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acter Animation의 연금술사, 염대희씨를 만났다."

2004년 여름,
다소 서구적인 느낌의 인테리어와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 H-Studio에서 염대희씨를 만났다.
H-Studio는 염대희씨의 회사이자 작업공간으로 한때 3D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켰던 Ark를 제작한 초창기 멤버들을 주축으로 애니메트릭스와 애니리딕(영화 리딕의 애니메이션 버전)등의 작품에 참여한 소수 인원의 탄탄한 CG Studio였다.

잠깐 그들이 참여한 작품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애니메트릭스는 영화 메트릭스의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1편과 2편의 스토리라인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 작품이다.

세계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참여해 메트릭스를 좀 더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긴 런닝타임(15분)의 Matriculated는 H-Studio의 손을 거쳐간 작품이다.
Matriculated는 한국의 피터정 감독이 지휘한 작품으로 기계와 인간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 메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극찬했던 작품이다.

애니리딕은 2000년에 개봉한 에일리언2020이라는 영화의 속편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현재 개봉 중인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은 리딕 시리즈의 마지막편에 해당한다.

1편 에일리언2020
1.5편 애니리딕(The Chronicles Of Riddick – Dark Fury 2004) – 2004년 6월 DVD 출시
2편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

애니메트릭스(Matriculated)와 애니리딕은 모두 피터 정 감독의 지휘아래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며 한국의 DNA Studio(2D)와 H-Studio(3D)가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염대희씨는 H-Studio의 Animation 팀장이었다.



다소 서구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H-Studio의 내부는 마치 외국의 Bar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회사의 인테리어만으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작업능률에 효과적일 듯 싶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회사 분위기는 무척 자유스럽습니다. 스캐쥴 관리도 개인이 알아서 하죠.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할 때는 다들 프로답게 철저하게 작업합니다.”

안녕하세요,…씨지랜드 입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 하세요. H-Studio에서 3D Animation을 담당하고 있는 염대희라고 합니다. 2001년 싸이렌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세상속으로” 라는 CG 타이틀 작업을 했고 한신코퍼레이션의 “헤로와 토레미”에 잠깐 참여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H-Studio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H-Studio에서는 Animatrix(Matriculated, 감독 피터정)와 애니리딕(The Chronicles Of Riddick - Dark Fury (2004)" 감독 피터정)에서 3D 애니메이션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H-Studio는 CG영상제작을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소수인원으로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CG Studio입니다. 이곳 H-Studio에서 일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하시게 동기는?
“97년 DASS에서 처음 CG를 배웠었는데 그때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CG하는 사람이 슈퍼맨이어야 했어요. 혼자서 모델링, 매핑, 애니메이션, 렌더링,합성 등등 혼자서 다 할 줄 알아야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런데 그 중 캐릭터 에니메이션이 제일 어려웠던는지 다들 꺼리는(?) 거 같더군요. 그래서 남들이 잘 하지 않으려는 것을 해 볼려고 시작했어요.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더라구요.
간단한 박스하나만 가지고도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저한텐 굉장히 큰 매력이었어요. 자기 손에 의해 뭔가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신나는 일이죠.”

애니메이션은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처음에 DASS에서 마야를 배웠는데 정말 멋지고 놀라운 툴이었습니다. 제 생각대로 캐릭터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어요. 새로운 기능으로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놀라웠어요.
일단, 기술적인 부분은 마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뭔가 부족하다 싶었어요. 바로 연출력과 동작연구였습니다. 마침 리차드 윌리암스라는 작가가 쓴 애니메이션 책(Animator's Survival Kit)을 보게 되었죠. 그 책을 보고 동작과 타이밍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캐릭터 애니메이션 준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을 해 드리고 싶네요.”
애니메이션은 특정 테그닉 뿐이 아닌 기본적인 이론과 연출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염대희씨는 설명했다.

