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모캡 전 준비:
이것만 잘 준비하면 모션캡쳐를 잘 받을 수 있다.

들어가며: 게임개발팀장 A씨의 고민

모 게임 회사. 기획 중인 게임의 퀄리티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개발팀장인 A씨는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대로 키 애니메이션으로 갈까? 음.. 만약 모션캡쳐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이번에 기획 중인 게임은 캐릭터들의 현란하고 파워풀한 액션이 강조된 게임. 예전처럼 이 모든 액션을 모두 키로 잡는다면 시간이 많이 들 것이라 예상된다. 뿐더러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동일한 수준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모션캡쳐는?

불행하게도 A 팀장은 모션캡쳐로 게임 제작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 매 프레임마다 애니메이션 키가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팀원 가운데 5년 전 모션캡쳐 데이터를 갖고 작업을 해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데 모션캡쳐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얘기했다. 당시 어찌어찌 받아 온 모션캡쳐 데이터를 이용하려고 애만 쓰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결국에는 다시 키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골치 아프겠는데..

A씨는 고민을 하던 중 가장 쉬운 결론을 내리려 한다.

'에이 모르겠다. 예전에 했던 것처럼 키로 가자..'

가상의 상황이긴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몇몇 개발팀장은 실제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모션캡쳐를 작업에 사용해 본 경험이 없던 작업자들이라면 이 새로운 작업과정의 도입이 하나의 모험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모션캡쳐를 작업 과정에 도입해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는 해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다.

물론 모션캡쳐가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솔루션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만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어떻게 해야 모션캡쳐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모션캡쳐 파이프라인을 알게 되면 답을 알 수 있다.

모션캡쳐 파이프라인을 설명한 이 글은 모션캡쳐 작업을 해 보았던 사람이나 모션캡쳐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션캡쳐 방식에 대한 간단한 이해 먼저 모션캡쳐의 종류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모션캡쳐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기계식 장비, 마그네틱 장비, 광학식 장비가 그것이다(음향식 장비도 있다는데 그건 필자가 본 적도 없으므로 제외한다. 그리고 각 장비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기계식 장비 배우의 손과 발 등을 연결하는 철제장비를 장착, 이들의 로테이션 값을 추출해 내는 방식이다. 몸에 바로 부착하므로 연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비의 가격이 몇 천만 원대로 그리 비싸지 않은 장점이 있다. Gypsy, Xtra, Bodytracker, Domotion 등이 있다. 두모션(Domotion) 마그네틱(Magnetic) 장비 배우의 각 관절에 크기가 작은 마그네틱(자기) 센서를 부착한 뒤, 이들의 위치와 각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필자의 경우, 주변에 금속 물질이 있을 경우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 특성 때문에 데이터 처리가 힘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기계식 장비보다는 비싸지만 광학식 장비보다는 싼 편이다. Motion Star Wireless, Ultratrak 등이 있다. 폴헤머스(Polhemus) UltraTrak 광학식(Optical) 장비 배우의 각 관절과 주요 부위에 빛을 잘 반사하는 마커(Marker)라는 일종의 센서를 부착, 적외선 불빛에 반사된 각 마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 기록하는 방식이다. 보통 모션캡쳐 촬영장은 카메라들에 의해 빙 둘러싸여 있다. 현재 가장 비싼 장비로, 카메라 8대 정도면 3억 원이 넘어간다. 초당 250프레임까지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깨끗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높은 퀄리티의 모션캡쳐 작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광학식 장비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Vicon, Motion Analysis 등이 있다. Vicon(FXLAB 모션캡쳐 스튜디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션캡쳐를 서비스하는 곳은 광학식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광학식 장비를 기준으로 쓰여졌음을 밝힌다.

I. 기획단계:
모션캡쳐 사용이 유리할지 키프레임애니메이션 작업이 유리할지 판단한다.

기획단계에서 게임사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가를 판단해야한다.

1. 캐릭터 등신

일단은 캐릭터의 등신으로 모션캡쳐 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자.

1) 사실적인 CG캐릭터

5~8등신의 사실적인 CG 캐릭터의 경우 모션캡쳐가 적격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을 가장 빨리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션캡쳐가 해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이 부분이다.

헐리웃 영화에서는 모션캡쳐를 사용한 CG캐릭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토탈리콜>에서 사용된 게 그 시작이었다고 하는데, <타이타닉>, <스타워즈>, <반헬싱>, <헐크>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는 모션캡쳐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토탈리콜

스타워즈

반헬싱(모션캡쳐와 블루스크린을 함께 이용했다)

배경에 깔리는 군중씬도 모션캡쳐가 이용된다. 개미떼 같은 수천 수만의 사람들은 모션캡쳐를 이용한 군중 시뮬레이션이 그만이다.

