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업계, 불법SW 단속 몸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하는 SPC의 거리 캠페인 모습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의 열풍이 CG업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A사의 경우, 올 초 한 소프트웨어 벤더사(Vendor: 공식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의 요청에 의해 단속 대상이 되었는데, 정작 그 소프트웨어보다 더 고가의 3D 소프트웨어가 검색이 되어 난처한 경우를 당했다. 3D 소프트웨어 한국지사에서는 A사도 고객이므로 단속이 되면 자동적으로 고소가 되는 상황을 해결해 주는 데에서 사건을 일단 마무리 했다고 한다.

B사의 경우는 처음과 두 번째 단속 때 문을 걸어 잠그고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이를 의심한 단속반의 세 번째 방문은 피하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 역시 적지 않은 고가의 3D 소프트웨어가 불법 사용되고 있는 게 단속되었다. 한꺼번에 프로그램을 다 구입할 수 없어 기간을 나눠서 구입하기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사의 경우, 구로 디지털단지나 목동, 부천 등 관련 회사가 밀집해 있지 않은 곳이라서 단속의 손길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단속반에 의해 대대적으로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이 적발되었다. 이 회사는 현재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억 대를 넘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장만하자면 회사의 살림살이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D사는 아예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무료 소프트웨어를 찾아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E사는 OS를 리눅스로 바꾸는 등 단속에 대비한 처절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구로 디지털 단지에서 애니메이션 회사 임원으로 있는 한 관계자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단속할 때도 있다"며 단속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cgLand는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이 불법소프트웨어를 단속할 때 정품/불법 사용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Korea Software Property-Right Council)의 윤영우 실장을 만나 소프트웨어 단속의 실태와 단속 과정, 적발시 조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적지 않음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량만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많은 저작권사들이 고유의 다양한 라이센스 정책을 통해 가격적인 해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량 구매시 이러한 라이센스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SPC

■ 적발시 조치

적발시 조치는?

불법복제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관련법상으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고소인 그러니까 저작권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됩니다.

이때 저작권자는 자신의 제품이 불법복제 되어 사용됨에 따른 피해에 대하여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게 되며, 그 요구사항은 정품을 100% 구매하는 것입니다. 저작권자에 따라서는 많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서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이 적발된 회사가 도저히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죠.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 민사 부분은 또 남아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형사상의 문제일 뿐이고, 민사적인 부분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향후 저작권자는 가능한 100% 민사소송을 청구합니다.

민사소송에서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측이 이길 확률은 없나요?

민사소송으로 넘어간다면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측에서 재판에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적발 당시 현장에서 정확하게 복제냐 아니냐를 판단해서 본인도 복제라고 사인해서 인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판상에서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입니다.

고소가 안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작은 업체의 경우, 단속에 걸리지 않는 겁니까?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단속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한 가지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저작권자의 고소에 의해 단속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보호 및 불법복제 행위 근절 차원에서 정부 또는 수사기관에서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집중단속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많은 업체들이 불법복제품을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합니다. 규모가 작다고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적발된 업체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고소에 의한 단속과 같은 프로세스를 밟게 됩니다.

SPC는 다가오는 2005년에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올바른 정품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다양한 서비스와 컨설팅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은 정품을 구입하지 않고 불법복제품을 사용하다 적발된 업체들이 대부분 이었으나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한 실질적인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저희 SPC는 정품 사용에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전에 불법복제 사용을 예방할 수 있는 관리 툴 보급에 좀더 신경 쓸 계획입니다. 온라인으로 불법복제소프트웨어 사용 유무를 체크할 수 있는 체키(Checki)라는 프로그램 역시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www.checki.co.kr).

이와 함께 보다 많은 기업들에게 직접 찾아가 소프트웨어 대한 관리 및 운영 그리고 올바른 정품사용을 위한 컨설팅(SRC, SCS)을 제공함으로써 2005년도 한해를 많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해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정품사용 우수기업에 붙여주는 SCS마크

윤 실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정부의 SW불법복제 단속이 이처럼 강화되는 추세는, IT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불법복제품 사용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또한 IT산업의 핵심분야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심해지는 소프트웨어 단속의 이면에는 미국의 경제 압력이 숨어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매년 4-5월경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지적재산권연례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포함한 음반, 영화 등 지적재산권분야에 대한 각 나라의 상황이 분석되어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그 한 해 동안 상대 나라에 대한 무역제제 등 정책이 결정하게 된다.

미국무역대표부가 매년 국가별 지적재산권 침해도를 조사해 나누는 분류는 '우선협상대상국'과 '감시대상국', '우선감시대상국' 등 세 가지다. 우선감시대상국은 말 그대로 지적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국가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국가를 뜻한다. 이 때 의거되는 법이 통상법 제 182조인데 우리가 흔히 '스페셜 301조'라고 알고 있는 경제 제제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우리는 올 5월 그동안의 불법소프트웨어 복제 단속현황 성과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미국무역대표부에 설명한 결과 기존 '우선감시대상국'에서 한 단계 내려간 '감시대상국'으로 하향조정 된 바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바라고 있는 등급은 ‘우선협상대상국’으로의 지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에서 SPC의 한 관계자로부터 들어 알게 된 사실을 하나를 밝힌다.

“포맷을 해야하지 않으면 기존에 설치해 봤던 프로그램들이 다 검출된다고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오해입니다. 99%는 언인스톨 시키면 검출이 되지 않습니다. 간혹 프로그램 유무를 살피기 위해 레지스트리를 검색하는 소프트웨어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언인스톨하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상식으로 하시던 일을 멈추고 포맷을 하느라 시간 버리지는 마십시오.”

물론 이 사실을 악용하라는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