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 P for Kids: 미국 방송 검열 규정"
미, 워너브라더스의 율리 박
미국 워너브라더스에서 방송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율리 박을 만나 BS & P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미국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의 기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BS & P란 Broadcast standards and practices의 준말로 방송국에서 방송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자체
판단하는 기준안을 말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BS & P 규정의 경우, 어린이들이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장면은 삭제 또는 수정해서 방영하도록 권고한다.
법적인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케이블 방송국은 자체적으로 세운 이 규정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부모나 청소년
보호 단체의 항의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는 어린이들의 시청 시간대를 KID's WB! 로 이름 지었으며, 이 시간대에 방영되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에 대해 BS &
P for Kids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 드래곤볼 Z'의 일부 에피소드는 이 규정에 저촉되어 방영되지 않았으며, '원피스'는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B에서 방영할 계획이 없다고 율리 박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BS & P for Kids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주먹끼리 겨루는 무술 대결(Hand to hand Martial Arts)
" 폭력적인 장면은 될 수 있는 한 지양하려고 합니다." 율리 박은 폭력의 경우 아이들이 흉내낼 수 있는 장면의 경우
방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레슬링의 헤드락이나 얼굴 가격 같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폭력적인 동작은 안 됩니다."
하지만 무술같이 동작에 일정한 스타일이 있는 것은 허용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의 경우 방어적인 무술 동작을 권장한다고 한다. 또한 발로 얼굴 부위를 가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화면을 향해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청자를 위협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 폭력을 보다 '창의적'으로 표현한다면 그건 고려될 여지가 좀더 많아집니다." 여기서 '창의적(Creative)'이란
말은 그리 위협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면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연출을 말한다.
머리를 써야하므로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율리 박은 설명했다. 이 창의적이란 표현은 비단 폭력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다른 표현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율리 박은 강조했다.
무기(Weaponry)
" 무기(Weaponry)와 기구(Gadgetry)는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무술에서 사용되는 봉들은 무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따라하기 쉽지 않으므로 일정 한도 내에서는 허용됩니다. 하지만 총은 안 됩니다. 총은 주의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서 총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현재 있는 총 모양을 내보내지 않는다고 율리 박은 덧붙였다. "아이들이 주위에 있는 총을 갖고
따라하면 안 되니까요."
그렇다면 총이 나와야 할 때는 어떻게 할까? 여기에 창의적인 대처가 적용된다고 한다. "만약 총을 현재에 없는 미래의 무기로 대체해서
표현하면 방송에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총을 갖고 등장하는 캐릭터의 경우 총을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율리 박은 이어 창의적일수록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와 니고시에이션(Negotiation)은
같이 따라다닙니다."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무라이 칼 같은 장검은 총보다는 제한이 덜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칼끼리 부딪히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지,
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은 절대 보여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엌칼의 경우 무기로 사용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부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엌칼의 경우,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해야지, 사람을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Imagery
어린이 프로그램의 경우 성에 대해 이상한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표현은 허용이 안 된다고 율리 박은 설명했다.

체인에 묶여 있는 나신의 여자 캐릭터는 체인을 풀고 옷을 입혀서 방송에
내보내도록 했다
" 여자의 경우 가슴이 지나치게 크거나 가슴 사이에 갈라진 곳이 지나치게 노출된다든가, 또는 짧은 팬츠를 입어서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은 지양합니다." 건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해치기 때문이다.
율리 박은 현재 방영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유희왕'의 '마이'라는 캐릭터를 예로 들었다. "가슴 부위를
너무 육감적으로 표현해서, 매 컷마다 가려달라고 제작자에 요청했습니다. 치마 역시 너무 짧다는 의견이 나와서 길게 다시 그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이가 등장하는 부분은 이 작업이 완료된 다음에야 비로소 TV에 방영되었다.

가슴부위과 치마가 문제가 되어 변경을 요청했던 여자 캐릭터
그래서 아예 제작 초기인 경우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미리 보여 달라고 해서 사전에 문제가 될 점들을 조율하기도
한다고 율리 박은 설명했다.
