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니메이션의 해외 배급"
3.기획단계에서 배급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

해외 시장은 애니메이션의 산업에서 그 중요도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또한 해외배급에 성공한 사례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cgLand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돌파구가 될 해외 배급을 최전선에서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보는 한편, 해외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가늠해 보았다.

최근 프랑스 TF1과 ‘뽀롱뽀롱 뽀로로(제작: 오콘)’ 방송계약을 체결한 아이코닉스는 배급과 관련된 노하우가 축적된 회사이다.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는 정미경 이사(전 한신, 싸이더스), 김원 차장(전 동원, 에스미디컴) 등 애니메이션 해외 배급 시장 개척 경험이 8~9년 되는 전문 인재들을 자랑한다.

“해외 배급이라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접근 불가능한 영역인 것도 아닙니다.” 최종일 대표는 그러나, 성공적인 해외 배급이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몇 년간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나 회사는 실적으로 바로 연결되기가 힘듭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프랑스 최대의 방송채널인 TF1에 25만 유로(약 3억 원)에 계약되었으며, 올 8월말 프랑스 전역에 방영될 예정이다.

지속적인 노출과 선택의 다양성 필요

해외 배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필수다. 드문드문 견본시에 나오는 작품은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최종일 대표는 이 부분에서 해외 마케팅에 대한 제작사들의 인식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통 두세 명이 해외 출장을 나간다면 출장비로 드는 돈이 천만 원 가까이 됩니다. 한 번으로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란 극히 드물므로 여러 차례 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20%를 대행 수수료로 받는다 하더라도 적자일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창구수수료인 ‘마더구찌 피’는 30%이다.

또한 선택의 다양성 역시 해외 배급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달랑 한두 작품 들고 나가봐야 바이어들의 관심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야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그만큼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비즈니스의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합니다. 여러 작품 모이게 되면 바이어가 원하는 작품 취향에 신속하게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애니메이션 위상

최 대표는 해외에서 우리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90년대에는 해외에 애니메이션을 갖고 가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견본시에 나오네’, ‘좀 좋아졌네’ 하는 얘기를 듣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이 말대로 한국 애니메이션 종류도 다양해졌고, 평균적으로 수준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최 대표는 공동제작과 관련한 해외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음을 들었다. “요즘은 ‘공동제작 해볼까’ 하는 제안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공동제작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하청이 주였다면 요즘은 기획을 같이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뿌까'는 유럽 최대 애니메 이션 방송사인 폭스키즈유럽과 TV용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키로 하고 1백50만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획과 배급을 동시에

아이코닉스는 배급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다. “기획과 마케팅을 분리할 때, 제작사에서 자칫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배급을 결정한 프로젝트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획과 배급을 잘 연결할 때 사업적인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애니메이션은 뭐고 그 장단점은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교류 관계가 있는 유력 배급사의 PD들과 만나 기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보기도 합니다.”

'원더풀데이즈'는 지금까지 프랑스, 독일, 대만 등지에 112만 달러에 팔렸으며, 영어권 국가와 일본 등지와의 계약을 통해 400만 달러의 추가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기획에 참여한 작품이 ‘뽀롱뽀롱 뽀로로'이다. 현재 ’뽀로로‘는 OVA 2차가 준비되고 있다. “현재 저희의 캐퍼(Capacity)로 봤을 때 1년에 두 작품 정도 제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이코닉스는 ’뽀로로‘ 이외에 새로운 형태의 차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을 경에는 작품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 같다.

최 대표는 특히 배급을 고려한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 만들어 놓고 배급을 하면 안 맞습니다. 먼저 마켓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4. 해외배급 전문 업체에 맡길 때 드는 비용

시너지미디어 안홍주 대표

“한국이 애니메이션을 잘 만든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올해 말부터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전문 배급사인 시너지 미디어 안홍주 대표는 우리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점차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안홍주 대표가 밝힌 우리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외의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3D 제작능력이 뛰어나다.
2. 캐릭터가 다양하다.
3.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한다.
4. 스토리, 연출력이 약하다.
5. 그리고 전반적인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 가운데 다양한 매력적인 캐릭터에 우리의 강점이 숨어있다고 강조한다. 그 숨은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에 의해 활성화된 플래시가 있다는 게 안 대표의 분석이다. “플래시의 활성화로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창조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창의력이 있습니다. 순발력도 남다릅니다.”

시너지미디어 안홍주 대표

또한 오랜 하청 작업을 하면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국인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고루 받은 점 또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애니메이션 DVD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강아지똥(영어 제목 Doggy Poo)'

시너지미디어의 활동

시너지미디어는 2002년 8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작품의 해외배급을 위해 설립되었다. “3년은 기다리면서 개척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제작 중인 임아론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머그트래블'

시너지미디어가 배급 대행으로 받는 수수료는 완성작의 경우 15-30%선이다. 안 대표는 그러나 이러한 수수료율이 결코 많지 않음을 거듭 강조한다. “1년에 큰 해외 마켓이 정기적으로 3번 이상은 있습니다. 여기에 2~3명이 참가하는 데, 한 번 참가할 때마다 몇 천만 원씩 비용이 듭니다.”

비용은 또 있다. “주요 거래처가 전 세계에 50여 개 있습니다. 그 외의 스튜디오 등까지 합치면 20개국에 10개 업체씩 모두 200군데가 됩니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소개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는데 이 때 드는 비용만 해도 한 번에 100만 원이 넘습니다.”

시너지미디어는 작품 해외 배급 이외에 제작기획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기존에 구축된 관계를 통해 해외에서 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주기도 합니다. 또한 해외의 업계 동향과 마케팅 트렌드 등을 반영시켜서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현재 시너지미디어는 ‘머그트래블(감독 임아론)’이라는 극장용 장편을 포함해서 10여 개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확보하고 해외에 나가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기파이터 태랑’을 미국에 성공적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미국에 수출된 태권도 소재 애니메이션 '기파이터 태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