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게 생명을.. 이문성 작가"

이문성씨가 참여한 블루루스카이의 "Robots"

CGLand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Robots"(제작. 블루스카이)에서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이문성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문성씨는 2002년 "Bert"라는 단편 3D 애니메이션으로 시그라프에 당선된 바 있으며 Wild Brain과 The Orphanage를 거쳐 현재는 "Ice Age"와 "Robots"의 제작사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활동 중이다.
4월 30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주최의 "Pixar, Blue Sky 아티스트 초청 디지털 애니메이션 세미나"를 위해 내한 예정인 그를 CGLand가 미리 만나보았다.

이문성
미국 AAU 졸업
Wild Brain 애니메이터
The Orphanage - "JEEPERS CREEPERS 2" 참여
Blue Sky Studios - "ROBOTS" 참여
현재 Ice Age2 제작 진행 중.

안녕하세요~! 이문성 작가님. CGLand 회원님들께 소개 좀 부탁드릴께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샌프란시스코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유학생활을 하고, 졸업하면서 단편 애니메이션 BERT를 만들었습니다.
뉴욕의 Blue Sky Studios에서 2003년 2월부터 현재까지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에 Robots 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Blue Sky의 다음번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Ice Age2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보같은 질문인데요..많은 분야 중에 이문성 작가님은 왜 케릭터 애니메이션을 하시게 되셨나요? 하하..=.=;
애니메이션이 가장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3d 그래픽을 접했을 때에는 3d라는 표현기법 자체에 매료되어 이것 저것(모델링, 텍스쳐, 이펙트, 애니메이션 등등) 모두 조금씩 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가장 즐겨 하던 순간은 애니메이팅 할 때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문성 작가님의 Bert라는 작품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품을 보면 역시나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데요..이문성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마력(?)은 무엇이었나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캐릭터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것” 입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관객이 그 캐릭터의 존재여부를(최소한 영화안에서는)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나아가서 그 캐릭터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맡긴다는 것은 정말 애니메이션이 생명의 환영(Illusion of Life)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단편애니메이션 "Bert",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작업 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객이 보면서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지요.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드는 기법도 중요하지만, 단지 자연스러운 동작이 관객이 “개성있게 존재하는” 캐릭터를 받아들이게 하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하게 관찰하고 표현해야 할 것은 그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을 어떤 식의 바깥 동작으로 나타내느냐 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 다른 것 처럼 애니메이션하는 캐릭터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성격이 있고 이 성격이 표출되는 방식도 각기 달라야 합니다. 그러려면 애니메이터 스스로가 이 캐릭터의 존재를 믿어야 하고, 그 캐릭터의 인생과 가치관들도 연구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러한 배경들을 창조해야 하기도 하지요.

캐릭터 애니메이터가 되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을 텐데 공부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아니 지금도 가장 어려운 점은 게으름과의 싸움입니다. 이건 비단 애니메이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꾸준히 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해야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것이니까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영감입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가족, 친구)과의 상호관계, 동료들과의 대화와 관련 지식에 대한 토론, 다른 사람들의 작품 감상 등등 평범한 주변 삶에서 창의력과 북돋고, 인내심을 길러주는 영감을 얻는 것이지요. 애니메이션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영감은 바로 삶에서 옵니다.

새로운 기술변화로 인한 트랜드 흐름들은 아티스트들에게 또다른 자극욕구를 불러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캐릭터 애니메이터로서 기술변화에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다른 분야에 비해 애니메이터들은 기술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적응하는 정도인데, 사실 애니메이션에 관한 부분은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고 봅니다.

재직 중이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어떤 곳입니까?
트론(Tron)의 유명한 라이트사이클 장면을 담당한 마지(MAGI)라는 회사에서 만난 칼 루드빅(아폴로 달탐사의 트랙킹 시스템을 개발한 전 NASA 엔지니어), 유진 트루베츠코이(콜럼비아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며 원자력 역학자. 레이트레이싱 테크닉의 선구자), 그리고 크리스 웨지(애니메이터, 현재 블루 스카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등이 함께 1987년에 설립한 컴퓨터 그래픽 스튜디오입니다.

블루스카이를 알리게 된 Bunny

당시 시대에 앞선, 또 현재도 인더스트리에서 최고라 불리우는 레이 트레이싱 렌더러 CGI Studio로 뛰어난 퀄리티의 이미지를 제작해 왔습니다.
참여한 작품중에는 <조의 아파트>(Joe’s Apartment)에서의 바퀴벌레 뮤지컬 댄스 장면, <파이트 클럽>(Fight Club)에서 CG 펭귄 장면, <에일리언 4>(Alien: Resurrection)의 디지털 에일리언과 다수의 광고 작품들이 있습니다.
최초로 라디오시티를 적용한 단편 애니메이션 <버니>(Bunny)가 1998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습니다. 1999년에 20세기 폭스사에 합병되었고, 2002년 봄에 회사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아이스 에이지>(Ice Age)를 선보여 큰 흥행성공을 기록했습니다. 두번째 장편 영화 <로봇>(Robots)가 얼마전 개봉했고, 현재는 <아이스 에이지2>(Ice Age 2: Meltdown)을 제작중입니다. (http://www.blueskystudios.com)

이미 블루스카이에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아이스에이지 . 로봇)을 제작하신 경험이 있으실텐데요.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너무 간단한 답일지 모르겠으나,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실패한 작품은 관객들의 흥미를 얻지 못하고 지루하게 한 작품이겠지요.