트로이

또한 우리가 잘 아는 게임인 '철권', '버츄얼파이터' 등 대전 게임에서 모션캡쳐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런 격투 게임에서는 무술 고단자를 불러 해당 분량 만큼 모션캡쳐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키로 잡았을 때와 모션캡쳐로 해결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적, 인력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철권4

폴라익스프레스

귀무자3

2) SD 캐릭터

그러나 2~3등신의 경우 모션캡쳐보다 키 프레임 작업방식이 유리하다. 배우는 5~8등신인데 비해 캐릭터가 2~3등신이니까 애로사항이 생기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즉, 정확하게 배우의 동작을 캐릭터에 적용하기기 곤란하다. 이유는 머리가 크고 손발이 짧기 때문이다. 머리를 만진다든지, 팔짱을 낀다든지, 상대와 인터랙티브한 동작을 취한다든지 할 때 애로점이 발생한다. 모션캡쳐를 받은 원래의 데이터를 이들 캐릭터에 적용한다면 손이 머리와 엉덩이, 가슴 등을 뚫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동작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모션캡쳐 담당자가 모션캡쳐 데이터 에디팅 프로그램인 '모션빌더'를 통해 수정해 주어야 한다. 물론 5~8등신 캐릭터도 이 작업을 통해서 데이터 수정이 되긴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3등신 캐릭터만큼 많이 수정하는 것은 아니다. SD캐릭터의 경우 어떤 때는 아예 새롭게 키작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나 더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는 보통 추가적인 에디팅 비용이 청구된다. 하지만 '개굴와 올챙이'와 같이 댄스 동작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추가적인 에디팅이 필요하다고 해도 충분히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SD캐릭터로 긴 호흡의 작업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는 모션캡쳐와 키프레임 작업 병행을 권하기도 한다.

올챙이와 개구리

2. 동작의 내용

다음에 검토해야할 사항은 동작의 내용.

1) 시원시원한 액션

우선 시원시원한 액션은 모션캡쳐를 받는 게 좋다. 걷거나 뛰기, 춤추기 등 팔과 다리를 쭉쭉 뻗는 동작은 모션캡쳐를 받았을 때 그 효과가 크다(물론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져야 한다). 앞에서 얘기한 격투 게임 동작과 같은 이유이다. 빠른 동작의 액션은 캐릭터에 적용했을 때 멋있기도 하거니와 모캡 데이터 에디팅(편집)시에도 수월하다.

보통 "빠른 동작이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광학식 모션캡쳐 장비는 1초에 120프레임, 많게는 250프레임까지 데이터를 저장한다. 동작이 너무 빨라 각 모션 데이터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혹시 배우가 마하의 속도로 움직이면 모를까). 오히려 문제는 가만히 정지되어있는 동작에서 일어날 소지가 크다. 움직이지 않는 배우의 신체 부위는 나중에 모션캡쳐 데이터로 보면 떨릴 때가 많다. 이것은 모캡 담당자가 손수 떨리지 않도록 에디팅해 준다.

시원시원한 액션은 모캡이 최적의 선택이다.

2) 붙어서 하는 동작

광학식 장비이다보니까 어떠한 장애물에 의해 마커가 가려져 버린다면 그 가려진 마커는 추적할 수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머리에 있는 마커를 배우가 손으로 가려버린다면, 이 광학식 장비가 엑스레이를 발사하는 게 아니므로 손을 뚫고 그 마커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없다. 그 부분의 마커는 당연히 캡쳐되지 않는다. 없어진 마커를 완전히 재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려면 아무래도 모캡 담당자가 추가적인 작업을 해야하고, 이는 비용과 직결된다.

보통 두 사람 이상이 모션캡쳐를 받을 때 상대 배우가 마커 데이터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가까이 붙는 동작이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유도나 레슬링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점차 모션캡쳐 편집 프로그램이 점차 발전됨에 따라 이러한 부분에 대한 애로 사항이 몇 년 전보다 많이 사라졌다.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일반 모션캡쳐보다 쉬운 것은 아니다. 붙어서 하는 동작이 많다면 추가비용이 요구되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모캡 팀장을 고생시켰던 탱고 모션캡쳐

모캡 담당자는 이런 화면을 보면서 작업을 한다

3) 동작의 범위

보통 모션캡쳐는 가로, 세로 각각 4~5m 정도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것을 모션캡쳐 (가능) 영역이라고 부른다(공간이 넓다면 10m*10m 정도의 큰 공간에서도 모션캡쳐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큰 공간을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모션캡쳐 업체는 국내에 없다).

