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에 영혼을 불어넣은 마법사"
PDI 애니메이터 제프 조

cgLand는 최근 인디펜던스 주최로 열린 슈렉2 세미나에서 PDI의 한국계 캐릭터 애니메이터 제프리 조를 만나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얘기를 함께 나눴다. 제프 조는 블루스카이스튜디오의 아이스에이지를 비롯, 슈렉2, PDI의 최근작 마다가스카르에서 애니메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PDI에서는 애니메이터들이 특정한 캐릭터의 동작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일하나요? 아니면 할당받은 장면 내의 캐릭터들의 모든 애니메이션 작업에 관여하는가요?

작업시 우리는 특정한 씬을 할당 받습니다. 만약 그 씬에 6명의 캐릭터가 있다면, 6명 모두의 동작을 애니메이션 시킵니다.

특정한 캐릭터를 전담하는 일은 없습니다. 한두 캐릭터만 집중적으로 작업한다면 그 캐릭터의 표현에 대한 기술력은 늘지 모릅니다. 하지만 쉽게 흥미를 잃을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를 만져볼 수 있게 한 PDI의 정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씬 전체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을 때 생기는 이점은 여러 사람이 한 씬을 만질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 그러니까 누가 어떤 캐릭터를 어느 자리에 위치시키고, 또 어떤 인터랙티브한 동작을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정해야 하는 복잡함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 사람들이 한 씬의 작업에 동시에 투여된다면 여러 가지 불가피한 조정이 필요하겠지요.

PDI의 애니메이터들은 주어진 씬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받습니다. 샷 안의 어떠한 캐릭터도 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정 캐릭터들의 동작의 일관성(consistency)은 어떻게 유지합니까?

동작의 일관성 부분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작업자들은 항상 토론을 합니다. 우리는 먼저 감독에게 물어보지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하길 원하는가? 어떠한 개성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가?

보통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대해 확실히 결정합니다. 이를 또한 작업자들과도 공유합니다.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점검을 합니다. 동작의 일관성을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합니다.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어떤 사람은 코믹액션에 소질이 있는 등 각자 잘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일은 어떻게 다루는가?

다른 여러 캐릭터의 동작보다, 특정한 캐릭터의 동작을 잘 애니메이팅하는 애니메이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특정 애니메이터가 특정 캐릭터가 나오는 샷들을 좀더 맡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 샷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PDI는 일을 공정하게 나눕니다. 이 부분은 확실합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캐릭터를 공평하게 손 댈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는, 감정과 액션 표현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어떤 애니메이터들은 감정을 잘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애니메이터들은 동작을 잘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동작을 잘 표현하는 애니메이터들은 역동적인 샷을, 감정을 잘 표현하는 애니메이터들은 관련된 씬들을 상황에 따라 좀더 많이 할당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슈렉2를 제작할 때 몇 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참가했습니까?

제작 기간 내내 평균적으로 33명의 캐릭터 애니메이터가 참가했습니다. 제작 인원이 제일 많을 때는 애니메이터의 수가 모두 60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의 PDI 사무실에서 40명, LA의 드림웍스 사무실에서 20명이 각각 슈렉2 캐릭터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정서와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애니메이터가 미국인의 과장된 감정이나 동작 표현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한국계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미국인인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언제나 미국 문화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미국적 정서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건너왔다고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워너브라더스나 디즈니에 가서 애니메이터를 하려면 어차피 과장된 표현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은 매우 과장이 심한 편입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들은 미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모든 미국인들이 과장된 표현에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런 편이지요. 저는 미국인이긴 하지만 일종의 조용한 사람이고,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 TV에서 봤던 동작들을 참고로 합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으로는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 하는 문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은 연구하기 나름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와서 적응에 성공한 애니메이터를 알고 있습니까?

'심슨 가족', '이집트의 왕자', '슈렉2' 등 작업을 했던 리처드 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으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 일하는지 모르는데 드림웍스에서 일 할 때 보니까 정말 애니메이션 작업을 잘 했습니다. 한국인이어서 애니메이션 표현이 어렵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일루전 오브 라이프(Illusion of life)를 애니메이터들의 필독서로 추천했는데, 최근에 나온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The animator's survival kit)라는 책도 있지 않습니까? 어떤 책이 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리처드 윌리암스의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가 실질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애니메이션 표현을 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일루전 오브 라이프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디즈니의 전통적인 애니메이팅 기법과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요.

좀더 실용적이고 테크닉적인 부분은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루전 오브 라이프는 번역서도 없으면서 또 한편으로 매우 두껍습니다. 특히 추천하고자 하는 파트가 있다면 어디입니까?

일루전 오브 라이프의 대부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발달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역사 부분은 건너 뛰어서 읽는 편이었습니다. 지금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 기억 안 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중간 부분쯤일 것입니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아마 모든 부분을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 없습니다. 저도 읽은지 꽤 오래 되었죠(웃음).

과묵한 제프 조는 이번 한국 방문이 두번 째였다고 말했다. 7~8년 전 한국에 와서 우리 말을 두달 정도 배웠다고는 하지만 다시 잊어버렸으며, 현재 3살인 딸이 자신보다 한국어를 더잘 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제프 조는 현재 내년 개봉될 PDI의 신작 마다가스카르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작업 중이다. 스토리가 기발한 이 작품에서 제프는 또 어떤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