국내는 7월 개봉 예정인 "ROBOTS"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여하신 샷이나 제작 에피소드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작업한 80여개 샷중 최종적으로 58샷이 영화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샷들과 캐릭터들을 접할 수 있었구요.
기억에 남는 샷 중 하나는 주인공 로드니의 발명품 로봇 원더밧(wonderBot)이 식당 설거지를 신나게 하다가 고장이 나서 부엌안의 수십개의 냄비와 그릇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장면인데, 수십개의 냄비, 프라잉팬, 접시등을 직접 키 애니메이션했습니다.
처음엔 다이나믹 시뮬레이션을 가는 줄 알았으나 이펙트 부서 스케쥴 관계로 제가 직접 하게 되었는데, 시뮬레이션보다 결과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고 다들 좋아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위해 애니메이터가 직접 연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여하신 "ROBOTS"의 경우 로봇이라는 독특한 구조의 의인화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과장된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구현하시나요?
저도 직접 해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로봇이지만 많은 캐릭터들이 인간과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직접 움직임으로써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몇가지 독특한 디자인의 로봇들을 애니메이션할 때는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것들(트럭, 자동차, 기계등)의 참고자료를 찾아보고 관찰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로봇이 복고풍의 생활용품, 장난감들, 가전제품등에서 주된 디자인 컨셉을 얻었기 때문에 그러한 제품들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리얼캐릭터 (사람, 동물), 메카닉 캐릭터, 과장된 만화 캐릭터 등 실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 합니다. 특히, "ROBOTS"의 경우는 메카닉 캐릭터 + 과장된 만화캐릭터 인듯 한데요..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표정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감정표현에 도움이 되는 근육의 움직임이라든지, 유기적인 느낌이 없고 딱딱한 금속으로 된 눈썹, 눈꺼풀, 입모양만 가지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이 까다로왔습니다. 아주 조그만 눈썹의 각도 차이에도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세심한 주의와 여러가지 편법들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또, 다양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로봇들의 무게감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현재는 아이스 에이지 2의 여러가지 동물 캐릭터들을 테스트해보고 있는데 근육을 가진 유기적인 표정들이 얼마나 더 쉽게 보기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지 놀라고 있습니다.

블루스카이에서 아이스에이지2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스에이지2에서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시게 되나요?
로봇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샷들을 맡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스 에이지 2에서는 전편보다 훨씬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 한 종류의 캐릭터를 담당해서 리깅 테스트와 캐릭터 고유의 움직임을 디벨롭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4월 30일 한국에서 세미나를 하시는데요. 어떤 내용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가능하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유용한 정보를 가져가실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제가 로봇에서 작업한 샷들을 가지고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어떤식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이 진행되는 가를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한국의 3D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매우 취약하다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한국에 오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
당분간은 미국에서 더 경험을 쌓고 많이 배울 계획입니다만,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 우리 말로 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해외에 거주하시는 친분 있으신 한국인 아티스트분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씨지랜드에도 자주 소개되시는 박재욱씨(현 weta), weta, tippet에서 근무하셨던 구범석씨, 와일드 브레인의 송준택, 김세룡씨, 디지털 도메인의 표영일씨, 소니 이미지웍스의 최규돈씨, 디엔에이 헬릭스의 최영재씨, ea의 제니류씨, 뱅쿠버 ea의 이준혁씨등 이 외에도 한 분, 한 분 다 열거하려면 아주 많겠네요.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서 비슷한 시기에 공부를 같이하신 분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당분간은 미국 feature animation에서 경험을 더 쌓아서 애니메이션과 영화 공부를 많이 해서 제 실력을 쌓는데 치중하고 싶습니다.
여유가 생긴다면 Bert이후 두번째 단편도 제작하고 싶은데 역시 게으름과의 싸움이 만만치 않네요.

이문성씨

오는 4월 30일, 이문성씨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노하우가 공개됩니다.
많은 회원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문성씨의 홈페이지에 가면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2002년 이문성씨 인터뷰 >>
이문성씨 홈페이지 >>
픽사, 블루스카이 아티스트 초청세미나"에 대한 자세한 정보보기 >>

위의 사진은 실물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 (duskdawn@cg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