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씨지랜드에 올라온‘지옥’을 보았는가?
못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감상하기 바란다.
지옥보기
‘지옥’은 로토스코핑이라는 실사기반의 노가다작업을 통해 1년만에 완성한
연상호작가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애니메이션을 뛰어 넘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연상호 작가는 작은 기대마져 져버릴 수 없다는 열정으로
다다쑈(dadashow)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다다쑈의 공간은 콘진(문화콘텐츠 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목동에 자리잡고 있다.
제작지원실 입구 (지하에 연상호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필자가 전화연락을 하고 인터뷰요청을 했지만 사실상 준비는 없었다.
지옥을 보고 무작정 찾아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하는 여러분들의 심정처럼
필자도 연상호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베일을 벗기기로 했다.
“강재호 작가와 둘이서 지내고 있어요. 강작가가 지옥 만들때 많이 도와줬죠.”
강재호작가는 툰갤러리에 스탠바이미를 연재하고 있으며 다다쑈 소속 작가다.
강재호작가(좌)와 연상호작가(우)
다다쑈에 대한 내용은 그들의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www.dadashow.com)
사실 지옥이 처음 공개된 것은 씨지랜드가 아니다.
“정동진영화제등 각종 영화제와 인디포럼에서 상영을 했었어요. 뒤늦게 씨지랜드를 알고
이곳에 올렸는데 플라워상까지 받았네요“
지옥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잠깐의 쇼킹함을 경험한다.
호러적인 잔인함과 심리적인 스릴러, 어찌보면 로드무비의 한 장면처럼 끝없이 도망치는 환상을 아무런 여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혼자서 이것저것 다하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또다시 만들라고 하면 5개월 안에 끝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지옥2’를 준비하고 있다. 전편에 비해 많이 상업화 시킬 예정이란다.
상영시간은 30분 내외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지옥은 로토스코핑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예전 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에 쓰였던 실사기반의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콘티를 짜고 영화를 제작하듯 캠으로 촬영을 한다.
촬영한 프레임 한 장 한 장을 밑그림화 시켜 채색하고 다시 영상으로 전환시킨다.
말만 들어도 쉽게 노가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차라리 영화를 찍고 말겠다.
하지만 그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론과 포부를 듣고 있노라니
그의 고생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한국에는 창작애니메이션이 설 자리가 없어요. 항상 배고프고 힘들죠.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너무 양극화되어 대작에만 투자를 해요. 대작아니면 개인적인 포트폴리오 제작물, 출품을 위해 만드는 비대중적인 작품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그나마 출시된 대작은 대부분 망하고, 개인들은 배가 고프니 작품할 여력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죠.“
바다건너 일본의 경우 질적인 부분을 떠나 작품의 수와 그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의 매니아들이 즐겨보는 일본의 다양한 TV씨리즈 애니메이션을 보라.
다양한 시도와 쏟아지는 창작물이 시장을 키우고 ‘애니메이션=일본’ 이라는 자연스러운 공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한국에도 신카이마코토가 많이 나와야죠. 분명 우리도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데 구조적으로 뒷받침이 않되는 것 같아요.”
신카이마코토는 1인 제작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의 감독이며 애니메이터이다.
물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인이다.
신카이마코토는 1인 제작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그 구조적인 문제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엉킨 실타래를 연상시킨다. 정부의 지원도 문제투성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행정적으로 풀어 나가다보니 유명무실하기만 하다.
“ 콘진(문화콘텐츠 진흥원)에 들어오기 위해 11kg되는 기획서를 만들었어요. 아마도 무게로 뽑힌 것 같아요. ^^(허탈한 웃음) 그래도
지원해 준 컴퓨터나 타블렛은 좋아요.”
지원받은 작업실과 장비는 넓고 좋아보였지만, 정작 그들이 목말라하는 효율적인 지원정책은 온데 간데 없어보였다.
“대작도 좋지만 대작과 함께할 다양한 씨리즈물이나 OVA등이 우선 쏟아져 나와야죠.
대작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밑거름이 될 창작물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채워줘야 합니다.“
연상호작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힐 태세였다.
당장은 그가 추진하는 움직임이 작고 공허한 날개짓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나비효과를 상기해 보라!
이런 작은힘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분명 그 자리에 있었다 .
연상호작가는 작가이면서 감독이며 제작자다.
그래서 영화적인 접근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발로 뛰어다닌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아웃사이더 기질은 지난날이 평탄하지 않았음을 옅볼 수 있게 한다.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근데 대학가서 그림은 안 그리고 영상에 미쳐 작품을 만들었죠. 이단아취급을 당했어요. 학사경고도 2번이나 먹었죠.