“CG, 특히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알아야 될 게 너무 많더라구요… 툴 습득 뿐만 아니라…동작연구, 타이밍, 스토리, 연출등등.. 꾸준히 캐릭터애니메이션을 공부해오고 있지만 동작 타이밍과 연출, 연기력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요…”

애니메트릭스와 최근에 DVD로 출시한 애니리딕("The Chronicles Of Riddick - Dark Fury (2004)") 작업 시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애니메트릭스에서는 촉수가 움직이는 씬이 있었는데 피터정 감독님이 촉수 움직임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그때는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금방 처리 합니다. 그때 주변에서 저를 보고 촉수마왕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는 군요.”

애니리딕의 경우 특히 5명의 캐릭터가 줄에 끌려가는 씬이 있었어요.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각 캐릭터의 움직임, 물리 법칙, 셋팅, 컨트롤등이 각기 별도로 제어를 해야 되기 때문인지 조금 시간이 걸렸던 거 같네요….”

애니리딕은 DNA Studio(2D)와 함께 진행 한 작품인데 3D 부분은 전체 분량에 1/3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2D작업 보다는 시간이 좀 넉넉한 편이여서 좀 더 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칠 수 있었고 훨씬 나은 장면을 제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피터 정 감독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도 한다.
“피터 정 감독님은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이라 그런지 애니메이터와 애니메이션의 타이밍과 동작연출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완전히 씬에 몰입할 수 있게 끔 이끌어 주십니다.”

염대희씨는 피터 정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 제작인원들의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휘하는 감독의 역량에 따라 뛰어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에 정말 실감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작업에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특별한 플러그인이나 다이나믹 시뮬레이션등을 잘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직접 키를 잡아서 애니메이팅 하려고 합니다. 힘들지만 직접 하나씩 해보면 개인능력도 많이 좋아지는 것 같고 나중에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어 많은 장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키 프레임 에니메이션은 굉장히 세부적으로 꼼꼼히 키를 잡는 편입니다. 전체 300프레임이라면 마야의 프레임을 300으로 놓치 않고 10~30프레임으로 셋팅을 하면서 점차 세부적으로 꼼꼼히 순차적으로 애니메이션 셋팅을 합니다. 프레임을 길게 놓고 작업하면 보이지 않아서 놓치는 프레임이 많아 어정쩡한 움직임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평소 애니메이션이나 특수효과등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 다른 생각은 안들고 그 작품의 이야기에 빠집니다. CG 일한다고 해서 [우와..저 장면은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주변 사람들은 안 그렇다든데 저는 이상하게 영화 볼때는 영화스토리에 몰입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평소 사물의 움직임을 볼 때는 아주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중에 기대되는 작품 중에서는 RG Studio의 임아론 감독님 작품의 “빼꼼이야기” , 투바엔터테인먼트의 The Boxer, 삼지 애니메이션의 Odd famlily등을 꼽을 수 있네요..스토리도 좋은 것 같고 제가 애니메이터라 그런 지 애니메이션이 잘 된 작품이 기대가 됩니다..^^”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국내의 제법 알려진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커진 회사 규모에 맞게 조직적인 인원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근데 비싼 연봉의 실무 팀장들의 주 업무가 스케쥴 관리와 페이퍼웍 등을 하더라구요.
팀장이면 그 팀에서 가장 업무를 잘하는 사람일 텐데 실제 업무가 아닌 문서, 스케쥴 작업을 한다는 것이 좀 안타깝게 생각되더군요. 그런 스케쥴링 작업은 다른인원이 해도 될 텐데 말이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도 쉽지 않을 작업들이 많은데 그런 고급인력들을 다른 쪽으로 낭비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어요... ”
모든 회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전체 작품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효과적인 인력 구성도 크게 작용한다고 얘기했다.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제 경험상으로 보자면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물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야 되겠지요. 동작과 타이밍을 연구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제가 조금 부족한 점 중 하나는 드로잉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데요.
애니메이터라 처음에는 별 거 아닌 듯 싶었는데 나중엔 프리 비쥬얼을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사람들과 대화하며 작업진행을 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도 드로잉 연습은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개성있는 동작을 만드는 것과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제일 힘든 거 같습니다.”

언제나 애니메이터이고 싶습니다.
리얼한 동작보다는 약간 과장된 미국식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편이고 Pixar와 같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국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애니메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자기 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혼자 갖고 있어봐야 별 도움도 안되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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