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Land는 인디펜던스가 주최한 슈렉2 제작세미나에 참가한 PDI-드림웍스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기욤 아레토스를 만났다.

기욤은 인터뷰에서 슈렉2의 모든 이미지를 책임졌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의 일과를 소개했다. 또한 그의 컨셉아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도 했다.

다음은 기욤과 나눈 인터뷰이다.

먼저 슈렉2 제작에서 맡은 일을 설명해 주십시오.

프로덕션디자이너입니다. 스크린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죠. 그러니까, 맨 처음 컨셉디자인 과정에서부터 가장 마지막 프로세스인 컬러타이밍(렌더링 이미지를 필름으로 만들 때 색상을 조절하는 작업)까지 비주얼적인 부분은 모두 관장하고 있습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스케치를 비롯, 캐릭터와 배경 설정, 컬러스크립트, 캐릭터의 색조나 무드, 기분 등을 결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모델링, 라이팅, 스페셜 이펙츠, 맵핑, 복장, 컬러타이밍 등 모든 부서를 돌아다니면서 이미지와 관련한 작업에 관여를 합니다.

정말 많은 일에 관계된 것 같군요 그렇다면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감독의 차이는 뭔가요?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아트디렉터들의 대장인 셈입니다. 작업을 할 때 주로 아트디렉터와 상의해 가면서 일을 진행하는데, 서로 의견이 상충될 때에는... 제가 이기죠(웃음).

감독과 프로덕션디자이너의 차이를 말하자면, 감독은 좀더 스토리 쪽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비록 이미지에 관한 부분도 감독이 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부분은 프로덕션디자이너인 제 쪽 일에 좀더 가깝습니다.

PDI 프로덕션 파이프라인: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끔 서로의 영역이 겹칠 때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역시 감독과의 좋은 관계는 필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슈렉1과 슈렉2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슈렉2는 얼마 만큼이 개선되었다고 평가합니까?

많은 부분이 슈렉2에서 개선되었습니다. 우리는 슈렉2의 세계가 좀더 실제처럼 보여지기를 바랬습니다. 사실은 다른 회사의 한 감독으로부터 슈렉1의 야외 장면과 숲 장면이 마치 골프장과 같이 보였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슈렉2에서는 그렇게 보여지지 않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따라서 관련된 많은 연구를 했으며, 헤어시스템과 라이팅, 캐릭터의 스킨 등 다양한 연구를 매우 많이 했고, 슈렉2에 반영했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하루의 일과를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일반적인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9:00 출근

2. 모델링 데일리(daily: 일일점검)-30분

3. 아트 Dept. 아티스트(컨셉디지이너,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체크-30분

4. 매트 페인팅 데일리-매트페인트와 이미지가 일치하는지 점검-30분

5. 레이아웃-일단 카메라 애니메이션 작업 등을 위해 사용한 러프한 레이아웃 점검

6. 파이널레이아웃-오브젝트를 파이널 세트에 올려놓고 파이널 카메라 트위킹, 리비전 같은 걸 작업한다. -1시간

7. 12:00 점심 식사
관련자와 같이 헤어스타일이나 테크니컬 또는 아티스틱컬한 얘기들을 나눈다.

8. 1:30 맵핑 데일리- 1시간

9. 라이팅 데일리- 2시간

10. 라이팅 라운즈(rounds: 각 작업 데스크로 다가가서 최근 작업에 대한 코멘트를 준다)

11. 이펙트 데일리

12. 이펙츠 라운즈

13. 라이팅 데일리즈 한 번 더, 이번에는 감독과 함께- 감독의 의견을 함께 듣고 변화할 것 등에 대해 상의

14. 그외에 캐릭터 TD와의 미팅(매일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밖에 파이널링(finaling), 클로우딩(clothing)..

항상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작업을 진행하는군요.

네, 항상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죠.

정말 힘든 일처럼 보여집니다.

정말 힘든 일입니다. 픽사에도 프로덕션디자이너라는 직책이 있는데 다루는 일은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픽사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아트디렉터들과 관련한 일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서 모든 이미지와 관련한 작업을 하고, 결정을 합니다.

그렇다면 슈렉 2의 모든 이미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퇴근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제대로 퇴근하죠. 하지만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주말에 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격무를 하는 사람은 또 누가 있을까요?

작업자들의 매일 스케줄을 관리하는 감독, 프로듀서, 아트디렉터, 프로덕션 매니저..