다행히 졸업을 앞두고 몇 작품 그려서 상도 받고 졸업을 했죠.”
“중3때인가 아키라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출발은 영화로 시작했죠.
대학 1학년 때 최초의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필름촬영이 너무나 힘든거에요. 돈도 많이 들고...
그러다가 하이텔통신의 동호회를 통해 디지털을 접하게 되고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익히게 되었어요.
결국 큰 맘먹고 VX700캠코더를 장만해서 6미리로 촬영하고 프리미어로 편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96년에 완성한 20분 분량의 영화 ‘생각나와남’이란 우울한 스토리의 작품을 10만원 영화제에 출품했죠. 재미난게 다른 사람들은
8미리 아나로그로 작업했는데 전 디지털 개념을 도입했다는 이유하나로 주목을 받았어요.
작품은 제가 생각해도 별로였는데 시도가 좋았나봐요.“
이렇게 연상호작가는 직접 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독립영화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영화란게 무수한 스탭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그 역시 어려움을 절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고생스럽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최초에 굵은 철사와 퍼티로 제작한 인형으로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전날밤의 악몽’같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강재호작가가 대학시절 동인지‘철필’에 소개했던 ‘D의 과대망상’이란 작품을 애니메이션화 했어요. 최규석작가도 ‘철필’출신이고 ‘철필’출신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죠.”
그의 대표작인 ‘지옥’의 시나리오는 군대에서 만들어졌다.
“군대에서 쓴 시나리오만 다섯에서 여섯편 정도되요. 군대생활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요. ‘D-day' , '지옥’등의 시나리오를
군대에서 완성했죠.”
‘지옥’은 연상호작가의 디렉터적 기질과 영화에 대한 감각이 빚어낸 힘든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비롯한 소수의 친구들을 등장인물로
섭외하여 6미리 DV로 촬영후 디지털로 캡쳐하고, 일일이 동화를(동화작업은 강재호작가의 전적인 도움이 있었다.)그려 완성했으니
솔직히 미치지 않고서는 시도하기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멋도 모르고 무식하게 뛰어들었어요. 아무 생각없이 초당 30장을 그려댔으니
부지런히 작업했는데도 1년이란 시간이 걸린거죠.(웃음)
하지만 지옥을 통해 많은걸 배웠어요.“
연상호 작가의 ‘지옥’ 작업기는 에듀 메뉴중 TIP&Tech에 공개 되어있다.
“요즘은 '지옥2' 작업에 전념하고 있어요. ‘지옥’에 비해 많이 대중화 시켰죠.
사실 ‘지옥’이 정동진영화제에 상영되고 나서 거센 항의가 있었거든요.
해변가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상영했는데, 어린아이와 부모님들이 함께
제 작품을 감상한 거에요. 근데 아시겠지만 내용과 장면이 그렇다보니
멋모르고 보던 부모님들이 욕하고 애들데리고 자리를 뜨고 난리가 났었죠.
마침 제가 그 곳에 늦게 도착했길래 망정이지...
돌 맞을 뻔 했었요..^^“
‘지옥2‘의 제작에는 앞으로 5개월여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한다.
상업적 코드의 가미를 통해 일본애니메이션에서 보고 느낀
다양한 시도를 해 봄과 동시에 작은 시작이지만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한다.
“우선 저예산으로 ‘지옥2’가 완성되면 OVA형식으로 애니메이션DVD를 발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제대로 된 독립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웃는 사람도 많겠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에 반드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사실 ‘지옥2’를 완성시키려고 직장도 관뒀는데, 당장 생계를 떠나서
제작에 필요한 자금부터 걱정이 됩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이 직면한 문제들은 당장 그 해답이 없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대기업에서 나설 수도 없는 현실이다.
당장 위안거리가 생겼다면 공중파 방송에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의무상영제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힘들다고 주저 앉을 순 없쟈나요. 시장도 좁고, 설 자리도 없지만
상업적 루트를 만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 작가들의 몫입니다.“
연상호 작가와의 짧은 만남은 ‘지옥’을 보고 느낀 놀라움으로 시작해 많은 기대로 막을 내렸다.
지옥에서 보았던 주인공 캐릭터처럼 그는 번뇌하는 청년이었지만 오히려 강했다.
부디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지옥2’와 다다쑈의 프로젝트 처럼
작은 시도들이 하나 둘씩 모여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소총부대가 없다’라는
명제를 종식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보너스로 연상호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다다쑈 피규어셑
2002년 겨울, 할일도 없고 해서 그려본 습작 (페인터6.0)
졸업 막판에 그렸던 60호 유화
페인터를 익히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