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국내 게이머들을 매혹(?)시킬 만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집안 좋고, 몸매좋고, 게다가 영리하기까지한 그녀. 그녀의 박력 있는 발길질에 반한 게이머들의 날밤새는 날은 늘어만 가고 버전업에 대한 열망도 덩달아 높아만 갔는데... 결국 그녀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으니 영화 툼레이더(Tomb Raider)가 바로 그것이다.

라라 크로포트가 처음 세상에 명함을 내민 것은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1996년도의 일이었다. 게임 캐릭터라고 하면 근육질 남성이나 명랑 만화를 연상시키는 땅딸이 캐릭터에 익숙해져 있던 게이머들에게 혜성같이 등장한 여성 캐릭터.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지만 그녀는 한술 더 떠서 팔방미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멋진 그녀가 펼치는 액션과 모험은 완성도 높은 컴퓨터그래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고, 이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3D 액션 아케이드 게임의 대명사라는 극찬을 얻어낸 게임 툼레이더는 라라 크로포트(이하 라라)를 꼭 빼닮은 안젤리나 졸리를 주인공으로 해 영화를 통한 또 한 번의 인기몰이에 나섰다.

영화 툼레이더는 게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게임의 기본 줄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속도감 있는 화면전개나 액션, 판타스틱한 배경 등이 그렇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배경인데, 이는 주인공인 라라의 액션 연기를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에서라면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비교적 자유롭게 원하는 배경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컴퓨터그래픽에 100% 의존할 수는 없는 법. 이런 점 때문에 툼레이더의 제작진은 캄보디아와 베네치아, 아이슬란드, 영국 등 다양한 나라들의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했고, 일부분은 극 중 등장하는 얼음 궁전이나 캄보디아 불교사원을 세트로 직접 재현했다고 하는데, 이들 세트들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서 영화 툼레이더의 줄거리는 가볍게 넘어가기로 한다. 이 영화가 게임의 기본 줄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여전사 라라가 천신만고 끝에 악당을 물리치고 승전보를 울린다는 내용을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굳이 게임에서와의 차이점을 말하라면 그것은 아마 게이머의 실수로 인해 영화 중간에 '게임 오우버'가 되는 일이 영화에서는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강한 우리의 여전사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화면을 하나가득 채울 때까지 절대 죽지 않으므로 그저 맘 편하게 보면 된다. ^^

영화 툼레이더는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만큼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게임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그랬고, 게임 캐릭터와 너무 닮은 모습으로 변신한 안젤리나 졸리가 그랬다. 그리고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 등도. 그러나 막상 개봉한 후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풍만한 가슴밖에는 볼 것이 없다는 혹평까지도 쏟아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전문 평론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보는 분들의 생각에 맡겨두고 싶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가슴 외에 하나 더 관심있게 볼 만한 것은 컴퓨터그래픽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게임 툼레이더는 화려하고 사실감 있는 그래픽처리로 각광받았던 작품이었고, 그것이 실사촬영을 겸비한 영화로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게이머가 조이스틱으로 자유롭게 움직였던 라라를 어떻게 하면 영화로 부활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 아니었을까.
혹자는 말한다. 툼레이더는 관능적인 몸매를 가진 여전사의 그 흔한 로맨스도 하나 없는 밋밋한 영화라고. 그러나 가만히 살펴 보라. 너무나 게임스러운(?) 그녀를 감싸고 있는 컴퓨터그래픽을. 우리는 이제 그리 낯설지도 새로울 것도 없는 컴퓨터그래픽을 영화와 연결시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과연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컴퓨터그래픽 효과가 적용됐을까 찾아보는 건 어떨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