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폭력수위를 몇 가지 버전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어떤 형식으로 보여질 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한 주에 재방, 삼방을 하거나 또는 순서를 바꿔 방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트콤 형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원래 아이언키드는 한 화가 끝나면서 일단 마무리되긴 하지만 다음 위기가 암시되면서 끝나는 걸로 기획되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지는 계속 고민할 사항이라고 강 감독은 밝혔다.

기획단계부터 OSMU 고려

아이언키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원소스멀티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를 염두에 둔 작품이다.

“아이언키드는 대전용 액션 게임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로드무비 형식이므로 온라인게임으로 만든다면 퀘스트를 깨고 아이템을 얻는 RPG 게임도 될 수 있습니다.” 강대일 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완구로 만들어지는 것도 고려해서 단순함과 복잡함을 모델링 단계에서 동시에 적용했다. “겉으로 볼 때는 심플하지만, 고급 액션 피겨 등을 만들 때를 대비해 세세한 부분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 컨셉이었습니다.” 모델링을 담당한 이장용 팀장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특히, 폴리곤과 넙스를 주로 사용한 아이언스톰의 모델링 데이터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강조했다. “매그넘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겉은 단순하게 보이는데 10메가가 넘죠. 변신까지 고려해서 디테일하게 표현했습니다. 웬만한 모델링 데이터보다 두세 배는 무겁습니다.”

바라는 인재

현재 디자인스톰 애니메이션 사업부는 33명. 디자인팀, 스토리보드팀, 모델링 팀과 애니메이션 팀, ML(매핑&라이팅) 팀, 셋업 팀, FX팀, 합성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애니메이션 팀과 ML 팀은 지속적으로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감각을 갖춘 사람으로, 프로젝트에 애착을 가지면서, 작품을 책임감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 특히 팀원과 의견조율이 잘 되는 그런 사람을 구합니다.” 정대식 PD는 프로젝트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디자인스톰은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박충식 팀장은 애니메이션 타이밍 감각이 있고, 대전 액션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좋다고 밝혔다. “이 장면에서는 모 게임의 어떤 동작이 적절하겠다는 의견을 냈을 때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도움이 되지요.”

작업

“2005년 10월 완성 예정입니다. 현재 2편까지 제작했고, 3편을 제작 중이니다. 전체적인 시놉시스는 완성되었고, 13편까지의 세부 스토리가 작업되었습니다.” 전체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정대식 PD는 아이언키드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PD는 이어 조만간 인원이 어느 정도 충원된 다음에는 3주에 한 편을 만드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팀에서는 디즈니식과 제페니메이션이 혼합된 퓨전스타일작업으로 혼합시 나타날 수 있는 괴리감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박충식 애니메이션 팀장은 밝혔다. “디즈니 스타일과 홍콩 액션 스타일의 밸런스를 조절하는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것은 3D가 현실적이기 때문에 무협영화에서 와이어 묶은티가 나듯이 과감한 표현이 많이 어색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언키드는 기본적으로 전경(Foreground), 배경(Background), 그림자의 세 레이어를 사용해서 렌더링한다고, 렌더링과 라이팅을 담당하는 박성훈 팀장은 설명했다.

박 팀장은 특히 맵소스가 들어갔을 경우 20~50메가에 이르는 무거운 캐릭터들 때문에 렌더링에 특히 주의를 한다고 밝혔다. “라이팅은 글로벌일루미네이션 느낌이 나도록 사용하고 있으며, 연출 라이트는 상황에 맞도록 오전, 낮, 밤, 석양을 표현하는 디폴트 라이트를 불러 사용합니다.”

투자. 배급

현재 아이언키드는 총 제작비 40억 원 가운데 85%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정대식 PD는 특히, 힘든 시장상황에서 지난 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스타프로젝트‘로 선정되어 정부지원금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정말 적절한 시기에 자금이 지원되었습니다.” 스타프로젝트로 디자인스톰이 받은 지원금은 7억 원. 이 자금을 바탕으로 디자인스톰은 아이언키드 본 편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대원C&A와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4월 MIPTV에서 BRB 인터내셔널과 체결한 공동제작 계약은 그 결실이다.

BRB 인터내셔널은 유럽의 스페인어권에서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배급 채널로서,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희왕’을 비롯 ‘포켓몬스터’ 등의 유럽지역 배급권을 갖고 있는 회사다.

“지난 11월 MIPCOM에 나갔던 아이언키드의 데모 동영상을 보고 BRB 인터내셔널의 Director of co-production이라는 관계자가 컨택을 해왔습니다.” 그 이후 BRB 인터내셔널과 지속적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했으며, 이번 투자유치는 결코 단 시일에 결정된 것이 아님을 신영식 PD는 강조한다.

디자인스톰을 취재하기 이전에도 기자는 아이언키드의 참신함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얘기와 이 작품의 액션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는 얘기들이 그것이었다.

최초 기획으로부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않은 시간이 지났다. 이 작품은 드디어 그 본격적인 본편 제작에 돌입을 했다. 어떤 작품이 나와 세계 시청자의 이목을 끌게 될지 기대된다.

cgLand 송근우 기자 egtree@cg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