일단 모션캡쳐 영역에서 벗어나는 동작은 캡쳐가 되지 않는다. 동작을 기획할 때 반드시 모션캡쳐 영역을 감안하도록 해야한다. 때에 따라서는 편집을 고려하면서 연결된 동작들을 끊어서 잘 연출한 다음 관련 프로그램으로 동작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나의 춤을 모션캡쳐 받으려고 하는데, 실제의 경우 10~20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동선을 예측한 다음 일정한 영역별로 동작을 끊어서 따로따로 모션캡쳐를 받는다(그래서 모션 기획이 중요하다). 그 뒤 '모션빌더'와 같은 툴로 데이터를 연결해 준다.

모캡 담당자의 실력 또는 주어진 시간 여하에 따라 각 동작들은 매끄럽게 연결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CG가 다 그렇지만, 모션캡쳐도 기계가 알아서 다 해 주는 게 아니다. 담당자가 얼마 만큼의 정성을 쏟는가에 따라 최종 아웃풋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점 또한 유의하도록 하자).

또 하나는 넓은 장소를 빌려서 모캡 장비를 이동해서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가의 장비이므로 조심해서 이동시켜야 하므로 모션캡쳐 스튜디오의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하며, 추가의 비용이 발생한다.

필요에 따라 더 넓은 영역으로 카메라를 이동설치하고 모션캡쳐를 받을 수도 있다

II. 모캡 이전 준비할 것:
모션캡쳐 사용이 결정되었다면 이제 업체선정, 배우선정, 모션 구성 등의 작업을 본격 들어가야 한다.

1. 모션캡쳐 업체 컨택

기획단계에서 모션캡쳐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모션캡쳐 업체를 선정한 뒤 관련 사항을 문의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하면 보다 세부적인 부분을 설명해 줄 것이다. 물론 견적도.

비용은 보통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최종 모션캡쳐 데이터를 분당으로 계산해서 비용을 정산하는 방법이다. 보통 적은 분량의 모션캡쳐 작업시 이 방식을 따른다. 또 하나는 프로젝트 통째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모션캡쳐 받는 분량이 많을 때는 이 방식이 유리하다.

2. 배우 선정

모션캡쳐는 사람의 동작을 받아내는 것이므로 배우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보통 하루 단위로 배우의 비용을 계산하는데 이는 모션캡쳐 비용과는 별도이며, 해당 제작사가 배우에게 직접 지불한다. 모션 종류에 따라 연극배우일 수도 있고, 무술 연기자일 수도 있다. 특별하게 정한 배우가 없다고 한다면 모션캡쳐 업체에게 문의하면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줄 것이다.

간혹 배우에게 들이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직원을 아무나 데리고 와서 모션캡쳐를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훈련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작업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가 많다. 원체 끼가 넘치는 사원일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작업자를 데리고 와서 모션캡쳐를 받는다면 배우도 모션캡쳐 담당자도 피곤할 따름이다. 작은 것을 아끼려다 모션캡쳐 작업 전체를 그르치는 우가 발생될 수도 있다.

보통 선정된 배우는 모션캡쳐 이전에 리허설을 따로 한다. 이는 게임사에서 할 수도 있고, 모션캡쳐 받는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서 할 수도 있다.

3. 모션 구성

이 역시 당연한 얘기지만, 모션캡쳐를 받으려는 내용에 대해 미리 정리를 해 놓아야 한다. 어떤 모션을 받을지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할 수록 좋은 모션캡쳐를 받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모션캡쳐 데이터도 좋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그냥 머릿 속에다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모션캡쳐 당일 날 배우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진땀 빼며 하루 종일 우왕좌왕할 수 있다.

모든 것에서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션캡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오는 사람들은 한층 나은 모션캡쳐 데이터를 갖고 가서 유용하게 쓸 것이다. 이런 경우 모션캡쳐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그러나 대충 준비된 상태에서 오는 사람들은 결코 최상의 모션캡쳐 데이터를 받아갈 수 없다.

또한 모션 구성에 대해서는 미리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알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션캡쳐가 불가능하거나 관련된 장비를 준비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간혹 더 좋은 아이디어가 모션캡쳐 담당자로부터 나올 수도 있다. 보통 모션캡쳐 의뢰자들은 콘티를 보내주고, 모캡 담당자에게 관련 설명을 해준다.

자 이제는 준비가 끝났다. 지금까지 나열한 준비를 잘 체크했다면 이제는 모션캡쳐 실무만 남았다.

2부에서는 모션캡쳐 실무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와 그 이후의 데이터 프로세싱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송근우 egtree@cgland.com