음식, 기호품
음료수를 담아 마시는 용기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와인글라스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곤란합니다."
이 장면의 경우도 역시 제작자에게 수정을 요구한다고 한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면서 '유희왕'의 예를 또 들었다. 주인공이 와인 잔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와서 이에 대한 수정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와인 잔을 매번 그려 넣을 수도 없다고 판단, 와인 잔 안의 음료의
색깔을 흰 색으로 바꿔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피해야 한다(Avoid negative stereotype)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가운데 몇 명이 왼손잡이인지를 묻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규제가 있느냐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율리 박은 미국의 경우 그렇게 세세하지는 않지만, 될 수 있는 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보이려고 한다고 답했다.
" 만약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모든 아시아인이 폭력배로 나온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됩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쁜 쪽과 좋은 쪽이 골고루 나온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밸런스를 맞춰야 합니다."
물론 이 같은 경우는 아시아 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종에도 공통으로 해당되며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드래곤볼 Z'를 방영할 때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미스터 포포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전형적인 흑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술을 너무 과장해서 두껍게 표현을 했습니다. 이는 매우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스터 포포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방영되지 않은 에피소드는 10개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징스도 같은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흑인을 과장하는 이 캐릭터들을 봤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인종의 특징을 이렇게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거든요. 마찬가지로 동양인의 경우 찢어진 작은 눈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은 피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특징은 너무 과장해서 표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애자의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어보았다."장애자의 경우 긍정적인 이미지라면 표현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악역의 장애인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전혀 표현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영화 배트맨의 펭귄을 기억하나요? 장애인
같은 모습을 갖고 있지만 힘이 있으므로 악역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어쨌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해서 웃기려고
하는 것은 피하고 있습니다."
안전
안전을 지켜주는 규정은 될 수 있는 한 지켜야 한다.
" 롤러스케이트를 탈 경우 헬멧과 팔꿈치, 무릎 보호대는 필히 착용해야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승차 시에는 좌석벨트를 매야 합니다."
하지만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메가맨'이란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있는데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그대로 방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분을 모르는 약을 함부로 먹는 장면 역시 교육상 안 좋다는 이유로 규제한다고 한다. "이름 모를 약을 먹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약품 상자에서 약을 꺼내서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이 함부로 따라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같은 의미에서 아이들이 성냥이나 라이터에 손을 대는 장면은 배제시킨다. 또한 전기가 흐르는 콘센트에 포크 등을 접촉하는 위험한 행위는
절대 안 된다.
PPL(Product Placement)
PPL 즉 화면 속에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을 배치해 간접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은 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는 거의 못해요. 강력하게 규제합니다. 화면상에 코카콜라나 펩시콜라 캔은 보여지면 안 됩니다. 화면에서
그 부분을 들어내거나 상표를 지워서 일반적인 음료수로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한 것으로 꼭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광고의 나라 미국에서 의외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방영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유희왕'의 경우 펩시 상표가 여기저기에 붙은 장면이 있었는데 모든 상표를 지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바꾸지 않으면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FCC와 BS & P
미국 방송을 규제하는 규정으로는 대표적으로 FCC가 있다.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무선
및 유선에 의한 통신을 규정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행정기관이다. 방송도 일종의 전파의 한 형태이므로 이곳에서 관리를 한다. FCC 규정은
BS & P의 기본적인 뼈대를 이룬다.
그러니까 FCC 규정이 일반적이며 포괄적인 방송 규제라면, BS & P는 좀더 세부적으로 방송에 대한 규정이라고 보면 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된 것처럼 BS & P는 강제적인 게 아니라 방송사의 자율적인 규제이기도 하다. BS & P 역시 유, 무선 모든
타입의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다.
율리 박과 얘기를 나누면서 느껴지는 느낌은 '아이들이 따라 했을 때 위험하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비교육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규제 한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간혹 표현이 도를 넘었을 경우라도 이를 창의적으로 소화해 내면 고려가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케이블 TV에 진출하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회사에서는 사전 기획단계에서 표현의 한계를 미리
규정해 놓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나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BS & P는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써
충분한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