프로덕션 매니저는 코디네이터를 의미하는가요?

프로덕션 매니저는 코디네이터의 대장을 의미합니다.

... 그렇다고 꼭 이런 사람들만 일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작품 완료 1년 전 쯤부터는 모든 작업자들이 미친듯이 일합니다(going crazy). 프로덕션 단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들을 합니다.

현재는 슈렉3의 프리프로덕션 단계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쯤 걸릴까요?

이번 프리프로덕션은 기간을 좀 더 단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정도 걸릴지는 아직 모릅니다. 6개월일 수도, 9개월일 수도, 1년이나 1년 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단계는 어느 정도입니까? 초기? 아니면 중간쯤?

중간쯤입니다.

그럼 컨셉 아트 대부분이 완성되어 있나요?

모두 다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컨셉아트는 프로덕션 단계가 시작된 뒤에도 계속 진행됩니다. 아트 부서(art department)는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작업에 들어가지만, 영화 작업 마무리까지도 계속 작업이 진행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일찍 집에 가는 편인가요?

현재는 그렇습니다.

프랑스 어 발음이 섞여 있는 기욤 아레토스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그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프로덕션디자이너의 으뜸되는 요건이 사람들과의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면 기욤은 이 부분에 적당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기욤은 슈렉3에서 어떤 세계를 보여주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cgLand 송근우 기자 egtree@cgland.com

컨셉 아트 작업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입니까?

가능한 한 스토리에 맞춰서 작업하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세트 디자인 등 컨셉아트의 목표는 스토리에 좀더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스토리가 주인공입니다. 세트를 디자인하는 것은 스토리를 구체화시키고, 좀더 감정을 불어넣어 주는데 기여합니다.

슈렉이 피오나 공주와 함께 겁나먼왕국으로 갈 때 탔던 버섯 마차씬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마차의 외부에서는 비가 내리고, 폭풍이 불며, 축축한 느낌을 느낍니다. 이러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마차 안은 아늑하게 표현했습니다. 폭풍 속에서 아늑한 마차 안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은유입니다. 그들의 현재 입장이 어떤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디자인들은 스토리를 돕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합니다. 이러한 것에 대해 관객들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암시하고, 강조합니다.

스토리에 따라 그림을 그릴 때 보통 어떤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까?

어느 곳에서든 영감을 얻습니다.

슈렉에서의 풍경을 봤을 때, 그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갖고 있는 장소를 본 적은 없습니다. 이러한 색깔 등과 관련한 영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영감은 어떤 것으로부터 나옵니다. 표현하려고 하는 상황에만 부합한다면, 어느 누구의 작품에서건, 어디서건 좋은 점을 끌어다가 적용합니다.

슈렉1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참고했던 자료는 19세기와 20세기 초의 미국 회화였습니다. 그 중 하나는 매우 순박했고 매우 보충적인 색깔로 이미지의 풍부함을 더해줬습니다, 또 하나는 신고전주의적(Neo-classical)인 분위기였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두 가지 대표적인 느낌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자료들을 참고해 나갔습니다. 시퀀스에 따라, 어떤 이야기 전개냐에 따라 다르게 조금씩 참고자료를 첨가했던 것이지요.

저는 프랑스 파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종종 루브르에 가서 그림들을 구경했습니다. 따라서 제 눈은 아마도 그런 쪽 스타일에 익숙해졌다고 봅니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또 다르게 작업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가 다르고, 무엇을 보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참고할 만한 것은 어느 곳에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들은 각각 자신만의 강한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들을 한데 모아 작업을 이끌어 갔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 저는 그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합니다만 그들은 제겐 친구같은 존재들이죠.

두번 째로,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작품의 스타일에 대한 회의를 할 때나 작업의 방식들을 정할 때,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규약을 정합니다.

그러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이는 것입니다. 얼마 지나 그들의 스타일들이 영화의 스타일에 녹아들어가게 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몇 달 뒤쯤 되면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쉽게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작업을 할 때는 말로 지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색깔을 좀더 첨가하고, 키 라이트는 어떻게 하고 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무언의 룰(unspoken rule)이란 게 있습니다. 작업에 실제로 필요하기는 한데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게 있습니다. "하나의 그림이 백 마디의 말보다 낫다(One drawing is worth thousand words)."라는 속담이 있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팀과 호흡을 맞춰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팀원들은 융합되는 스타일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건 매우 놀라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